C1주차 — 수학적 글쓰기: 소통으로서의 증명#
이 주의 길잡이
핵심 문장: 증명은 사적인 계산 기록이 아니라 회의적인 독자를 향한 공적인 설득문이다 — 옳게 쓰는 일과 읽히게 쓰는 일은 서로 다른 기술이고, 이번 주가 다루는 것은 뒤쪽이다.
이 주의 위치: 2학기(Chartrand) 20주의 C1주차. 1학기가 증명의 사고 과정을 관리하는 법을 다뤘다면, 2학기는 그 사고를 종이에 옮기는 문법에서 시작한다. 1권 20주차의 글쓰기 6조가 여기서 기호 사용 10원칙과 수식 표시법으로 세분되고, S3주차에서 “분석표는 설계 기록, 산문은 제출물”이라 갈라 둔 그 제출물의 규격이 이번 주에 확정된다.
원서 대응: Chartrand 0장(Communicating Mathematics). 주간 루틴 1일차에 원서 0장을 통독한 뒤 이 문서로 온다.
이번 주 목표#
수학 글쓰기의 세 목표(옳게\(\cdot\)명확하게\(\cdot\)흥미롭게)와 독자 설정\(\cdot\)나선형 쓰기를 백지에 쓰고, 각각이 답안의 어느 판단을 지배하는지 말할 수 있다.
기호 사용 10원칙을 백지에 쓰고, 원칙마다 그것을 빼면 무엇이 무너지는지 사례로 보일 수 있다.
수식 표시법 3규칙(표시 여부 / 등호 정렬 / 줄바꿈 위치)을 적용해, 여러 줄 계산이 든 증명을 독자가 줄마다 대조할 수 있는 형태로 배치할 수 있다.
전달이 무너진 답안을 받아 ① 수학을 보존하고 ② 위반을 원칙 번호로 지목하고 ③ 완결된 산문으로 다시 쓰는 절차를 수행할 수 있다.
본문 곳곳의 확인 상자는 연필로 먼저 답하는 자리다. 바로 아래의 답 상자는 (웹에서는 접혀 있다) 스스로 답한 뒤에 열어 대조한다.
준비 운동 (1권 20주차·S3주차·S19주차 복습)#
노트에 먼저 적은 뒤 아래를 읽는다.
1권 20주차 §1.7의 글쓰기 규칙 6조를 여섯 조항 그대로 쓰시오.
S3주차 §1.6의 “압축된 증명에서 지워지는 것 다섯 가지”를 쓰시오. 이번 주는 그 반대 방향 — 무엇을 남겨 적어야 독자가 읽을 수 있는가를 다룬다.
S19주차 §1.7의 “만드는 쪽의 네 책임” 네 가지를 쓰시오. 그 네 줄은 글쓰기 6조 위에 얹히는 것이고, 이번 주는 그 6조 자체를 아래로 세분한다.
자주 나오는 세 가지 답#
세 문제를 적은 뒤 “그래서 증명을 잘 쓴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답해 보면, 대개 다음 세 가지 중 하나가 나온다. 셋 다 1학기를 끝낸 사람에게서 나오는 답이고, 셋 다 이번 주가 메울 정확한 간격이 있다.
유형 1 — 수학이 맞으면 됐다. “계산이 한 줄도 틀리지 않았으므로 답안은
완결이다.” 옳은 부분은 분명하다. 수학적 오류가 없는 것은 답안의 필요조건이고, 1학기 전체가 그 조건을 확보하는 훈련이었다. 간격은 그것이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데 있다. 독자가 각 줄의 근거를 스스로 복원하지 못하면 그 답안은 검사될 수 없고, 검사될 수 없는 글은 설득하지 못한다. §1.1의 실패 사례가 정확히 이 경우다.
유형 2 — 6조를 지키면 됐다. “문장으로 쓰고, 문자를 소개하고, 증명으로 열고
\(\blacksquare\)로 닫으면 된다.” 이 답도 옳다. 6조는 이번 주에 하나도 폐기되지 않는다. 간격은 6조의 적용 범위에 있다. 6조는 한 문장 안에서 지켜야 할 것을 말할 뿐, 어떤 문자를 고를 것인지(원칙 9\(\cdot\)10)와 여러 줄 계산을 지면의 어디에 놓을 것인지(표시법)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유형 3 — 잘 쓰는 것은 재능이다. “문장이 좋은 사람이 따로 있다.” 문장력의
차이가 있다는 관찰은 옳다. 간격은 답안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이 문장력이 아니라는 데 있다. 채점 현장에서 반복되는 위반은 열 개 남짓이고, 목록이 유한하며 항목마다 기계적으로 점검된다. 이번 주가 그 목록을 확정한다.
개념 — 전달의 규칙#
1 6조를 전부 지켜도 읽히지 않는다#
이번 주의 도구가 왜 필요한지부터 확인한다. 1권 20주차의 6조만 손에 쥐고, 다음 답안을 점검해 보자.
점검 대상 — 답안 P
증명. 정수 \(n\)이 홀수라 하자. 어떤 정수 \(k\)에 대해 \(n = 2k + 1\)이다. 그러면 \(n^3 + 3n^2 - n + 4 = (2k+1)^3 + 3(2k+1)^2 - (2k+1) + 4 = (8k^3 + 12k^2 + 6k + 1) + 3(4k^2 + 4k + 1) - 2k - 1 + 4 = 8k^3 + 24k^2 + 16k + 7 = 2(4k^3 + 12k^2 + 8k + 3) + 1\)이고, \(4k^3 + 12k^2 + 8k + 3\)은 정수이므로 그 값은 홀수이다. \(\blacksquare\)
확인 1. 답안 P가 6조 중 어긴 조항은 몇 조인가. 여섯 조항을 차례로 대조해 보자.
답
어긴 조항이 없다. 1조 — 세 문장 모두 낱말로 시작한다. 2조 — \(n\)과 \(k\)가 모두
소개된 뒤에 쓰였다. 3조 — 등호의 양쪽이 전부 수이고, “= 홀수” 같은 것은 없다.
4조 — \(\Rightarrow\)가 한 번도 접속사로 쓰이지 않았다. 5조 — 근거가 말로 적혀
있다. 6조 — “증명.”으로 열고 \(\blacksquare\)로 닫았다. 여섯 조항 전부 통과다.
그런데 답안 P는 읽기 어렵다. 어려운 이유는 문장에 있지 않다. 네 개의 등호로 이어진 계산이 본문 한 줄에 눌려 있어서, 독자가 “둘째 등호의 좌변과 우변이 같은가”를 확인하려면 한 줄 안에서 눈으로 자리를 세어 가며 좌우를 오려 내야 한다. 계수 하나가 틀려 있어도 발견되지 않는다.
여기서 6조가 멈춘다. 6조는 한 문장 안의 규범이고, 방금 무너진 것은 문장이 아니라 배치다. 필요한 것은 문장 층 위의 두 층이다 — 어떤 기호를 고르고 어떻게 섞는가(§1.3), 그리고 식을 지면의 어디에 놓는가(§1.5).
이 주 전체의 기준
수학이 옳은 것은 답안의 필요조건이다. 답안이 답안이 되려면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 회의적인 독자가 각 줄의 근거를 스스로 복원할 수 있어야 한다.
2 다섯 쌍을 나란히 놓고 — 무엇이 달라졌는가#
전달 규칙을 목록으로 받기 전에, 규칙이 하는 일을 먼저 관찰한다. 아래 각 행의 왼쪽과 오른쪽은 같은 수학을 담고 있다. 셋째 열을 채워 보자.
원문 |
같은 내용의 다른 판 |
무엇이 달라졌는가 |
|---|---|---|
“\(8 \mid (a-b)\)이므로 \(a\)와 \(b\)는 법 \(8\)에서 합동이다.” |
“나눗셈 관계 \(8 \mid (a-b)\)에 의해 \(a\)와 \(b\)는 법 \(8\)에서 합동이다.” |
문장이 \(\underline{\quad(1)\quad}\)로 시작하게 되었다 |
“\(n = 2k + 1\)이다.” |
“어떤 정수 \(k\)에 대해 \(n = 2k + 1\)이다.” |
\(\underline{\quad(2)\quad}\) |
“\(n = 4\) 또는 \(6\)” |
“\(n = 4\) 또는 \(n = 6\)” |
\(\underline{\quad(3)\quad}\) |
“\(m\)을 실수라 하자.” |
“\(x\)를 실수라 하자.” |
\(\underline{\quad(4)\quad}\) |
“\(m = 3s\), \(n = 3k\)” |
“\(m = 3s\), \(n = 3t\)” |
\(\underline{\quad(5)\quad}\) |
확인 2. 빈칸 (1)~(5)를 채워 보자. 그리고 다섯 수정에 공통된 것을 한 문장으로 적어 보자.
답
(1) 낱말. (2) \(k\)가 어떤 자격의 문자인지 밝혀졌다 — 정수라는 것과,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것. (3) 둘째 값 앞에도 “\(n =\)”가 붙어 무엇이 \(6\)인지 명시되었다.
(4) 정수를 가리키는 관례가 붙은 문자 \(m\) 대신 실수 관례의 문자 \(x\)를 썼다.
(5) 짝을 이루는 두 자리에 짝을 이루는 문자 \(s\), \(t\)를 썼다.
공통점: 필자가 의도한 수학은 다섯 경우 모두 같다. 다만 둘째\(\cdot\)셋째 행은 지면에
적힌 주장 자체의 범위를 바꾼다 — 둘째 행은 \(k\)의 범위를 열어 둔 채였고,
셋째 행은 “또는 \(6\)”이 두 갈래로 읽히게 둔 채였다. 그 두 경우는 §1.4에서 다시
본다. 나머지 세 행에서 바뀐 것은 독자가 스스로 복원해야 할 정보의 양뿐이다.
확인 3. 그렇다면 이 다섯 수정은 답안의 무엇을 고치는 작업인가. “수학”과 “전달” 중 하나를 고르고, 그 선택이 채점에서 뜻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적어 보자.
답
전달이다. 채점에서 이것이 뜻하는 바는, 수학을 다시 검사할 필요 없이 **답안의
표면만 보고** 고칠 수 있는 결함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결함은 목록으로
만들어 기계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단, 원칙 6\(\cdot\)8 위반은 방치하면 전달 결함에
그치지 않고 지면에 적힌 주장을 거짓으로 만들 수 있다(§1.4). 아래가 그 목록이다.
이 목록에 정식 이름을 붙인다. 목록의 항목 자체에 새로운 수학은 없다 — 방금 표에서 한 일을 열 줄로 굳혔을 뿐이다.
3 기호 사용 10원칙 [백지 암기 대상]#
기호 사용 10원칙
문장을 기호로 시작하지 않는다. “\(8 \mid (a-b)\)이므로 \(a\)와 \(b\)는 법 \(8\)에서 합동이다” ✗ \(\to\) “나눗셈 관계 \(8 \mid (a-b)\)에 의해 \(a\)와 \(b\)는 법 \(8\)에서 합동이다” ✓
목록이 아니면 기호와 기호 사이에 낱말을 넣는다. “정수 \(m\), \(n\) \(2\)로 나누어떨어지면 \(m + n\)도 그렇다” ✗ \(\to\) “정수 \(m\)과 정수 \(n\)이 모두 \(2\)로 나누어떨어지면 \(m + n\)도 \(2\)로 나누어떨어진다” ✓. 왼쪽에서는 “\(n\) \(2\)”가 낱말 없이 맞붙어 곱인지 나열인지 판정되지 않는다.
논리 자체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면 \(\Rightarrow\), \(\forall\), \(\exists\), \(\ni\) 를 본문에 쓰지 않는다. 설계 기록에는 써도 되고, 제출용 산문에서는 낱말로 푼다.
“즉”과 “예를 들어”를 기호 곁에서 줄임말로 쓰지 않는다. 줄임말이 곁의 기호와 붙어 읽히면 문장이 깨진다.
정수가 형용사로 쓰이고 값이 작으면 낱말로, 값을 지정하면 숫자로 적는다. “법 \(5\)에서 나머지로 가능한 값은 정확히 다섯 가지다” / “\(100\) 이하의 양의 정수 중 \(3\)의 배수는 33개다”
낱말과 기호를 문법이 깨지도록 섞지 않는다. “모든 정수 \(\ge 0\)은 짝수이거나 홀수” ✗ \(\to\) “\(0\) 이상인 모든 정수는 짝수이거나 홀수이다” ✓. “\(n = 4\) 또는 \(6\)” ✗ \(\to\) “\(n = 4\) 또는 \(n = 6\)” ✓
정리 진술에 일하지 않는 기호를 두지 않는다. “모든 합성수 \(m\)은 소수인 약수를 갖는다”에서 낱말 “합성수”가 \(m\)의 자리를 그대로 대신할 수 있어 그 이름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 지운다. 판정 기준은 등장 횟수가 아니라 낱말로 대체했을 때 읽기가 나아지는가다. 증명 안에서 이름이 필요하면 거기서 도입한다.
도입하는 모든 기호의 자격을 그 자리에서 밝힌다. “\(n = 2k + 1\)”이라 적고 \(k\)가 처음이면 “어떤 정수 \(k\)에 대해”를 붙인다.
언 기호(frozen symbol)의 관례를 지킨다. \(m\), \(n\)은 정수, \(A\), \(B\)는 집합, \(f\), \(g\)는 함수, \(x\), \(y\)는 실수, \(p\)는 소수, \(\varepsilon\)은 작은 양수를 가리킨다는 기대를 어기지 않는다.
짝을 이루는 자리에 짝을 이루는 기호를 쓴다. “\(m = 3s\), \(n = 3k\)” ✗ \(\to\) “\(m = 3s\), \(n = 3t\)” ✓
표기 — 이번 주에 처음 나오는 이름과 기호
언 기호는 “frozen symbol”의 번역이고, 관례로 특정 종류의 대상에 고정된 문자를 뜻한다. 문자가 얼어붙어 있어 다른 종류로 녹여 쓸 수 없다는 뜻으로 읽는다.
원칙 3에 나오는 네 기호는 각각 이렇게 읽는다: \(\Rightarrow\)는 “이면”, \(\forall\)는 “모든”, \(\exists\)는 “존재한다”이다. \(\ni\)는 이 목록에서만 “그러한 것은”(such that)의 옛 약호로 읽는다 — 표준적으로 \(\ni\)는 \(\in\)을 뒤집은 기호로 “…를 원소로 갖는다”를 뜻하며, 그 용법은 C2주차에서 다룬다. 앞의 세 기호의 정식 정의와 조작법은 C3~C4주차에서 다루고, 이번 주는 읽는 법과 쓰지 않을 자리만 정한다.
1권에서 관례로만 지키던 것이 여기서 이름을 얻는다 — 1권이 정수에 \(m\), \(n\)을, 집합에 \(A\), \(B\)를 쓴 것은 규칙으로 적힌 적이 없는 습관이었고, 그 습관이 여기서 원칙 9(언 기호)라는 이름과 위반 판정 기준을 얻는다.
4 절차 해부 — 원칙마다 무엇을 막는가#
열 개 원칙은 각각 다른 붕괴를 막는다. 원칙을 빼 보면 무엇이 무너지는지가 그 원칙의 정체다.
원칙 |
하는 일 |
이 원칙을 빼면 무엇이 무너지는가 |
|---|---|---|
1 문장을 낱말로 연다 |
문장의 시작 지점을 표시한다 |
앞 문장의 마침표와 다음 기호가 붙어 읽힌다 — 삭제 실험 1 |
2 기호 사이에 낱말 |
기호의 문법적 역할을 지정한다 |
기호 둘이 나란히 놓여 곱인지 나열인지 판정할 수 없다 |
3 논리 기호를 산문에서 뺀다 |
근거의 사슬을 낱말로 드러낸다 |
화살표 나열이 되어 각 걸음의 근거가 사라진다 (1권 20주차 4조) |
4 줄임말을 기호 곁에 두지 않는다 |
줄임말과 수식의 경계를 지킨다 |
줄임말의 글자가 곁의 문자와 붙어 읽힌다 |
5 작은 정수는 낱말로 |
문장 속 수사와 계산값을 구별한다 |
“나머지가 두 가지”라는 수량 서술과 “나머지는 \(2\)”라는 값 서술이 모두 “나머지 2”로 적혀 구별되지 않는다 |
6 낱말과 기호를 문법대로 |
문장이 완결되게 한다 |
관계 기호가 서술어 자리에 앉아 조각이 남는다 — 삭제 실험 2 |
7 일하지 않는 기호를 뺀다 |
정리의 주장 자체를 드러낸다 |
읽는 사람이 쓰이지도 않을 이름을 기억하며 읽는다 |
8 기호의 자격을 밝힌다 |
문자의 범위를 고정한다 |
범위가 열려 주장이 거짓이 된다 — 삭제 실험 3 |
9 언 기호를 지킨다 |
독자의 기대를 유지한다 |
문자만 보고 종류를 짐작하던 독해가 어긋난다 |
10 짝에 짝을 쓴다 |
대응 구조를 눈에 보이게 한다 |
두 식이 같은 꼴인지 다른 꼴인지 대조가 늦어진다 |
삭제 실험 1 — 원칙 1을 뺀 경우. 다음 두 문장을 이어 적어 보자.
“따라서 그 방정식의 한 근은 \(2\)이다. \((x-2)(x-3) = 0\)의 나머지 근은 \(3\)이다.”
지면에서 이 두 문장은 “\(2\)이다. \((x-2)(x-3)\)”으로 이어져, 앞 문장 끝의 수와 다음 문장 첫 수식이 마침표 하나만 사이에 두고 맞붙는다. 마침표는 수식 안의 점\(\cdot\)괄호와 같은 크기의 자국이라 새 문장이 열렸다는 신호로 눈에 잡히지 않는다. 읽는 사람은 \((x-2)(x-3)\)이 앞 문장의 계속인지 새 문장의 시작인지 한 번 판정한 뒤에야 읽어 나간다. 원칙 1대로 “방정식 \((x-2)(x-3) = 0\)의 나머지 근은”이라고 낱말로 열면 그 판정이 사라진다 — 낱말 하나가 문장의 경계를 표시한다.
삭제 실험 2 — 원칙 6을 뺀 경우. “모든 정수 \(\ge 0\)은 짝수이거나 홀수이다”를 그대로 두면, “\(\ge 0\)”이 서술어 자리에 앉아 “모든”이 무엇에 걸리는지 정해지지 않는다. 실제로 이 표기는 두 가지로 읽힌다 — “\(0\) 이상인 모든 정수는 …”과 “모든 정수는 \(0\) 이상이고 또한 …”. 뒤쪽 독해에서는 문장이 거짓이 된다(\(-5\)는 \(0\) 이상이 아니다). 낱말과 기호의 경계를 지키지 않으면 참\(\cdot\)거짓이 독자의 독해에 따라 달라진다.
확인 4. 삭제 실험 2의 문장을 원칙 6대로 고쳐 쓰되, 두 독해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모든”이 걸리는 자리를 명시해 보자.
답
“\(0\) 이상인 모든 정수는 짝수이거나 홀수이다.” 또는 “정수 \(n\)이 \(n \ge 0\)을
만족하면, \(n\)은 짝수이거나 홀수이다.” 앞의 판은 기호를 전부 낱말로 옮겼고,
뒤의 판은 기호를 남기되 그 기호가 조건절 안에 있음을 문장 구조로 못 박았다.
어느 쪽이든 “모든”이 걸리는 범위가 하나로 정해진다.
삭제 실험 3 — 원칙 8을 뺀 경우. 다음 한 줄을 보자.
“\(n = 2k + 1\)이므로 \(n\)은 홀수이다.”
\(k\)의 자격이 밝혀지지 않으면 \(k\)는 실수여도 된다. 그러면 임의의 정수 \(n\)에 대해 \(k = \dfrac{n-1}{2}\)로 잡아 \(n = 2k+1\)을 만들 수 있으므로, 이 논법은 모든 정수가 홀수라는 결론을 낳는다. 1권 1주차 §1.3에서 짝수의 정의에서 “정수”라는 조각을 지웠을 때 일어난 붕괴가, 여기서는 문자를 소개하지 않는 습관으로 재연된다.
확인 5. 삭제 실험 3에서 무너진 것은 계산인가 선언인가. 그리고 원칙 8 한 줄을 지키면 정확히 무엇이 막히는가.
답
무너진 것은 선언이다. 계산 \(n = 2k+1\) 자체는 어느 줄도 틀리지 않았다.
원칙 8을 지켜 “어떤 정수 \(k\)에 대해”라고 적는 순간 \(k\)의 범위가 정수로
고정되고, \(\frac{n-1}{2}\)이 정수가 아닌 \(n\)에 대해서는 그런 \(k\)를 댈 수 없게
되어 위 논법이 막힌다. 문자 소개는 예의가 아니라 주장의 범위를 정하는 선언이다.
확인 6. 다음 두 진술 중 원칙 7의 적용 대상은 어느 쪽인가. (가) “모든 짝수 \(n\)은 \(2\)의 배수이다” (나) “정수 \(a\)가 정수 \(b\)를 나누고 \(b\)가 정수 \(c\)를 나누면 \(a\)는 \(c\)를 나눈다”
답
(가)다. 낱말 “짝수”가 \(n\)의 자리를 그대로 대신할 수 있어 그 이름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므로 지운다 — “모든 짝수는 \(2\)의 배수이다”. (나)에서는 세 문자가 서로의
관계를 지목하는 일을 하고 있다. 문자를 지우고 “첫째 수가 둘째 수를 나누고 둘째가
셋째를 나누면 첫째가 셋째를 나눈다”로 쓰면 오히려 읽기가 나빠진다.
원칙 7의 대상은 기호 일반이 아니라 일하지 않는 이름이고, 판정 기준은 등장
횟수가 아니라 낱말로 대체했을 때 읽기가 나아지는가다.
5 수식 표시법 3규칙 [백지 암기 대상]#
§1.1에서 무너진 배치의 층이 여기서 규칙을 얻는다.
수식 표시법 3규칙
규칙 1 (표시 여부). 짧은 식은 본문 안에 두고, 여러 줄에 걸치는 계산이나 등호\(\cdot\)부등호로 길게 이어진 식은 본문에서 떼어 **표시(display)**로 — 줄 가운데 자기 줄에 — 놓는다.
규칙 2 (등호 정렬). 표시된 여러 줄 계산은 등호를 세로로 맞춘다. 그래야 각 줄이 “직전 줄과 같다”는 주장임이 눈으로 대조된다.
규칙 3 (줄바꿈 위치). 본문에서 식을 두 줄로 쪼갤 때 첫 줄을 연산\(\cdot\)비교 기호(\(+\), \(-\), \(<\), \(\ge\), \(=\))로 끝낸다. 둘째 줄이 그 기호로 시작하면 안 된다.
부칙. 나중에 참조할 식은 표시로 쓰고 번호를 붙인다 — “식 (1)에 의해”.
규칙 2를 적용하면 §1.1의 답안 P가 이렇게 바뀐다.
수학은 한 글자도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네 개의 등호가 세로로 놓여, 독자가 한 번에 한 줄씩만 검사하면 된다는 점이다.
확인 7. 다음 셋 중 표시로 올려야 하는 것은 어느 것인가. (가) \(x + 1\) (나) 근의 공식을 완전제곱으로 유도하는 여섯 줄 (다) \(a^2 \ge 0\)
답
(나)뿐이다. (가)와 (다)는 한 항 또는 한 관계식이라 본문에서 끊길 일이 없고,
표시로 올리면 오히려 문장의 흐름이 끊긴다. (나)는 여섯 줄이 등호로 이어지므로
규칙 1에 따라 표시로 올리고, 규칙 2에 따라 등호를 정렬하며, 뒤에서 다시
인용한다면 부칙에 따라 번호까지 붙인다.
확인 8. 식 \((a+b)^4 = a^4 + 4a^3b + 6a^2b^2 + 4ab^3 + b^4\)을 본문에서 두 줄로 쪼갠다. 규칙 3을 지키는 쪼갬은 다음 둘 중 어느 쪽이고, 지키지 않는 쪽은 무엇이 위험한가. (가) 첫 줄을 “\(\cdots = a^4 + 4a^3b\)”로 끝냄 (나) 첫 줄을 “\(\cdots = a^4 + 4a^3b +\)”로 끝냄
답
(나)가 규칙 3을 지킨다. (가)는 첫 줄이 \(b\)로 끝나 그 자체로 완결된 등식처럼
보이므로, 독자가 “\((a+b)^4 = a^4 + 4a^3b\)”라는 거짓 등식을 한 번 읽고 다음 줄에서
정정해야 한다. 첫 줄 끝의 \(+\) 기호가 “아직 남았다”는 신호이고, 그 신호가 규칙 3의
목적이다. 표시로 올리면 이 판단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 — 그래서 긴 식은 표시가
기본이다.
6 세 목표와 나선형 쓰기 [백지 암기 대상]#
원칙과 표시법은 문장과 배치의 규칙이다. 그 위에 글 전체를 지배하는 세 목표가 있다.
수학 글쓰기의 세 목표
옳게(correctly) — 적힌 주장이 참이고, 각 걸음에 붙은 근거가 실제로 그 걸음을 지탱한다. 1권과 1학기 전체가 이 목표 하나를 확보하는 훈련이었고, 이번 주는 이것이 이미 확보되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명확하게(clearly) — 정해 둔 독자가 되돌아 읽지 않고 각 줄의 근거를 복원할 수 있다. 이번 주가 확정하는 10원칙과 표시법 3규칙은 전부 이 목표의 수단이고, 위반 판정도 이 목표에 비추어서만 뜻을 가진다.
흥미롭게(in an interesting manner) — 왜 이 명제를 다루는지, 증명의 어느 지점이 실제 고비인지가 글의 배치로 드러난다. 정의와 예제를 어디에 두는가, 어느 계산을 표시로 올리는가가 이 목표를 좌우한다.
세 목표에는 전제가 둘 붙는다.
전제 1 — 독자를 먼저 정한다. 같은 명제라도 독자가 다르면 도입 문장이 다르다. 채점자만 독자로 두면 “채점자는 알 테니 생략한다”가 되어 명확성이 무너진다. 기준 독자는 같은 과정을 밟는 동료로 둔다 — 그 사람이 아는 것은 이 과정에서 이미 다룬 것뿐이다.
전제 2 — 나선형으로 쓴다. 글을 계획대로 쓰다 보면 “앞에 넣었어야 할 것”이 드러난다. 필요한 정의, 먼저 세워야 할 보조정리, 독자의 이해를 돕는 예제가 그런 것이다. 그때 뒤에서 땜질하지 않고 앞으로 돌아가 삽입한 뒤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 읽으면 또 다른 결손이 드러나고, 같은 일을 반복한다. 이 반복이 나선형 쓰기다.
확인 9. 나선형 쓰기가 “삽입한 뒤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삽입한 자리만 확인하면 안 되는 까닭을 한 문장으로 적어 보자.
답
삽입은 그 자리 뒤의 모든 문장이 전제하는 것을 바꾸기 때문이다. 정의 하나를
앞에 넣으면 뒤의 어떤 문장은 군더더기가 되고, 어떤 문장은 새 용어로 다시
써야 읽힌다. 삽입 지점만 보면 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한 가지 전제가 더 있다. 쓰기 시작할 때 증명은 이미 손에 있어야 한다. 초고가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증명 없이 글쓰기로 증명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글쓰기는 확보된 사고를 옮기는 일이지 사고를 대신하는 일이 아니다.
7 근거 목록 — 칸은 늘지 않고 적는 방식이 바뀐다#
1권 1주차에서 세 칸으로 시작해 네 칸이 된 근거 목록은 이번 주에도 네 칸이다. 이번 주가 바꾸는 것은 근거의 내용이 아니라 근거를 적는 방식이다.
근거 |
이번 주에 달라지는 것 |
이번 주에는 이렇게 쓴다 |
|---|---|---|
① 정의 |
정의가 도입하는 문자를 그 자리에서 소개한다 |
“짝수의 정의에 의해, 어떤 정수 \(k\)에 대해 \(n = 2k\)이다” (원칙 8) |
② 닫힘성 |
기호만 던지지 않고 근거를 낱말로 적는다 |
“\(a + b \in \mathbb{Z}\)”만 적지 않고 “정수의 합은 정수이므로”로 (6조 5항\(\cdot\)원칙 6) |
③ 등식의 성질 |
여러 줄 변형은 표시로 올리고 등호를 정렬한다 |
표시 안에서 한 줄에 한 조작씩 (표시법 규칙 1\(\cdot\)2) |
④ 이미 증명한 명제 |
인용에 번호를 붙인다 |
“식 (1)에 의해”, “1권 20주차 문제 18에 의해” (표시법 부칙) |
확인 10. 다음 한 줄은 근거 목록의 어느 항목을 쓰고 있고, 이번 주의 기준으로 어디가 미달인가. “\(2k^2 + 2k \in \mathbb{Z}\)이므로 \(n^2\)은 홀수이다.”
답
근거 ②(닫힘성)를 쓰고 있다. 미달은 두 곳이다. 첫째, 문장이 기호로 시작한다
(원칙 1). 둘째, 닫힘성이라는 근거가 기호 \(\in \mathbb{Z}\) 안에 숨어 있어 왜 그
원소가 정수인지가 적히지 않았다(6조 5항\(\cdot\)원칙 6). 고치면 이렇게 된다 — “\(2k^2 + 2k\)는
정수의 곱과 합이므로 정수이고, 따라서 \(n^2\)은 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