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 실수의 공리#
이 회차
한 문장 |
실수는 체 공리와 순서 공리를 만족하지만, 이 둘만으로는 유리수와 구별되지 않는다. |
출처 |
L1 |
파트 |
PART I — 무한을 담을 그릇 · 관통 질문: 넓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
짝 실험 |
우리는 실수를 다룬다. 그런데 실수가 무엇인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실수를 정의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유리수로부터 실수를 구성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실수가 만족하는 성질을 공리(axiom)로 제시하고 그 공리들만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방법이다. 이 강의에서는 두 번째 방법을 쓴다.
실수의 공리는 세 묶음으로 되어 있다. 체 공리(field axioms), 순서 공리(order axioms), 그리고 완비성 공리(completeness axiom)이다. 이번 회차에서는 앞의 두 묶음을 다루고, 그 두 묶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해 보자.
1. 체 공리#
실수 전체의 집합을 \(\R\)이라 쓴다. \(\R\) 위에는 덧셈 \(+\)와 곱셈 \(\cdot\)이라는 두 연산이 있고, 이 두 연산이 다음 여섯 공리를 만족한다고 가정한다.
각 공리의 오른쪽에는 그 공리가 없으면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적었다.
공리 |
없으면 할 수 없는 것 |
|
|---|---|---|
F1 교환법칙 |
\(x + y = y + x\), \(\quad xy = yx\) |
항의 순서를 바꾸어 정리할 수 없다 |
F2 결합법칙 |
\(x + (y+z) = (x+y) + z\), \(\quad x(yz) = (xy)z\) |
세 개 이상의 항을 괄호 없이 쓸 수 없다 |
F3 분배법칙 |
\(x(y+z) = xy + xz\) |
두 연산이 서로 무관해진다. 전개와 인수분해를 할 수 없다 |
F4 항등원의 존재 |
\(0 \ne 1\)이고 모든 \(x\)에 대하여 \(x + 0 = x\), \(\; 1\cdot x = x\) |
기준이 되는 수가 없다 |
F5 덧셈 역원의 존재 |
각 \(x\)에 대하여 \(x + y = 0\)인 \(y\)가 있다 |
뺄셈을 정의할 수 없다 |
F6 곱셈 역원의 존재 |
\(x \ne 0\)인 각 \(x\)에 대하여 \(xy = 1\)인 \(y\)가 있다 |
나눗셈을 정의할 수 없다 |
F1, F2, F4, F5는 덧셈과 곱셈에 대하여 같은 모양으로 쓰인다. F3만이 두 연산을 이어 준다. F6에서 \(x \ne 0\)이라는 단서가 붙는 것에 유의한다. 이 단서가 덧셈과 곱셈의 유일한 비대칭이다.
이 여섯 공리를 만족하는 집합과 두 연산의 묶음을 체(field)라 한다.
F5의 \(y\)를 \(-x\)라 쓰고, \(x + (-y)\)를 \(x - y\)라 쓴다. F6의 \(y\)를 \(x^{-1}\)이라 쓰고, \(x \cdot y^{-1}\)을 \(x/y\)라 쓴다. 즉 뺄셈과 나눗셈은 공리가 아니라 정의이다.
흔한 오해 — 공리를 “당연한 사실”로 읽는 것
F1부터 F6까지는 증명된 명제가 아니다. 참이라고 가정하고 논의를 시작하는 명제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공리를 고르는 기준은 “당연한가”가 아니라 “이것들만으로 원하는 것을 끌어낼 수 있는가”이다. 그리고 3절과 4절에서 보듯, 실제로 이 여섯 개만으로는 부족하다.
2. 체 공리에서 따라 나오는 성질#
곱셈에 관한 규칙들이 실은 덧셈 공리와 분배법칙에서 나온다. 이 절의 요지가 그것이다.
먼저 이후 계속 쓸 보조정리를 하나 세운다.
보조정리 1 (덧셈의 소거법칙과 역원의 유일성)
\(a + b = a + c\)이면 \(b = c\)이다. 따라서 각 \(a\)에 대하여 \(a + y = 0\)을 만족하는 \(y\)는 하나뿐이다.
증명. F5에 의하여 \(a + y = 0\)인 \(y\)가 있다. \(a+b = a+c\)의 양변 왼쪽에 \(y\)를 더한다.
F2를 양변에 적용하여 괄호를 옮긴다.
F1에 의하여 \(y + a = a + y = 0\)이므로 양변은 \(0 + b\)와 \(0 + c\)이다. F1과 F4에 의하여 이는 각각 \(b\)와 \(c\)이다. 따라서 \(b = c\)이다.
유일성을 보인다. \(a + y = 0\)이고 \(a + y' = 0\)이라 하자. 그러면 \(a + y = a + y'\)이므로 앞의 결과에 의하여 \(y = y'\)이다.
보조정리 1에 의하여 \(-a\)라는 표기가 뜻을 갖는다. 역원이 여럿이라면 “\(-a\)”라고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리 3 (영원소의 곱)
모든 실수 \(a\)에 대하여 \(a \cdot 0 = 0\)이다.
증명. F4에서 \(x = 0\)으로 두면 \(0 + 0 = 0\)이다. 이것을 \(a \cdot 0\)에 넣는다.
(3.1)의 오른쪽에 F3(분배법칙)을 적용한다.
(3.2)의 왼쪽을 \(a\cdot 0 + 0\)으로 바꾸어 쓴다. F4에 의하여 값은 그대로이다.
(3.3)은 \(a \cdot 0 + \square\) 꼴의 두 식이 같다는 형태이다. 보조정리 1을 적용하면 \(0 = a\cdot 0\)이다.
흔한 오해 — \(a\cdot 0 = 0\)은 공리가 아니다
\(a \cdot 0 = 0\)은 F1부터 F6까지의 목록에 없다. 정리 3는 증명이 필요한 정리이며, 증명에 쓰인 것은 분배법칙과 덧셈에 관한 공리뿐이다. 곱셈 역원(F6)은 쓰이지 않았다.
곱셈에 관한 사실이 덧셈 공리에서 나온다는 것이 이 절의 요점이다.
정리 4 (부호의 곱)
모든 실수 \(a\), \(b\)에 대하여 \((-a)b = -(ab)\)이고 \((-a)(-b) = ab\)이다.
증명. 먼저 \((-a)b = -(ab)\)를 보인다. \(ab\)와 \((-a)b\)를 더한다.
첫 번째 등호에서 F3과 F1을 썼고, 두 번째 등호에서 F5를 썼고, 세 번째 등호에서 정리 3와 F1을 썼다. (3.4)는 \((-a)b\)가 \(ab\)의 덧셈 역원임을 뜻한다. 보조정리 1에 의하여 역원은 하나뿐이므로 \((-a)b = -(ab)\)이다.
같은 논증을 \(a\)와 \(-b\)에 적용하면 \(-(-b) = b\)를 얻는다. \(b + (-b) = 0\)이므로 \(b\)가 \(-b\)의 덧셈 역원이고, 역원이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이제 두 결과를 이어 붙인다.
첫 번째 등호는 앞에서 보인 것을 \(b\) 자리에 \(-b\)를 넣어 쓴 것이고, 두 번째와 다섯 번째 등호는 F1이고, 세 번째 등호는 앞에서 보인 것을 \(a\)와 \(b\)의 역할을 바꾸어 쓴 것이고, 네 번째 등호는 \(-(-x) = x\)이다.
정리 5 (곱이 0이 되는 경우)
\(ab = 0\)이면 \(a = 0\)이거나 \(b = 0\)이다.
증명. \(ab = 0\)이고 \(a \ne 0\)이라 하자. \(b = 0\)임을 보이면 된다.
\(a \ne 0\)이므로 F6에 의하여 \(a^{-1}\)이 있다.
차례로 F4, F6, F2, 가정 \(ab=0\), 정리 3를 썼다.
정리 5가 F6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 유의한다. 곱셈 역원이 없으면 이 성질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3. 순서 공리#
체 공리에는 크기 비교가 없다. 순서는 따로 도입해야 한다.
도입 방식은 부등호를 직접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양수들의 집합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R\)의 부분집합 \(\R^+\)가 있어 다음 세 공리를 만족한다고 둔다.
공리 |
|
|---|---|
O1 닫힘 |
\(x, y \in \R^+\)이면 \(x + y \in \R^+\)이고 \(xy \in \R^+\) |
O2 삼분법 |
\(x \ne 0\)이면 \(x \in \R^+\)와 \(-x \in \R^+\) 중 정확히 하나가 성립한다 |
O3 |
\(0 \notin \R^+\) |
\(\R^+\)의 원소를 양수(positive number)라 한다. 이제 부등호를 정의한다.
정의 3 (부등호)
\(y - x \in \R^+\)일 때 \(x < y\)라 쓴다. \(x < y\) 또는 \(x = y\)일 때 \(x \le y\)라 쓴다.
정의 3에서 \(x > 0\)은 \(0 - x\)가 아니라 \(x - 0 = x\)가 양수라는 뜻이므로, \(x > 0\)과 \(x \in \R^+\)는 같은 말이다.
O2를 부등호로 옮기면 다음이 된다. 임의의 두 실수 \(x\), \(y\)에 대하여 \(x < y\), \(x = y\), \(x > y\) 중 정확히 하나가 성립한다. \(y - x\)가 \(0\)인 경우, 양수인 경우, 음수인 경우가 각각 대응한다.
흔한 오해 — 순서는 크기 비교가 아니다
\(x < y\)를 “\(x\)가 \(y\)보다 작다”는 직관으로 읽는 것은 결과이지 정의가 아니다. 정의는 정의 3이며, 그 내용은 \(y - x\)가 \(\R^+\)라는 부분집합에 속한다는 것이다.
부등식에 관한 모든 규칙은 O1, O2, O3에서 나온다. 규칙을 증명할 때 직관에 기대지 않고 \(\R^+\)로 되돌아가는 것이 이 절의 방식이다.
이제 부등식 조작 규칙을 공리에서 유도한다.
정리 6 (부등식 조작 규칙)
\(a < b\)라 하자. 그러면 다음이 성립한다.
임의의 \(c\)에 대하여 \(a + c < b + c\)
\(c > 0\)이면 \(ac < bc\)
\(c < 0\)이면 \(ac > bc\)
증명. \(a < b\)는 정의 3에 의하여 \(b - a \in \R^+\)를 뜻한다.
(1) \((b+c) - (a+c) = b - a\)이다. 이 값이 \(\R^+\)에 속하므로 \(a + c < b + c\)이다. 즉 양변에 같은 수를 더해도 부등호는 그대로이다.
(2) \(c > 0\)은 \(c \in \R^+\)를 뜻한다. \(b - a \in \R^+\)이므로 O1(곱셈에 대한 닫힘)에 의하여 \((b-a)c \in \R^+\)이다. F3에 의하여
이므로 \(bc - ac \in \R^+\)이고, 따라서 \(ac < bc\)이다.
(3) \(c < 0\)은 \(0 - c = -c \in \R^+\)를 뜻한다. \(b - a \in \R^+\)이므로 O1에 의하여 \((b-a)(-c) \in \R^+\)이다. 정리 4을 써서 이 값을 정리한다.
따라서 \(ac - bc \in \R^+\)이고, 이는 \(bc < ac\)를 뜻한다. 즉 음수를 곱하면 부등호의 방향이 뒤집힌다.
정리 6의 세 번째 항목은 이후 계속 쓰인다. 부등식의 양변에 음수를 곱하거나 양변에 \(-1\)을 곱할 때마다 방향이 뒤집힌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표시한다.
4. 유리수도 두 공리를 만족한다#
지금까지 아홉 개의 공리를 세웠다. F1부터 F6까지와 O1부터 O3까지이다. 이 아홉 개가 실수를 특징짓는가.
그렇지 않다. 유리수 전체의 집합 \(\Q\)도 아홉 개를 모두 만족한다.
확인은 어렵지 않다. 두 유리수의 합과 곱은 유리수이므로 \(\Q\) 안에서 두 연산이 정의된다. F1, F2, F3은 실수에서 성립하므로 그 부분집합인 \(\Q\)에서도 성립한다. \(0\)과 \(1\)은 유리수이므로 F4가 성립한다. \(p/q\)의 덧셈 역원 \(-p/q\)와, \(p/q \ne 0\)일 때의 곱셈 역원 \(q/p\)가 모두 유리수이므로 F5와 F6이 성립한다. 양의 유리수 전체를 \(\Q^+\)로 두면 O1, O2, O3이 그대로 성립한다.
그러므로 아홉 개의 공리만으로는 \(\R\)과 \(\Q\)를 구별할 수 없다. 두 체계에서 참인 명제가 완전히 같다.
그런데 두 체계는 같지 않다. 다음 정리가 그 차이를 하나의 수로 보여 준다.
정리 7 (제곱해서 2가 되는 유리수는 없다)
\(x^2 = 2\)를 만족하는 유리수 \(x\)는 존재하지 않는다.
증명. 귀류법을 쓴다. \(x^2 = 2\)인 유리수 \(x\)가 있다고 하자. \(x\)와 \(-x\) 중 하나는 양수이고 제곱값이 같으므로, \(x > 0\)이라 두어도 된다.
\(x\)가 양의 유리수이므로 \(x = p/q\)인 양의 정수 \(p\), \(q\)가 있다. 이때 \(p\)와 \(q\)의 공약수를 모두 약분하여 \(p\)와 \(q\)가 1 외의 공약수를 갖지 않도록 잡을 수 있다.
\(x^2 = 2\)에 \(x = p/q\)를 넣고 양변에 \(q^2\)을 곱한다.
(3.5)의 오른쪽은 \(2\)의 배수이므로 \(p^2\)은 짝수이다. 2회의 예제 2에서 \(n^2\)이 짝수이면 \(n\)도 짝수임을 대우로 보였다. 이를 적용하면 \(p\)는 짝수이다.
\(p\)가 짝수이므로 \(p = 2m\)인 정수 \(m\)이 있다. 이것을 (3.5)에 넣는다.
양변을 \(2\)로 나눈다.
(3.6)의 오른쪽도 \(2\)의 배수이므로 \(q^2\)은 짝수이고, 같은 이유로 \(q\)도 짝수이다.
\(p\)와 \(q\)가 모두 짝수이므로 \(2\)가 두 수의 공약수이다. 이것은 \(p\)와 \(q\)가 1 외의 공약수를 갖지 않도록 잡았다는 것에 어긋난다.
따라서 \(x^2 = 2\)인 유리수는 없다.
\(\Q\)에는 제곱해서 \(2\)가 되는 수가 없다. 우리가 다루려는 수 체계에는 그런 수가 있어야 한다. 정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가 그런 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홉 개의 공리에서는 그런 수의 존재를 끌어낼 수 없다. 만약 끌어낼 수 있다면 \(\Q\)에서도 같은 논증이 통해야 하는데, 정리 7가 그것이 불가능함을 말하기 때문이다.
체 공리만으로는 순서도 정해지지 않는다
공리의 묶음이 서로 독립임을 보여 주는 예를 하나 든다. 원소가 두 개인 집합 \(\{0, 1\}\)에 다음과 같이 두 연산을 준다.
\(+\) |
0 |
1 |
|---|---|---|
0 |
0 |
1 |
1 |
1 |
0 |
\(\cdot\) |
0 |
1 |
|---|---|---|
0 |
0 |
0 |
1 |
0 |
1 |
이 묶음은 F1부터 F6까지를 모두 만족한다. 원소가 두 개인 체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순서를 줄 수 없다. 이 체에서는 \(1 + 1 = 0\)이므로 \(-1 = 1\)이다. O2는 \(1 \in F^+\)와 \(-1 \in F^+\) 중 정확히 하나가 성립할 것을 요구하는데, 두 조건이 같은 조건이므로 “정확히 하나”가 될 수 없다.
즉 체 공리는 순서 공리를 함축하지 않는다. 세 묶음은 각각 따로 요구해야 한다.
마치며#
이번 회차에서는 실수의 공리 중 체 공리와 순서 공리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두 묶음에서 사칙연산과 부등식의 규칙이 모두 따라 나온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두 묶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유리수 전체의 집합도 이 두 묶음을 모두 만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리수 안에는 제곱해서 2가 되는 수가 없다. 우리가 다루려는 수 체계에는 그런 수가 있어야 한다.
세 번째 묶음이 필요하다. 다만 그 묶음을 서술하려면 준비가 조금 더 필요하므로, 다음 회차에서는 먼저 정수와 귀납법, 그리고 유한합의 표기를 정리하도록 하자.
이어서
같은 회차의 실험: 3회 실험 · 유리수의 구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