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장 · 물가와 화폐 — 비율로 보는 세상#
이 장
도입#
\(20\) 년 전 통장의 마지막 잔액이 \(3{,}000{,}000\) 원이라고 하자. 숫자만 보면 오늘 통장에 든 \(3{,}000{,}000\) 원과 동일하다. 그러나 그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은 두 시점에서 같지 않다. 당시에는 중고차 한 대에 해당하는 금액이었고, 현재는 그렇지 않다.
여기서 두 값이 어긋난다. 통장의 숫자는 \(20\) 년 동안 \(1\) 원도 변하지 않았으나, 그 숫자가 가리키던 양은 줄어들었다. 화폐 단위는 길이를 재는 자와 달리 눈금의 크기가 해마다 변하는 측정 단위다. 여러 해에 걸친 금액을 비교하려면, 그 사이에 단위의 크기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먼저 확정해야 한다.
경제 기사의 수치가 곧바로 해석되지 않는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화폐 단위의 크기가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이고, 둘째는 퍼센트를 더하고 빼는 수로 다루는 습관이다. “임금 \(3\%\) 인상”, “예금 금리 \(3.5\%\)”, “환율 \(25\%\) 급등”은 모두 수치는 제시되어 있으나, 그 수치가 무엇에 대한 비율인지가 문장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 장에서 새로 도입하는 수학은 없다. 제6장에서 다룬 두 명제 — 기준량이 분모다, 퍼센트 변화는 곱셈이다 — 만으로 물가지수, 실질임금, 실질금리, 구매력, 환율이 모두 같은 구조의 문제가 된다. 이 장의 목적은 계산 절차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서술된 문장에서 기준량을 식별하는 것이다.
물가지수 — 장바구니를 하나의 수로 요약하기#
“물가가 올랐다”는 진술을 수로 옮기려면 먼저 정의를 확정해야 한다. 물가는 어떤 한 물건의 가격이 아니다. 쌀값, 버스요금, 휴대폰 요금, 학원비는 제각기 다른 속도로 변하므로, 이 여럿을 하나의 수로 종합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종합하는 절차는 단순하다. 장바구니(basket) 를 하나 정한다. 대표적인 가구가 한 달 동안 사는 물건의 종류와 수량을 고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정된 장바구니를 채우는 데 드는 돈을 해마다 계산한다. 물건의 종류와 수량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비용이 달라진다면 그 원인은 가격 변화뿐이다.
품목 |
한 달 수량 |
\(2020\) 년 가격 |
\(2020\) 년 금액 |
\(2025\) 년 가격 |
\(2025\) 년 금액 |
|---|---|---|---|---|---|
쌀 \(10\) kg |
\(1\) 포 |
\(30{,}000\) 원 |
\(30{,}000\) 원 |
\(33{,}000\) 원 |
\(33{,}000\) 원 |
라면 |
\(20\) 개 |
\(1{,}000\) 원 |
\(20{,}000\) 원 |
\(1{,}200\) 원 |
\(24{,}000\) 원 |
시내버스 |
\(50\) 회 |
\(1{,}000\) 원 |
\(50{,}000\) 원 |
\(1{,}250\) 원 |
\(62{,}500\) 원 |
합계 |
\(100{,}000\) 원 |
\(119{,}500\) 원 |
같은 장바구니가 \(100{,}000\) 원에서 \(119{,}500\) 원이 되었다. 이 두 수의 비가 곧 물가의 변화다.
이 \(1.195\) 에 \(100\) 을 곱한 값을 물가지수로 정의한다.
\(2020\) 년을 기준연도로 정하면 \(2020\) 년 지수는 정의상 \(100\) 이고, \(2025\) 년 지수는 \(119.5\) 이다.
\(100\) 을 곱해 두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비율 그 자체(\(1.195\))로 두어도 정보량은 동일하다. 다만 \(100\) 을 곱해 두면 지수에서 \(100\) 을 빼는 것만으로 “기준연도 대비 몇 퍼센트”가 바로 읽힌다. \(119.5 - 100 = 19.5\), 곧 \(19.5\%\) 상승이다. 지수는 비율에 백분율의 형식을 부여한 값이다.
여기서 확인할 사항이 하나 있다. 지수에는 단위가 없다. \(119.5\) 는 \(119.5\) 원이 아니다. 원으로 잰 두 금액을 나눈 값이므로 원이 분자와 분모에서 약분되어 사라진다(제6장의 단위 약분과 같다). 지수 \(119.5\) 가 뜻하는 것은 “기준연도의 \(1.195\) 배” 하나뿐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 — 가구가 실제로 소비하는 대표 품목 묶음을 고정해 두고, 그 묶음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을 기준연도 대비 비율로 나타낸 지수.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약 \(460\) 개 품목으로 장바구니를 구성하고, 기준연도는 \(5\) 년마다 갱신한다. 현재 사용하는 기준은 \(2020\) 년 \(= 100\) 이다.
장바구니 방식에서는 다음 성질이 따라 나온다. 각 품목이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그 품목의 지출 비중에 비례한다. 위 표에서 품목별 상승률을 각각 구하면 다음과 같다.
세 수의 단순평균은 \(\dfrac{10 + 20 + 25}{3} \approx 18.3\%\) 이다. 그러나 실제 지수는 \(19.5\%\) 올랐다. 두 값은 일치하지 않는다. 지출 비중(\(30\%\), \(20\%\), \(50\%\))을 가중치로 사용해 다시 계산한다.
값이 정확히 일치한다. 물가지수는 품목별 상승률의 가중평균이고, 가중치는 지출 비중이다. 따라서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이 지수를 가장 많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승률과 지출 비중의 곱이 큰 품목이 지수를 가장 많이 움직인다.
인플레이션율 — 지수의 변화율#
인플레이션(inflation) 은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이고, 인플레이션율은 그 오름의 속도, 곧 물가지수의 변화율이다.
식 자체는 제6장의 증가율과 동일하다. 이 장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지점은 계산이 아니라 분모다. 다음 세 해의 지수를 검토한다.
연도 |
소비자물가지수 (\(2020 = 100\)) |
전년 대비 인플레이션율 |
|---|---|---|
\(2023\) |
\(110.0\) |
— |
\(2024\) |
\(113.3\) |
\(+3.0\%\) |
\(2025\) |
\(115.0\) |
\(+1.5\%\) |
\(2024\) 년: \(\dfrac{113.3 - 110.0}{110.0} = \dfrac{3.3}{110.0} = 0.03\), 곧 \(3.0\%\).
\(2025\) 년: \(\dfrac{115.0 - 113.3}{113.3} = \dfrac{1.7}{113.3} \approx 0.0150\), 곧 약 \(1.5\%\).
여기서 두 가지를 확인한다.
첫째, 인플레이션율의 기준량은 기준연도의 \(100\) 이 아니라 직전 해의 지수다. \(2025\) 년 값을 \(\dfrac{115.0 - 100}{100} = 15\%\) 로 계산하면 그것은 인플레이션율이 아니라 \(2020\) 년 대비 누적 상승률이다. 두 값은 정의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지수표에서 계산되므로 혼동되기 쉽다.
둘째, 인플레이션율이 \(3.0\%\) 에서 \(1.5\%\) 로 떨어진 것은 물가가 내렸다는 뜻이 아니다. 지수는 \(113.3\) 에서 \(115.0\) 으로 계속 올랐다. 상승률이 낮아지는 것을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이라 하고, 지수 자체가 내려가는 것 — 인플레이션율이 음수가 되는 것 — 을 디플레이션(deflation) 이라 한다. 기사 제목의 “물가 상승세 둔화”는 앞의 것을 가리키며 뒤의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변화율이 감소하는 것과 값 자체가 감소하는 것은 서로 다른 사건이다.
명목과 실질 — 물가 변동의 보정#
명목(nominal) 값은 그때그때의 화폐 단위로 잰 값이다. 통장에 찍힌 숫자, 계약서에 쓰인 금액이 이에 해당한다. 실질(real) 값은 물가 변동을 걷어내고 잰 값, 곧 그 금액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양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명목값은 단위의 크기 변화를 보정하지 않은 값이고, 실질값은 그 보정을 마친 값이다.
보정은 나눗셈 하나로 이루어진다. 물가수준을 \(P_t = I_t / 100\) 이라 하고(\(I\) 는 지수), 명목임금을 \(W_t\) 라 하면
이 \(w_t\) 를 실질임금이라 하고, 단위는 “기준연도의 원”이다. 지수가 \(119.5\) 인 해에 월급 \(3{,}000{,}000\) 원을 받는 경우 실질임금은 \(3{,}000{,}000 \div 1.195 \approx 2{,}510{,}460\) 원, 곧 기준연도 물가로 환산하면 약 \(251\) 만 원에 해당한다.
실질 증가율 — 빼기가 아니라 나누기#
명목임금이 \(g\) 만큼 오르고 물가가 \(\pi\) 만큼 올랐을 때, 실질임금의 증가율을 구한다. 통상 \(g - \pi\) 로 계산하지만 이는 근사다. 정확한 식은 다음과 같이 유도된다.
분수를 분수로 나누는 자리에서 제3장의 “뒤집어 곱한다”가 그대로 쓰였다. 따라서 실질 증가율 \(r\) 는 다음을 만족한다.
이 마지막 식을 통분해 정리하면 근사식과의 관계가 드러난다.
정확한 실질 증가율은 \(g - \pi\) 를 \(1 + \pi\) 로 한 번 더 나눈 값이다. 따라서 \(\pi\) 가 충분히 작아 \(1 + \pi \approx 1\) 로 볼 수 있는 범위에서만 \(r \approx g - \pi\) 가 성립한다.
오차의 크기도 식으로 표현된다.
곧 오차는 (명목과 물가의 차이) × (물가상승률에 관한 인자) 이므로, 물가상승률이 낮고 명목과 물가의 격차가 작을수록 근사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수치로 확인하면 다음과 같다.
\(g\) (명목) |
\(\pi\) (물가) |
근사 \(g - \pi\) |
정확 \(\dfrac{1+g}{1+\pi} - 1\) |
차이 |
|---|---|---|---|---|
\(3\%\) |
\(2\%\) |
\(1.00\%\text{p}\) |
\(0.98\%\) |
\(0.02\%\text{p}\) |
\(5\%\) |
\(3\%\) |
\(2.00\%\text{p}\) |
\(1.94\%\) |
\(0.06\%\text{p}\) |
\(3\%\) |
\(10\%\) |
\(-7.00\%\text{p}\) |
\(-6.36\%\) |
\(0.64\%\text{p}\) |
\(10\%\) |
\(25\%\) |
\(-15.00\%\text{p}\) |
\(-12.00\%\) |
\(3.00\%\text{p}\) |
\(100\%\) |
\(80\%\) |
\(20.00\%\text{p}\) |
\(11.11\%\) |
\(8.89\%\text{p}\) |
물가가 \(2\sim3\%\) 대일 때 근사의 오차는 \(0.1\%\) 포인트 미만이다. “명목임금 \(3\%\) 인상, 물가 \(2\%\) — 실질로는 \(1\%\)”라는 서술은 이 범위에서 타당하다. 그러나 표의 마지막 행이 보여 주듯, 물가가 두 자릿수를 넘는 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 \(g - \pi\) 를 사용하면 실질 소득 증가를 두 배 가까이 과대평가하게 된다. 근사식은 틀린 식이 아니라 적용 범위가 좁은 식이다.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정하는 것이 이 절의 목적이다.
명목금리와 실질금리#
같은 식이 이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명목금리는 은행 창구에 게시된 이자율이고, 실질금리는 물가 상승분을 걷어낸 뒤의 수익률이다. 명목금리를 \(i\), 물가상승률을 \(\pi\) 라 하면
이 관계를 피셔 방정식(Fisher equation) 이라 한다. 근사식 \(r \approx i - \pi\) 는 앞의 표가 제시한 조건에서만 사용한다.
여기서 한 가지를 명확히 해 둔다. 실질금리를 계산할 때 쓰는 \(\pi\) 는 그 기간 동안 실제로 실현된 물가상승률이다. 그런데 예금에 가입하는 시점에는 그 값이 아직 확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두 가지를 구분한다. 나중에 확정되는 사후 실질금리와, 지금 시점의 기대 물가상승률로 계산한 사전 실질금리다. 이 장의 계산은 모두 사후 실질금리에 해당한다. 기대를 수로 다루는 방법은 이 책의 범위 밖이다.
구매력 — \(1\) 만 원으로 살 수 있는 양#
구매력(purchasing power) 은 일정한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재화의 양이다. 측정 대상이 금액이 아니라 양이라는 점이 정의의 핵심이다.
양을 구하는 계산은 제1장에서 다룬 나눗셈, 곧 “몇 묶음인가”를 묻는 계산이다.
앞의 장바구니 표와는 별개의 예로, 라면값이 \(1{,}250\) 원으로 오른 경우를 계산한다.
\(10\) 개에서 \(8\) 개가 되었다. 여기서 두 비율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가격이 \(25\%\) 오르면 살 수 있는 양이 \(25\%\)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가격이 \(1.25\) 배가 되면 살 수 있는 개수는 그 역수인 \(\dfrac{1}{1.25} = 0.8\) 배가 된다. 곱셈에서 나눗셈으로 넘어가면서 비율이 역수로 바뀐다. 한쪽의 기준량은 옛 가격이고 다른 쪽의 기준량은 옛 개수이므로, 두 비율은 서로 다른 값이 된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1 + \pi\) 배가 되면 같은 돈의 구매력은 \(\dfrac{1}{1 + \pi}\) 배가 된다. 화폐 한 단위의 크기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물가지수 |
기준연도 대비 물가 상승 |
\(10{,}000\) 원의 실질 가치 |
구매력 변화 |
|---|---|---|---|
\(100\) |
\(0\%\) |
\(10{,}000\) 원 |
— |
\(125\) |
\(+25\%\) |
\(8{,}000\) 원 |
\(-20\%\) |
\(160\) |
\(+60\%\) |
\(6{,}250\) 원 |
\(-37.5\%\) |
\(200\) |
\(+100\%\) |
\(5{,}000\) 원 |
\(-50\%\) |
\(400\) |
\(+300\%\) |
\(2{,}500\) 원 |
\(-75\%\) |
물가가 두 배가 되면 구매력은 절반이 된다. \(+100\%\) 와 \(-50\%\) 는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기준량으로 표현한 값이며, 이 비대칭은 이 장에서 가장 자주 다시 나타나는 구조다. 뒤에서 다루는 환율도 같은 구조를 갖는다.
퍼센트 계산에서 주의할 네 가지#
주의점 1 — 퍼센트 변화는 곱셈이다#
\(20\%\) 올랐다가 \(20\%\) 내리면 처음 값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4\%\) 감소한 값이다. 이유는 제6장에서 다룬 것과 같다. 올릴 때의 기준량은 옛 값이고 내릴 때의 기준량은 이미 오른 값이므로, 같은 “\(20\%\)”가 서로 다른 금액을 가리킨다. 처음 값으로 되돌리려면 \(\dfrac{1}{0.96} - 1 \approx 4.17\%\) 를 올려야 한다.
이 구조는 물가·할인·수익률·환율에 공통으로 나타난다. 퍼센트는 더하는 수가 아니라 곱하는 인자다. \(+20\%\) 를 \(\times 1.2\) 로, \(-20\%\) 를 \(\times 0.8\) 로 바꿔 적으면 이 유형의 오류는 대부분 예방된다.
주의점 2 — 여러 해의 상승률은 곱해서 쌓인다#
물가가 세 해 동안 \(5\%\), \(3.6\%\), \(2.3\%\) 올랐다면 누적 상승률은 \(5 + 3.6 + 2.3 = 10.9\%\) 가 아니다.
이 지점이 제7장의 거듭제곱이 경제 계산에 쓰이는 자리다. 매년 같은 비율 \(\pi\) 로 \(n\) 년 오르면 누적 배율은 \((1+\pi)^n\) 이다. 반대로 \(n\) 년 누적 배율이 \(M\) 일 때 연평균 상승률은 산술평균이 아니라 기하평균 \(M^{1/n} - 1\) 로 구한다.
주의점 3 —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
퍼센트포인트(\(\%\text{p}\)) — 두 백분율의 산술적 차이. 퍼센트(\(\%\)) — 기준량에 대한 비율.
기준금리가 \(3.0\%\) 에서 \(3.5\%\) 로 오른 경우를 계산한다.
두 수 모두 옳다. 다만 앞의 것은 차이이고 뒤의 것은 비율이다. “금리가 \(0.5\%\) 올랐다”고 쓰면 \(3.0\% \times 1.005 = 3.015\%\) 라는 뜻이 되어, 기사가 서술하려던 것과 다른 수가 된다. 백분율로 표시된 양에서는 차이와 비율이 서로 다른 단위를 갖는다.
주의점 4 — 기준연도를 바꾸면 지수는 바뀌지만 상승률은 안 바뀐다#
지수의 수치는 어느 해를 \(100\) 으로 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재기준화는 모든 항을 새 기준연도의 옛 지숫값으로 나누고 \(100\) 을 곱하는 연산이다.
연도 |
\(2020 = 100\) |
\(2021 = 100\) |
전년 대비 |
|---|---|---|---|
\(2020\) |
\(100.00\) |
\(95.24\) |
— |
\(2021\) |
\(105.00\) |
\(100.00\) |
\(+5.0\%\) |
\(2022\) |
\(110.25\) |
\(105.00\) |
\(+5.0\%\) |
\(2020 \to 2021\) 의 상승률을 왼쪽 열로 계산하면 \(\dfrac{105 - 100}{100} = 5.0\%\), 오른쪽 열로 계산하면 \(\dfrac{100 - 95.24}{95.24} \approx 5.0\%\) 로 같다. 재기준화는 모든 항에 같은 수를 곱하는 연산이고 상승률은 두 항의 비이므로, 그 수가 분자와 분모에서 약분되기 때문이다. 지수의 절대적 크기에는 의미가 없다. 의미는 언제나 두 지숫값의 비에 있다.
환율 — 이름과 방향이 반대인 수#
환율(exchange rate) 은 두 통화의 교환 비율이다. 한국에서 “환율”이라 하면 보통 원/달러, 곧 \(1\) 달러를 사는 데 드는 원화 금액을 뜻한다.
여기서 용어와 의미가 반대 방향이 된다. 원/달러 환율이 \(1{,}200\) 원에서 \(1{,}500\) 원으로 올랐다는 것은 달러 하나를 사는 데 원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뜻, 곧 원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곧 환율 상승은 원화 약세를 의미한다. 이름이 가리키는 방향과 뜻이 가리키는 방향이 서로 반대다.
이 관계는 수로 쓰면 명확해진다. 원화의 가치를 달러로 잰 값은 환율의 역수다.
환율의 상승률은 \(\dfrac{1{,}500 - 1{,}200}{1{,}200} = 25\%\) 인데, 원화 가치의 하락률은
환율 상승률은 \(25\%\), 원화 가치 하락률은 \(20\%\) 이며, 이는 앞 절의 구매력과 동일한 구조다. 환율이 \(1 + e\) 배가 되면 원화 가치는 \(\dfrac{1}{1+e}\) 배가 되고, 따라서
환율 상승률 \(e\) |
원화 가치 변화율 |
|---|---|
\(+10\%\) |
\(-9.09\%\) |
\(+25\%\) |
\(-20.00\%\) |
\(+50\%\) |
\(-33.33\%\) |
\(+100\%\) |
\(-50.00\%\) |
두 수 모두 옳다. 기준량으로 삼은 대상이 서로 다를 뿐이다. 환율 상승률의 기준량은 원으로 잰 달러값이고, 가치 하락률의 기준량은 달러로 잰 원화값이다. 같은 날의 두 기사가 서로 다른 수치를 제목으로 제시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시나리오 문제#
\(16\) 개 문제는 모두 새로운 수학을 요구하지 않는다. 각 문제에서 수행하는 작업은 동일하다. 문장에서 기준량을 찾아내고, 더할 자리인지 곱할 자리인지 판별하는 것이다. 별표는 난이도를 나타낸다. ★☆☆ 기본 · ★★☆ 표준 · ★★★ 도전.
문제 1 · 지수표 세 줄 ★☆☆#
상황 — 아침 뉴스에 표가 한 장 제시되었다. “소비자물가지수(\(2020\) 년 \(=100\))”라는 제목 아래 \(2020\) 년 \(100.0\), \(2023\) 년 \(111.2\), \(2024\) 년 \(114.0\) 이라고 적혀 있다. 진행자는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2.5\%\) 였다”고 말한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다음 질문이 올라온다. “\(114\) 면 \(14\%\) 오른 거 아닌가요? 왜 \(2.5\%\)라고 하죠?”
모형 설정 — 이 질문을 쓴 사람이 계산한 \(14\%\) 와 진행자가 말한 \(2.5\%\) 는 각각 무엇을 무엇으로 나눈 값인가. 둘 중 하나가 틀린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옳은데 서로 다른 것을 재고 있는지 먼저 판단하라. 그다음 \(2020\) 년에 \(1{,}000{,}000\) 원이던 장바구니가 \(2024\) 년에 얼마가 되었는지 구하라.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2024\) 년의 전년 대비 인플레이션율, 그리고 \(2024\) 년 장바구니 비용.
② 주어진 값 — 지수 \(I_{2020}=100.0\), \(I_{2023}=111.2\), \(I_{2024}=114.0\). 지수는 단위 없는 비율이고, 기준연도 값이 \(100\) 이다.
③ 관계식 — 누적 상승률은 기준연도를 분모로, 인플레이션율은 직전 해를 분모로 쓴다.
④ 사용 도구 — 제6장 증가율의 기준량, 제4장 소수 나눗셈
⑤ 모형의 한계 — 이 표는 “평균적인 장바구니”가 \(14\%\) 비싸졌다고 말할 뿐, 이 시청자가 실제로 사는 물건들이 \(14\%\) 비싸졌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표에는 장바구니의 내용물이 적혀 있지 않다.
풀이와 검산
누적 상승률(\(2020\) 년 대비 \(2024\) 년):
\(2024\) 년 인플레이션율(전년 대비): (계산기 사용)
\(2024\) 년 장바구니 비용:
답 — 둘 다 옳다. \(14.0\%\) 는 \(2020\) 년 대비 \(4\) 년 누적 상승률, \(2.52\%\) 는 \(2023\) 년 대비 한 해 상승률이다. \(2020\) 년에 \(1{,}000{,}000\) 원이던 장바구니는 \(2024\) 년에 \(1{,}140{,}000\) 원이 되었다.
검산 — \(111.2 \times 1.0252 = 114.00\). 전년 지수에 구한 상승률을 곱하면 올해 지수가 되돌아온다. 누적 쪽도 \(100 \times 1.14 = 114.0\) 으로 맞는다.
빈번한 오류 — \(\dfrac{2.8}{114.0} \approx 2.46\%\) 로 계산하는 것. 분자는 맞고 분모가 틀렸다. “\(111.2\) 에서 \(114.0\) 으로”의 조사가 기준량을 지목한다. 변하기 전 값이 분모다.
또 하나는 지수 \(114.0\) 을 “\(114\) 원”이나 “\(114\) 점”으로 읽는 것이다. 지수는 원을 원으로 나눈 값이라 단위가 없다. “\(1.14\) 배”라는 뜻만 갖는다.
확장 — \(4\) 년간 누적 상승률이 \(14.0\%\) 일 때 연평균 상승률은 \(14 \div 4 = 3.5\%\) 가 아니다. 상승률은 곱해서 쌓이므로 \(1.14^{1/4} - 1 \approx 3.33\%\) 다(계산기 사용). 검산: \(1.0333^4 \approx 1.140\). 산술평균은 언제나 기하평균보다 크거나 같다(해마다 상승률이 같을 때만 두 값이 일치하고, 그 밖에는 항상 산술평균이 크다).
문제 2 · 우리 동네 물가지수 ★★☆#
상황 — 어느 지역 상인회가 “우리 동네 물가지수”를 만들기로 했다. 대표적인 \(4\) 인 가구가 한 달에 사는 물건 다섯 가지를 골라 \(2024\) 년과 \(2025\) 년 가격을 조사했다. 회장은 다섯 품목의 상승률을 더해 \(5\) 로 나눈 \(10\%\) 를 발표하려 한다.
품목 |
한 달 수량 |
\(2024\) 년 가격 |
\(2025\) 년 가격 |
상승률 |
|---|---|---|---|---|
쌀 \(10\) kg |
\(1\) 포 |
\(30{,}000\) 원 |
\(31{,}500\) 원 |
\(+5\%\) |
계란 \(30\) 구 |
\(2\) 판 |
\(7{,}000\) 원 |
\(8{,}400\) 원 |
\(+20\%\) |
우유 \(1\) L |
\(10\) 개 |
\(2{,}500\) 원 |
\(2{,}750\) 원 |
\(+10\%\) |
라면 \(5\) 개입 |
\(4\) 묶음 |
\(4{,}000\) 원 |
\(4{,}600\) 원 |
\(+15\%\) |
시내버스 |
\(40\) 회 |
\(1{,}500\) 원 |
\(1{,}500\) 원 |
\(0\%\) |
모형 설정 — 회장의 \(10\%\) 는 무엇의 평균인가. 물가지수가 재려는 것이 “가격들의 평균”인지 “장바구니 비용”인지 먼저 정하라. 그 선택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어느 쪽이 이 가구의 살림에 일어난 일을 나타내는지 판단하라.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2024\) 년 \(= 100\) 으로 놓았을 때 \(2025\) 년 지수, 그리고 회장의 \(10\%\) 와 어긋나는 이유.
② 주어진 값 — 다섯 품목의 수량(고정)과 두 해의 가격. 수량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장바구니 비용의 변화는 오직 가격 변화다.
③ 관계식 — 각 해의 장바구니 비용을 먼저 구한 뒤 비를 만든다.
④ 사용 도구 — 제6장 비율, 제1장 곱셈은 “몇 묶음”
⑤ 모형의 한계 — 계란값이 \(20\%\) 오른 뒤에도 이 가구가 계속 \(2\) 판을 산다는 보장은 없다. 장바구니를 고정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비싸진 물건을 덜 사고 다른 것으로 갈아탈 가능성을 계산에서 제외하는 가정이다.
풀이와 검산
\(2024\) 년 장바구니:
합계 \(30{,}000 + 14{,}000 + 25{,}000 + 16{,}000 + 60{,}000 = 145{,}000\) 원.
\(2025\) 년 장바구니:
합계 \(31{,}500 + 16{,}800 + 27{,}500 + 18{,}400 + 60{,}000 = 154{,}200\) 원.
지수: (계산기 사용)
답 — \(2024\) 년 \(=100\) 기준으로 \(2025\) 년 지수는 약 \(106.3\), 곧 물가상승률 약 \(6.34\%\) 다. 회장의 \(10\%\) 는 지출 비중을 무시한 단순평균이므로 실제보다 크게 나온 값이다.
검산 — 늘어난 금액을 직접 더해 확인한다. 쌀 \(+1{,}500\), 계란 \(+2{,}800\), 우유 \(+2{,}500\), 라면 \(+2{,}400\), 버스 \(0\). 합이 \(9{,}200\) 원이고, \(154{,}200 - 145{,}000 = 9{,}200\) 원으로 일치한다. \(\dfrac{9{,}200}{145{,}000} \approx 0.0634\).
지출 비중으로 가중평균을 내도 같은 값이 나와야 한다. 비중은 \(\dfrac{30{,}000}{145{,}000} \approx 20.69\%\), \(9.66\%\), \(17.24\%\), \(11.03\%\), \(41.38\%\) 다.
빈번한 오류 — 상승률 다섯 개를 단순평균 내는 것. 가장 많이 오른 계란(\(+20\%\))의 지출 비중은 \(9.7\%\) 에 불과하고, 가격이 변하지 않은 버스는 비중이 \(41.4\%\) 다. 지수는 “가격들의 평균”이 아니라 “장바구니 비용의 비” 다.
확장 — 이 가구가 자가용을 사서 버스를 타지 않게 되는 경우를 계산한다. 버스가 빠진 장바구니는 \(2024\) 년 \(85{,}000\) 원, \(2025\) 년 \(94{,}200\) 원이 되어 상승률이 \(\dfrac{9{,}200}{85{,}000} \approx 10.8\%\) 로 오른다. 같은 가격표를 놓고도 장바구니가 달라지면 물가상승률이 달라진다. 문제 \(11\) 이 이 논점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문제 3 · 기준연도를 바꿔 오라는 지시 ★★☆#
상황 — 회사 보고서에 \(2015\) 년 \(=100\) 으로 만든 물가지수 계열이 실려 있다. 팀장의 지시는 다음과 같다. “우리 사업이 \(2020\) 년에 시작했으니 \(2020\) 년을 \(100\) 으로 바꿔서 다시 뽑아 주세요.” 옆자리 동료는 “기준을 바꾸면 상승률도 다 다시 계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연도 |
지수 (\(2015 = 100\)) |
|---|---|
\(2015\) |
\(100.0\) |
\(2018\) |
\(105.0\) |
\(2020\) |
\(112.0\) |
\(2023\) |
\(126.0\) |
\(2025\) |
\(134.4\) |
모형 설정 — 기준연도를 옮긴다는 것은 각 항에 무엇을 하는 연산인가. 모든 항에 같은 수를 곱하는 것인지, 각 항마다 다른 수를 더하는 것인지 판단하라. 그 답이 정해지면 동료의 질문에 대한 답도 함께 정해진다.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2020\) 년 \(=100\) 기준으로 다시 쓴 지수 다섯 개. 그리고 상승률이 바뀌는지 여부.
② 주어진 값 — \(2015\) 년 \(=100\) 기준 계열. 새 기준연도인 \(2020\) 년의 옛 지숫값이 \(112.0\).
③ 관계식 — 새 기준연도의 값이 \(100\) 이 되도록 계열 전체를 나눈다.
⑤ 모형의 한계 — 재기준화는 숫자를 다시 쓰는 연산이지 장바구니를 다시 짜는 작업이 아니다. 통계청이 실제로 기준연도를 개편할 때는 장바구니 품목과 가중치도 함께 바꾸기 때문에, 그때는 두 계열을 이렇게 단순히 이어 붙일 수 없다.
풀이와 검산
모든 항을 \(112.0\) 으로 나누고 \(100\) 을 곱한다.
연도 |
\(2015 = 100\) |
\(2020 = 100\) |
|---|---|---|
\(2015\) |
\(100.0\) |
\(89.29\) |
\(2018\) |
\(105.0\) |
\(93.75\) |
\(2020\) |
\(112.0\) |
\(100.00\) |
\(2023\) |
\(126.0\) |
\(112.50\) |
\(2025\) |
\(134.4\) |
\(120.00\) |
답 — 위 표의 오른쪽 열이다. 동료의 질문과 달리 상승률은 다시 계산할 필요가 없다. 재기준화로 상승률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검산 — \(2020 \to 2023\) 상승률을 두 기준으로 각각 계산한다.
옛 기준: \(\dfrac{126.0 - 112.0}{112.0} = \dfrac{14.0}{112.0} = 0.125 = 12.5\%\)
새 기준: \(\dfrac{112.50 - 100.00}{100.00} = 12.5\%\) — 같다.
\(2015 \to 2018\) 도 확인한다. 옛 기준 \(\dfrac{5.0}{100.0} = 5.0\%\), 새 기준 \(\dfrac{93.75 - 89.29}{89.29} = \dfrac{4.46}{89.29} \approx 5.0\%\) — 같다.
빈번한 오류 — 각 항에서 \(12\) 를 빼서 \(2020\) 년을 \(100\) 으로 맞추는 것(\(112 - 12 = 100\)). 그러면 \(2015\) 년이 \(88.0\), \(2025\) 년이 \(122.4\) 가 되는데, 이 계열로 \(2020 \to 2023\) 을 계산하면 \(\dfrac{114 - 100}{100} = 14\%\) 로 원래의 \(12.5\%\) 와 어긋난다. 지수는 비율이지 위치가 아니다. 비율을 옮길 때는 나누는 것이지 빼는 것이 아니다.
확장 — \(89.29\) 라는 수의 의미는 “\(2015\) 년 물가는 \(2020\) 년 물가의 \(89.29\%\) 수준”이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2015 \to 2020\) 사이에 \(\dfrac{100 - 89.29}{89.29} \approx 12.0\%\) 올랐다는 뜻이며, 이는 옛 기준의 \(\dfrac{112 - 100}{100} = 12.0\%\) 와 정확히 같다. \(100 - 89.29 = 10.71\) 을 보고 “\(10.7\%\) 올랐다”고 읽으면 안 된다. 기준량이 \(89.29\) 이지 \(100\) 이 아니다.
문제 4 · “물가 상승세 둔화”라는 제목 ★★☆#
상황 — 뉴스 자막에 “물가 상승률 \(3\) 년째 둔화”라고 제시되었다. \(2022\) 년 \(5.0\%\), \(2023\) 년 \(3.6\%\), \(2024\) 년 \(2.3\%\) 라는 수치가 함께 나온다. 그런데 시청자 게시판의 반응은 반대다. “둔화라고 하지만 장 보러 가면 \(3\) 년 전보다 훨씬 비싸다.” 두 진술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모형 설정 — “둔화”라는 말이 가리키는 것은 지수인가 지수의 변화율인가. 그리고 시청자가 체감하는 것은 어느 쪽인가. 이 둘을 구분한 다음, \(2021\) 년 말을 \(100\) 으로 놓고 \(3\) 년 뒤의 지수를 구하라. 세 상승률을 더할 것인지 곱할 것인지 판단하라.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3\) 년간 누적 물가 상승률, 그리고 “둔화”와 “더 비싸다”가 동시에 참일 수 있는 이유.
② 주어진 값 — 연도별 인플레이션율 \(5.0\%,\ 3.6\%,\ 2.3\%\). 세 수 모두 양수다.
③ 관계식 — 각 해의 상승은 직전 해 수준을 기준량으로 삼으므로 배율이 곱해진다.
④ 사용 도구 — 제7장 거듭제곱, 제6장 퍼센트는 곱하는 인자
⑤ 모형의 한계 — 인플레이션율이 왜 \(5.0\%\) 에서 \(2.3\%\) 로 내려왔는지는 이 계산에 없다. 금리를 올렸기 때문인지, 국제 유가가 떨어졌기 때문인지, 공급망이 정상화됐기 때문인지 — 원인은 이 수치 바깥에 있다.
풀이와 검산
지수를 한 해씩 쌓아 간다. \(2021\) 년 말 \(= 100\) 으로 놓는다.
누적 배율은 \(1.05 \times 1.036 \times 1.023 \approx 1.1128\), 곧 \(11.28\%\) 상승이다.
단순합은 \(5.0 + 3.6 + 2.3 = 10.9\%\) 로 \(0.38\) 퍼센트포인트 작다.
\(3\) 년 전에 보관해 둔 현금 \(1{,}000{,}000\) 원의 구매력은 (계산기 사용)
답 — 둘 다 참이다. 인플레이션율(변화율)은 \(5.0 \to 3.6 \to 2.3\) 으로 내려갔고, 물가지수(수준)는 \(100 \to 105.00 \to 108.78 \to 111.28\) 로 계속 올랐다. \(3\) 년 누적 \(11.28\%\) 상승이다. 보관해 둔 \(100\) 만 원은 약 \(89.9\) 만 원어치가 되었다.
검산 — \(111.28 \div 108.78 = 1.0230\), \(108.78 \div 105.00 = 1.0360\), \(105.00 \div 100 = 1.0500\). 세 상승률이 그대로 되돌아온다. 구매력 쪽도 \(898{,}634 \times 1.1128 \approx 1{,}000{,}000\) 원이다.
빈번한 오류 — 첫째, 세 상승률을 더하는 것(\(10.9\%\)). 물가가 낮을 때는 오차가 작지만 해가 쌓일수록 벌어진다. 둘째, “상승률이 낮아졌다”를 “물가가 내렸다”로 읽는 것. 물가가 내리려면 인플레이션율이 음수가 되어야 한다(디플레이션). 셋째, 물가가 \(11.28\%\) 올랐으니 구매력이 \(11.28\%\) 줄었다고 계산하는 것. 구매력은 역수이므로 \(10.14\%\) 감소다.
확장 — 이 \(3\) 년의 연평균 상승률을 구한다. 단순평균은 \(\dfrac{10.9}{3} \approx 3.633\%\) 이고, 정확한 기하평균은 \(1.1128^{1/3} - 1 \approx 3.627\%\) 다(계산기 사용). 차이는 \(0.006\) 퍼센트포인트다. 수가 작을 때는 산술평균이 기하평균의 좋은 근사가 된다. 실질 증가율의 근사식이 성립하는 조건과 같은 사정이다.
문제 5 · 김밥 몇 줄 ★☆☆#
상황 — 대학생 박지현은 한 달 점심값 예산을 \(200{,}000\) 원으로 정해 놓았다. 학교 앞 김밥집이 한 줄 \(4{,}000\) 원 하던 것을 \(5{,}000\) 원으로 올렸다. 가게 사장은 “\(1{,}000\) 원밖에 올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모형 설정 — 지현이 잃은 것을 “원”으로 잴 것인가 “줄”로 잴 것인가. 두 가지 방식으로 각각 계산하고, 나온 두 퍼센트가 왜 다른지 설명하라. 어느 쪽이 지현의 점심에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판단하라.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가격 인상 전후에 살 수 있는 김밥 줄 수, 그 감소율, 그리고 가격 상승률과의 관계.
② 주어진 값 — 예산 \(200{,}000\) 원(고정), 가격 \(4{,}000 \to 5{,}000\) 원.
③ 관계식 — 살 수 있는 개수는 “예산 안에 가격이 몇 번 들어가는가”다.
④ 사용 도구 — 제1장 나눗셈은 “몇 묶음”, 제6장 증가율·감소율
⑤ 모형의 한계 — 지현이 김밥 \(40\) 줄로 한 달을 채울지, 예산을 늘릴지, 더 싼 것으로 갈아탈지는 이 식이 다루지 않는다. 예산을 고정한다는 가정 자체가 하나의 선택이다.
풀이와 검산
가격 상승률:
줄 수 감소율:
답 — \(50\) 줄에서 \(40\) 줄로 줄었다. 가격은 \(25\%\) 올랐지만 살 수 있는 양은 \(20\%\) 줄었다. 두 수가 다른 것은 기준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은 옛 가격 \(4{,}000\) 원, 뒤는 옛 개수 \(50\) 줄이 분모다. 구매력은 가격의 역수로 움직인다: \(\dfrac{1}{1.25} = 0.8\).
검산 — \(40 \times 5{,}000 = 200{,}000\) 원으로 예산을 정확히 다 쓴다. 그리고 \(50 \times 0.8 = 40\) 줄로 역수 관계도 맞는다.
빈번한 오류 — “\(25\%\) 올랐으니 \(25\%\) 덜 먹게 된다”고 답하는 것. 그러면 \(50 \times 0.75 = 37.5\) 줄이 되는데, \(200{,}000 \div 5{,}000\) 은 \(40\) 이다. 가격은 곱해지고 개수는 나눠지므로 두 비율은 같아질 수 없다. \(+25\%\) 에 대응하는 값은 \(-20\%\) 다.
확장 — 지현이 \(50\) 줄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예산이 얼마여야 하는지 구한다. \(50 \times 5{,}000 = 250{,}000\) 원, 곧 \(25\%\) 증액이 필요하다.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한 소득 증가율은 가격 상승률과 같다. 임금 협상에서 “물가상승률만큼”이라는 말의 정확한 뜻이 이것이다. 이 문제의 구조는 뒤에 나올 환율(문제 \(16\))과 동일하다.
문제 6 · 월급은 올랐는데 ★★☆#
상황 — 김민수는 \(2025\) 년 초 연봉 협상에서 \(3\%\) 인상을 받았다. \(2024\) 년 연봉 \(36{,}000{,}000\) 원이 \(2025\) 년 \(37{,}080{,}000\) 원이 되었다.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은 늘었으나 연말 저축액은 오히려 줄었다. 그해 물가상승률은 \(4.0\%\) 였다.
모형 설정 — 명목 인상률 \(3\%\) 와 물가상승률 \(4\%\) 를 어떻게 결합해야 실질 변화가 나오는가. 빼는 것과 나누는 것 중 어느 쪽이 정의에 맞는지 먼저 정하고, 두 방법의 답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하라. 그리고 “물가만큼 올랐다면 얼마여야 했는가”라는 질문으로 검산할 경로를 미리 잡아 두라.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실질임금 증가율, \(2024\) 년 물가로 환산한 \(2025\) 년 실질 연봉, 그리고 부족액.
② 주어진 값 — \(W_{2024} = 36{,}000{,}000\) 원, \(W_{2025} = 37{,}080{,}000\) 원, \(g = 3.0\%\), \(\pi = 4.0\%\).
③ 관계식 —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을 물가수준으로 나눈 것이므로, 실질 증가율은 두 배율의 비다.
④ 사용 도구 — 제6장 백분율, 제3장 분수 나눗셈, 제4장 소수
⑤ 모형의 한계 — 이 계산은 \(-0.96\%\) 라는 수를 줄 뿐, 김민수가 실제로 무엇을 포기하게 되는지는 나타내지 않는다. 소득 수준에 따라 같은 \(-1\%\) 가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르다는 사실도 이 식에는 들어 있지 않다.
풀이와 검산
정확한 실질 증가율: (계산기 사용)
근사식으로는 \(3.0 - 4.0 = -1.0\) 퍼센트포인트다. 차이는 \(0.04\) 퍼센트포인트로 작다.
\(2024\) 년 물가 기준으로 환산한 \(2025\) 년 실질 연봉:
\(2024\) 년 실질 연봉은 \(36{,}000{,}000\) 원(그해 물가가 기준)이므로
답 — 실질임금은 약 \(0.96\%\) 감소했다. \(2024\) 년 물가로 환산하면 약 \(34.6\) 만 원어치가 줄어든 값이다. 명목으로는 \(108\) 만 원 올랐지만 실질로는 음수다.
검산 — 두 방향으로 확인한다.
첫째, 물가만큼만 올랐다면 필요한 연봉은 \(36{,}000{,}000 \times 1.04 = 37{,}440{,}000\) 원이다. 실제는 \(37{,}080{,}000\) 원이므로 \(360{,}000\) 원 부족하다. 이 부족액을 필요액에 대한 비율로 보면 \(\dfrac{360{,}000}{37{,}440{,}000} \approx 0.96\%\) 로, 위에서 구한 값과 일치한다.
둘째, \(36{,}000{,}000 \times 0.990385 \approx 35{,}653{,}846\) 원. 실질 연봉이 되돌아온다.
빈번한 오류 — 첫째, “\(3\%\) 올랐으니 좋아졌다”는 명목 기준의 판단. 둘째, \(-1\%\) 와 \(-0.96\%\) 를 같은 것으로 여기는 것. 이 물가 수준에서는 두 값이 거의 같지만, 왜 거의 같은지를 모르면 물가가 두 자릿수인 상황에서 같은 방식이 틀린 답을 준다. 셋째, \(\dfrac{346{,}154}{37{,}080{,}000} \approx 0.93\%\) 로 계산하는 것. 기준량은 변하기 전인 \(2024\) 년 실질 연봉이다.
확장 — 실질임금을 유지하려면 인상률이 몇 퍼센트여야 하는지 구한다. \(r = 0\) 이 되려면 \(1 + g = 1 + \pi\), 곧 \(g = 4.0\%\) 이고 연봉은 \(37{,}440{,}000\) 원이다. 협상에서 물가상승률이 먼저 언급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 수가 실질임금이 변하지 않는 경계선이기 때문이다.
문제 7 · 라면값 \(20\) 년 ★★☆#
상황 — 한 가정에서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간다. “\(2005\) 년엔 라면 한 봉지가 \(500\) 원이었다. 지금은 \(1{,}200\) 원이니 예전이 살기 좋았다.” 통계표를 확인하면 소비자물가지수(\(2020\) 년 \(=100\))가 \(2005\) 년 \(74.0\), \(2025\) 년 \(111.0\) 이다.
모형 설정 — 라면이 “비싸졌다”고 말하려면 무엇과 비교해야 하는가. \(500\) 원과 \(1{,}200\) 원을 직접 비교할 것인가, 아니면 \(500\) 원을 \(2025\) 년의 돈으로 환산한 뒤 비교할 것인가. 두 방식이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는 것을 먼저 확인하고, 위 진술이 둘 중 어느 것을 주장하는지 판단하라.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라면값의 명목 상승률, 전반적 물가의 상승률, 그리고 둘을 견준 실질(상대) 가격의 변화.
② 주어진 값 — 라면 \(500 \to 1{,}200\) 원. 물가지수 \(74.0 \to 111.0\).
③ 관계식 — 두 배율을 각각 만든 뒤 나눈다.
⑤ 모형의 한계 — \(2005\) 년의 라면과 \(2025\) 년의 라면이 같은 물건인지는 이 계산이 판단하지 못한다. 봉지 무게, 건더기, 위생 기준이 달라졌다면 이 계산은 서로 다른 두 물건의 가격을 비교하고 있는 것이 된다. 물가 통계가 가장 다루기 어려워하는 문제가 이 품질 변화다.
풀이와 검산
명목 배율:
물가 배율:
\(2005\) 년 \(500\) 원을 \(2025\) 년의 돈으로 환산하면
실질 배율:
답 — 라면값은 명목으로 \(2.4\) 배(\(+140\%\)) 올랐고, 그 사이 물가 전반은 \(1.5\) 배 올랐다. 다른 물건들에 견주면 라면은 \(1.6\) 배, 곧 \(60\%\) 비싸졌다. 라면이 실제로 비싸진 것은 맞으나, \(140\%\) 중 절반가량은 라면 자체가 아니라 화폐 단위의 크기가 변한 몫이다.
검산 — \(750 \times 1.6 = 1{,}200\) 원으로 \(2025\) 년 실제 가격이 되돌아온다. 그리고 두 경로(\(1{,}200 \div 750\) 과 \(2.4 \div 1.5\))가 같은 \(1.6\) 을 준다.
빈번한 오류 — 배율을 빼는 것: \(2.4 - 1.5 = 0.9\). 배율은 곱하고 나누는 수이지 더하고 빼는 수가 아니다. 퍼센트로 계산해도 마찬가지다. \(140\% - 50\% = 90\%\) 는 실질 상승률이 아니다. 정확한 실질 상승률은 \(\dfrac{1 + 1.40}{1 + 0.50} - 1 = 0.6\), 곧 \(60\%\) 다. 물가가 \(50\%\) 오른 상황에서는 뺄셈 근사의 오차(\(30\) 퍼센트포인트)가 답 전체를 바꾼다.
확장 — \(2025\) 년 라면값이 \(750\) 원이었다면 실질 가격은 \(20\) 년 전과 정확히 같다. 명목으로는 \(50\%\) 올랐는데도 그렇다. “실질 기준 사상 최저”라는 서술이 근거로 삼는 계산이 이것이다. 반대로 \(2025\) 년 지수가 \(148.0\) 이었다면 물가 배율이 \(2.0\) 이 되어 라면의 실질 배율은 \(\dfrac{2.4}{2.0} = 1.2\), 곧 \(20\%\) 상승에 그친다.
문제 8 · 이자를 받았는데 손해 ★★☆#
상황 — 퇴직한 이순자 씨가 목돈 \(100{,}000{,}000\) 원을 \(1\) 년 만기 정기예금에 넣었다. 금리는 연 \(3.5\%\) 이고, 만기에 이자 \(3{,}500{,}000\) 원이 붙었다. 그해 물가상승률은 \(3.0\%\) 였다. 은행 직원은 “물가보다 \(0.5\%\) 포인트 앞섰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자소득세 \(15.4\%\) 는 아직 계산에 들어가 있지 않다.
모형 설정 — “물가를 이겼는가”를 판단하려면 무엇과 무엇을 견줘야 하는가. 세금을 넣기 전과 후 중 어느 쪽이 이순자 씨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정하라. 그리고 실질수익률을 뺄셈으로 구할지 나눗셈으로 구할지 정하고, 두 방식의 차이가 이 문제에서 결론을 뒤집을 만한지 확인하라.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세전·세후 실질수익률, 그리고 만기 원리금의 실질 가치.
② 주어진 값 — 원금 \(100{,}000{,}000\) 원, 명목금리 \(i = 3.5\%\), 물가상승률 \(\pi = 3.0\%\), 이자소득세율 \(15.4\%\).
③ 관계식 — 피셔 방정식. 세후 명목금리를 먼저 만든 뒤 물가로 나눈다.
④ 사용 도구 — 제6장 백분율, 제4장 소수 곱셈, 제3장 분수 나눗셈
⑤ 모형의 한계 — 이순자 씨가 예금에 가입하던 시점에는 그해 물가가 \(3.0\%\) 오를지 확정되어 있지 않았다. 여기서 구한 것은 사후 실질수익률이지, 가입 당시에 계산할 수 있었던 값이 아니다. 물가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이 식 바깥의 문제다.
풀이와 검산
세전으로 먼저 계산한다. (계산기 사용)
근사식으로는 \(3.5 - 3.0 = 0.5\) 퍼센트포인트다. 차이는 \(0.015\) 퍼센트포인트에 불과하다.
만기 원리금 \(103{,}500{,}000\) 원의 실질 가치는
원금보다 약 \(485{,}437\) 원 늘었다. 세금을 넣기 전까지는 실질수익률이 양수다.
이제 세금을 반영한다. 이자에만 과세하므로
세후 명목수익률은 \(2.961\%\) 다. 만기 원리금은 \(102{,}961{,}000\) 원이다.
답 — 세전 실질수익률은 약 \(+0.49\%\) 이지만, 이자소득세를 반영한 세후 실질수익률은 약 \(-0.038\%\) 다. 원금의 실질 가치가 \(37{,}864\) 원 줄었다. 물가상승률을 넘어선 것이 아니라 근소하게 미치지 못했다.
검산 — \(99{,}962{,}136 \times 1.03 \approx 102{,}961{,}000\) 원으로 세후 원리금이 되돌아온다. 그리고 \(\dfrac{-37{,}864}{100{,}000{,}000} = -0.0379\%\) 로, 비율 계산과 금액 계산이 서로 일치한다.
빈번한 오류 — 첫째, 세금을 원리금 전체에 매기는 것(\(103{,}500{,}000 \times 0.154\)). 이자소득세는 이자에만 붙는다. 둘째, 근사식 때문에 결론이 뒤집혔다고 판단하는 것. 세전이든 세후든 근사와 정확식의 차이는 \(0.02\) 퍼센트포인트 안쪽이다. 결론을 바꾼 것은 근사가 아니라 세금이다. 계산 방식의 문제와 누락된 항목의 문제는 구별해야 한다.
확장 — 세후 실질수익률을 \(0\) 으로 만드는 명목금리를 구한다. \(i_{\text{세후}} = 3.0\%\) 가 되어야 하므로 \(i \times 0.846 = 0.03\), 곧 \(i \approx 3.546\%\) 다. 물가가 \(3\%\) 인 조건에서 실질 가치가 유지되는 예금 금리는 \(3\%\) 가 아니라 약 \(3.55\%\) 다. 물가가 \(6\%\) 라면 \(i \approx 7.09\%\) 가 필요하다. 물가가 오를수록 세금이 차지하는 실질 몫도 함께 커진다.
문제 9 · 최저임금과 두 개의 물가 ★★★#
상황 — 최저시급이 \(10{,}030\) 원에서 \(10{,}320\) 원으로 오른다고 하자. 정부 발표문에는 “인상”이라고 적혀 있고, 노동계는 “실질적으로는 삭감”이라고 말한다. 그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2\%\) 로 발표됐다. 그런데 이 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의 지출은 식료품과 월세에 집중되어 있어, 그 품목들만 놓고 계산하면 물가상승률이 \(4.0\%\) 다. 월 소정근로시간은 \(209\) 시간이다.
모형 설정 — “실질 인상률”이라는 하나의 수가 있는가, 아니면 나누는 물가지수에 따라 여러 개인가. 지표물가와 이 노동자의 장바구니 물가 중 어느 것으로 나누는 것이 “이 사람에게 일어난 일”인지 정하라. 그리고 답을 퍼센트로만 낼지 월 급여 금액으로도 낼지, 어느 쪽이 논점을 더 분명하게 하는지 판단하라.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명목 인상률, 두 가지 물가로 각각 잰 실질 인상률, 그리고 월 급여로 환산한 실질 변화액.
② 주어진 값 — 시급 \(10{,}030 \to 10{,}320\) 원, 월 \(209\) 시간, \(\pi_{\text{지표}} = 2.2\%\), \(\pi_{\text{장바구니}} = 4.0\%\).
③ 관계식 — 명목 인상률 \(g = \dfrac{10{,}320 - 10{,}030}{10{,}030}\) 을 구한 뒤, 각각의 물가로 나눈다.
④ 사용 도구 — 제6장 증가율, 제3장 분수 나눗셈, 제4장 소수
⑤ 모형의 한계 —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줄어드는지, 물가를 더 밀어 올리는지는 이 계산에 들어 있지 않다. 또 이 식은 “시급 \(\times\) 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인상 후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월 소득 자체가 달라진다. 여기서 구하는 것은 시간당 임금의 실질 변화다.
풀이와 검산
명목 인상률: (계산기 사용)
지표물가(\(2.2\%\))로 나눌 때:
장바구니 물가(\(4.0\%\))로 나눌 때:
월 급여로 환산한다.
명목으로 \(60{,}610\) 원 인상이다.
지표물가로 환산한 실질 월급: \(\dfrac{2{,}156{,}880}{1.022} \approx 2{,}110{,}450\) 원 → 실질 \(+14{,}180\) 원.
장바구니 물가로 환산한 실질 월급: \(\dfrac{2{,}156{,}880}{1.04} \approx 2{,}073{,}923\) 원 → 실질 \(-22{,}347\) 원.
답 — 명목으로는 월 \(60{,}610\) 원 인상이 맞다. 그러나 실질로 보면 지표물가 기준 \(+0.68\%\)(월 약 \(1.4\) 만 원)이고, 이 노동자가 실제로 소비하는 품목의 물가로 계산하면 \(-1.07\%\)(월 약 \(2.2\) 만 원 감소)다. 정부와 노동계는 서로 다른 분모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 한쪽이 계산을 틀린 것이 아니다.
검산 — 비율과 금액이 맞물리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2{,}110{,}450 \times 1.022 \approx 2{,}156{,}879\) 원, \(2{,}073{,}923 \times 1.04 \approx 2{,}156{,}880\) 원으로 명목 월급이 되돌아온다.
빈번한 오류 — 첫째, “실질 인상률”을 유일한 하나의 수로 여기는 것. 실질값은 어떤 물가로 나누었는가가 함께 제시되어야 정의가 완결된다. 분모를 밝히지 않은 실질값은 정보가 불완전한 서술이다.
둘째, \(2.89 - 2.2 = 0.69\) 와 \(2.89 - 4.0 = -1.11\) 이라는 근삿값을 정확값과 혼동하는 것. 이 물가 수준에서 오차는 각각 \(0.01\), \(0.04\) 퍼센트포인트로 작아 결론은 바뀌지 않지만, 근삿값에 “정확히”라는 표현을 붙여서는 안 된다.
셋째, 명목 인상액 \(60{,}610\) 원을 그대로 “생활이 나아진 금액”으로 읽는 것. 그중 대부분은 물가 상승분이 차지한다.
확장 — 이 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유지되려면 시급이 얼마여야 하는지 구한다. \(10{,}030 \times 1.04 = 10{,}431.2\) 원, 곧 약 \(10{,}431\) 원이다. 실제 \(10{,}320\) 원과의 차이는 시간당 약 \(111\) 원이고, 월 \(209\) 시간이면 약 \(23{,}200\) 원이다. 임금 협상에서 “어느 물가지수를 쓸 것인가”가 첫 번째 쟁점이 되는 이유가 이 계산에 있다.
문제 10 · 물가가 내리면 빚은 가벼워질까 ★★★#
상황 — 자영업자 윤미경 씨가 \(2024\) 년 초에 사업자금 \(100{,}000{,}000\) 원을 연 \(4\%\) 고정금리, \(3\) 년 만기로 빌렸다. 이자는 매년 갚고 원금은 만기에 한 번에 갚는 조건이다. “디플레이션 우려”라는 보도가 나오자 이웃 상인은 “물가가 내리면 돈의 값이 오르니 빚 갚기가 쉬워지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두 가지 경우를 비교한다. 경우 A — \(3\) 년간 물가가 매년 \(3\%\) 오른다. 경우 B — \(3\) 년간 물가가 매년 \(2\%\) 내린다.
모형 설정 — 만기에 갚아야 할 금액은 두 경우 모두 \(100{,}000{,}000\) 원으로 같다. 그렇다면 “부담”이 달라진다고 말할 때 무엇이 달라지는 것인가. 명목 금액을 무엇으로 나누어야 부담이 되는지 정하라. 그리고 이웃 상인의 진술 — “돈 값이 오르면 빚 갚기가 쉽다” — 이 어디까지 맞고 어디서 어긋나는지 가려내라. 돈의 값이 오르는 것과 빚 갚기가 쉬워지는 것이 같은 말인지, 그리고 값이 오른 돈으로 이득을 보는 쪽은 그 돈을 받는 쪽인지 갚는 쪽인지 판단하라.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두 경우에서 만기 원금 \(1\) 억 원의 실질 부담, 그리고 각 경우의 실질금리.
② 주어진 값 — 명목 원금 \(100{,}000{,}000\) 원(고정), 명목금리 \(4\%\)(고정), 경우 A는 \(\pi = +3\%\), 경우 B는 \(\pi = -2\%\), 기간 \(3\) 년.
③ 관계식 — \(3\) 년 누적 물가 배율을 먼저 만든다.
④ 사용 도구 — 제7장 거듭제곱, 제5장 음수(물가상승률이 음수일 때), 제3장 분수 나눗셈
⑤ 모형의 한계 — 이 계산은 윤미경 씨의 매출이 물가와 함께 움직인다고 암묵적으로 가정한다. 실제로 디플레이션에서 매출이 물가보다 더 크게 줄어들 수도, 덜 줄어들 수도 있다. 또 이 식은 상환 능력이 사라지는 상황(부도)을 표현하지 못한다. 실질 부담이 \(6\%\) 늘어난 것과 가게가 문을 닫는 것은 다른 사건이다.
풀이와 검산
경우 A — 매년 \(+3\%\)
실질금리: \(\dfrac{1.04}{1.03} - 1 \approx 0.9709\%\)
경우 B — 매년 \(-2\%\)
실질금리: \(\dfrac{1.04}{0.98} - 1 \approx 6.1224\%\)
답 — 명목 원금은 두 경우 모두 \(1\) 억 원으로 같다. 그러나 실질 부담은 경우 A에서 약 \(9{,}151\) 만 원(약 \(849\) 만 원 감소), 경우 B에서 약 \(1\) 억 \(625\) 만 원(약 \(625\) 만 원 증가)이다. 연 실질금리로 보면 \(0.97\%\) 대 \(6.12\%\) 로 여섯 배 넘게 차이가 난다. 원금의 실질 부담 자체는 \(9{,}151\) 만 원 대 \(1\) 억 \(625\) 만 원으로 약 \(16\%\) 차이지만, 명목금리가 \(4\%\) 로 같은데도 해마다 부담하는 실질 이자의 크기는 이만큼 벌어진다. 두 수는 서로 다른 대상을 재고 있으므로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이웃 상인의 진술 중 성립하는 것은 앞부분이다. 물가가 내리면 돈의 값이 오르는 것은 맞다. 그러나 값이 오른 돈으로 이득을 보는 쪽은 그 돈을 받을 채권자이고, 그 돈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는 손해를 본다. 따라서 “빚 갚기가 쉬워진다”는 뒷부분은 채무자인 윤미경 씨에게는 반대로 성립한다.
검산 — \(91{,}514{,}166 \times 1.092727 \approx 100{,}000{,}000\) 원, \(106{,}248{,}247 \times 0.941192 \approx 100{,}000{,}000\) 원. 두 실질값에 각각의 물가 배율을 곱하면 명목 원금이 되돌아온다.
실질금리도 확인한다. 경우 B에서 근사식은 \(4 - (-2) = 6\) 퍼센트포인트이고 정확값은 \(6.12\%\) 다. 물가상승률이 음수여도 식은 그대로 성립한다.
빈번한 오류 — 첫째, 디플레이션에서 물가 배율을 \(1 - 0.06 = 0.94\) 로 근사하는 것. 정확히는 \((0.98)^3 = 0.941192\) 다. 둘째, 실질 부담을 구할 때 나누지 않고 곱하는 것(\(100{,}000{,}000 \times 0.941192 = 94{,}119{,}200\) 원). 그러면 디플레이션이 채무자에게 유리하다는 반대의 결론이 나온다. 명목 금액을 실질로 바꿀 때는 물가로 나눈다. 화폐 단위가 커지면 나눗셈의 몫이 커진다. 셋째, “\(-2\%\) 물가”를 다루면서 부호를 놓치는 것. 제5장의 음수가 여기서 쓰인다.
확장 — 매년 갚는 이자 \(4{,}000{,}000\) 원의 실질 부담도 함께 커진다. 경우 B에서 \(1\) 년 차 \(\dfrac{4{,}000{,}000}{0.98} \approx 4{,}081{,}633\) 원, \(2\) 년 차 \(\dfrac{4{,}000{,}000}{0.9604} \approx 4{,}164{,}931\) 원, \(3\) 년 차 \(\dfrac{4{,}000{,}000}{0.941192} \approx 4{,}249{,}930\) 원으로 합이 약 \(1{,}250\) 만 원이다. 경우 A에서는 같은 계산이 약 \(1{,}131\) 만 원이 된다.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더해진다. 명목금리는 \(0\) 아래로 내려가기 어렵다(제로금리 하한). 그래서 물가상승률이 \(-2\%\) 인 상황에서는 명목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실질금리를 \(2\%\) 아래로 내릴 수 없다. 디플레이션이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는 이유의 하나가 이것이다.
문제 11 · 체감물가와 지표물가 ★★★#
상황 — 통계청이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 \(2.8\%\)”라고 발표했다. 네 식구를 부양하는 최영호 씨는 “장을 보면 \(10\%\) 는 올랐다”고 말한다. 품목별 상승률과 두 가지 지출 비중이 아래 표에 있다. 왼쪽은 전국 평균 가구의 비중(지표를 만들 때 쓰는 가중치)이고, 오른쪽은 최영호 씨 가구의 실제 지출 비중이다. 이 가구는 자가용이 없다.
품목 |
가격 상승률 |
지표 가중치 |
최영호 씨 가구 |
|---|---|---|---|
식료품·비주류음료 |
\(+8\%\) |
\(15\%\) |
\(25\%\) |
음식·숙박(외식) |
\(+6\%\) |
\(15\%\) |
\(25\%\) |
주거·수도·전기 |
\(+4\%\) |
\(20\%\) |
\(25\%\) |
교통 |
\(-5\%\) |
\(10\%\) |
\(3\%\) |
그 밖의 모든 것 |
\(+1\%\) |
\(40\%\) |
\(22\%\) |
합계 |
\(100\%\) |
\(100\%\) |
모형 설정 — 발표된 \(2.8\%\) 와 최영호 씨의 체감 사이의 간격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야 한다. 가중치가 달라서 생기는 부분과 계산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먼저 최영호 씨 가구의 가중치로 물가상승률을 다시 계산하라. 그 값이 \(10\%\) 에 도달하는가. 도달하지 않는다면 남은 간격은 무엇으로 설명되는가.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최영호 씨 가구의 가중치로 계산한 물가상승률, 그리고 그것이 지표와 갈라지는 이유.
② 주어진 값 — 품목별 상승률(두 가구에 동일), 두 벌의 가중치(각각 합이 \(100\%\)).
③ 관계식 — 물가상승률은 품목별 상승률의 가중평균이다.
④ 사용 도구 — 제6장 비중과 가중평균, 제5장 음수(교통 \(-5\%\)), 제4장 소수 곱셈
⑤ 모형의 한계 — 가중치를 맞춰도 남는 간격이 있다. 사람은 자주 사는 물건의 가격 변화를 더 크게 기억하고(계란값은 매주 확인하지만 통신비는 자동이체된다), 내린 가격보다 오른 가격을 더 잘 기억한다. 이 비대칭적 기억은 가중평균 식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체감물가에는 인지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풀이와 검산
지표 가중치로:
합계 \(1.20 + 0.90 + 0.80 - 0.50 + 0.40 = 2.80\), 곧 \(2.8\%\). 발표값과 일치한다.
최영호 씨 가구 가중치로:
합계 \(2.00 + 1.50 + 1.00 - 0.15 + 0.22 = 4.57\), 곧 \(4.57\%\).
답 — 같은 가격표를 놓고도 최영호 씨 가구의 물가상승률은 \(4.57\%\) 로, 지표의 \(2.8\%\) 보다 \(1.77\) 퍼센트포인트 높다. 배수로는 약 \(1.63\) 배다. 이유는 두 가지다. 많이 오른 품목(식료품 \(+8\%\), 외식 \(+6\%\))에 지출이 집중되어 있고, 유일하게 내린 품목(교통 \(-5\%\))의 지출 비중이 거의 없다.
그러나 \(4.57\%\) 는 \(10\%\) 가 아니다. 나머지 약 \(5.4\) 퍼센트포인트는 가중치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간격은 기억의 비대칭, 곧 오른 가격을 더 오래 더 자주 떠올리는 성질에서 온다.
검산 — 두 가중치 합이 각각 \(1\) 인지 먼저 확인한다. \(15+15+20+10+40 = 100\), \(25+25+25+3+22 = 100\) 으로 둘 다 맞는다. 가중치의 합이 \(1\) 이 아니면 가중평균이 아니다.
또 하나의 확인 방법이 있다. 모든 품목의 상승률이 \(8\%\) 로 같다면 어느 가중치를 써도 답은 \(8\%\) 여야 한다. 상승률이 공통이면 그것을 밖으로 묶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호 씨 가구의 가중치로 실제 숫자를 넣어 확인하면
가중평균이 반드시 만족해야 하는 성질이 이것이다. 가중치의 합이 \(1\) 이기 때문에 성립하는 것이지, 가중치가 서로 같아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빈번한 오류 — 첫째, 교통의 \(-5\%\) 를 부호 없이 더하는 것. 지표 쪽이 \(3.8\%\) 로 커져 발표값과 어긋난다. 내린 품목은 지수를 끌어내린다.
둘째, 지표물가가 “틀렸다”고 결론짓는 것. \(2.8\%\) 는 평균 가구에 대해 정확한 수다. 문제는 정확성이 아니라 평균 가구에 해당하는 개별 가구가 실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표는 정의대로 계산된 값이지만, 어떤 개별 가구에 대해서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체감이 \(10\%\) 이므로 실제 물가는 \(10\%\)”라고 결론짓는 것. 체감은 측정된 데이터가 아니다.
확장 — 자가용을 쓰는 가구를 하나 더 놓고 계산한다. 교통 비중이 \(25\%\) 이고 식료품이 \(10\%\), 외식 \(10\%\), 주거 \(15\%\), 나머지 \(40\%\) 라면
\(1.15\%\) 다. 최영호 씨의 \(4.57\%\) 와 같은 해, 같은 나라, 같은 가격표에서 나온 수다. 모든 가구에 공통인 하나의 물가는 없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것은 그 분포의 가중 중심이다.
문제 12 · 쿠폰 두 장 ★☆☆#
상황 — 온라인몰에서 정가 \(80{,}000\) 원짜리 코트를 고른 서지우의 쿠폰함에 두 장이 들어 있다. “신규회원 \(20\%\) 할인”과 “가을 시즌 \(25\%\) 추가 할인”이며, 중복 사용이 가능하다고 안내되어 있다. 고객센터 챗봇은 “\(45\%\) 할인 적용됩니다”라고 답한다. 결제창에는 다른 금액이 표시되어 있다.
모형 설정 — 두 쿠폰의 할인율을 더할 것인가 곱할 것인가. 그 판단은 “두 번째 \(25\%\) 는 무엇의 \(25\%\) 인가”라는 질문 하나로 결정된다. 두 쿠폰을 적용하는 순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지는지도 함께 확인하라.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최종 결제 금액과 실제 총 할인율.
② 주어진 값 — 정가 \(80{,}000\) 원, 할인 \(20\%\) 와 \(25\%\), 중복 적용 가능.
③ 관계식 — 할인은 “빼는 금액”이 아니라 “남는 비율”을 곱하는 연산이다.
④ 사용 도구 — 제6장 할인은 남은 비율의 곱셈, 제4장 소수 곱셈
⑤ 모형의 한계 — 정가 \(80{,}000\) 원이 실제 거래 가격인지는 이 계산에 들어 있지 않다. 할인율을 크게 표시하기 위해 정가를 먼저 올려 두는 관행이 있다면, \(40\%\) 라는 수는 계산으로는 정확하되 실질적인 의미를 갖지 못한다.
풀이와 검산
총 할인율:
챗봇이 말한 \(45\%\) 라면 \(80{,}000 \times 0.55 = 44{,}000\) 원이어야 한다. \(4{,}000\) 원 차이가 난다.
답 — 실제 할인율은 \(40\%\), 결제 금액은 \(48{,}000\) 원이다. 챗봇이 두 할인율을 더한 것이 오류다. 순서를 바꿔도 결과는 같다: \(80{,}000 \times 0.75 = 60{,}000\), \(60{,}000 \times 0.80 = 48{,}000\) 원. 곱셈의 순서는 결과를 바꾸지 않는다.
검산 — \(0.80 \times 0.75 = 0.60\). 남는 비율이 \(60\%\) 이므로 할인은 \(40\%\) 다. \(80{,}000 \times 0.6 = 48{,}000\) 원.
빈번한 오류 — 할인율을 더하는 것. 두 번째 \(25\%\) 는 정가 \(80{,}000\) 원의 \(25\%\)(\(20{,}000\) 원)가 아니라, 이미 깎인 \(64{,}000\) 원의 \(25\%\)(\(16{,}000\) 원)다. 기준량이 도중에 바뀌었다. 물가에서 두 해 상승률을 더하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유이며, 방향만 반대다.
확장 — 쿠폰이 세 장(\(20\%\), \(25\%\), \(10\%\))인 경우를 계산한다. \(0.80 \times 0.75 \times 0.90 = 0.54\) 이므로 \(46\%\) 할인, \(80{,}000 \times 0.54 = 43{,}200\) 원이다. 단순합 \(55\%\)(\(36{,}000\) 원)와는 \(7{,}200\) 원 차이가 난다. 겹치는 장 수가 늘수록 “더하기”의 오차는 커진다.
역방향으로, 총 \(45\%\) 할인이 되게 하는 두 번째 쿠폰의 할인율을 구한다. \(0.80 \times x = 0.55\) 에서 \(x = 0.6875\), 곧 \(31.25\%\) 할인 쿠폰이 필요하다.
문제 13 · 세금계산서를 끊어야 하는데 ★☆☆#
상황 — 프리랜서 디자이너 한서준이 작업을 끝내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려 한다. 계약서에는 “총 \(3{,}300{,}000\) 원(부가세 포함)”이라고만 적혀 있는데, 계산서 양식에는 공급가액과 세액을 따로 적게 되어 있다. 한서준은 \(3{,}300{,}000\) 원에서 \(10\%\) 를 빼서 \(2{,}970{,}000\) 원을 공급가액 칸에 적으려 한다.
모형 설정 — \(10\%\) 를 붙인 것을 되돌리는 연산이 \(10\%\) 를 빼는 연산과 같은가. “부가세가 붙기 전 금액”을 미지수로 두면 어떤 식이 세워지는지 확인하라. 그리고 그 식을 푸는 것과 \(0.9\) 를 곱하는 것이 왜 다른 답을 주는지 설명하라.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공급가액(세전 금액)과 부가세액.
② 주어진 값 — 부가세 포함 총액 \(3{,}300{,}000\) 원, 부가가치세율 \(10\%\). 부가가치세(VAT) 는 공급가액에 \(10\%\) 를 더해 매기는 세금이다.
③ 관계식 — 공급가액을 \(x\) 라 두면 \(x\) 에 \(10\%\) 가 더해져 총액이 된 것이다.
④ 사용 도구 — 제6장 기준량 찾기, 제10장 일차방정식, 제4장 소수 나눗셈
⑤ 모형의 한계 — 이 계약이 “부가세 포함”인지 “별도”인지는 계산이 아니라 계약서가 정하는 문제다. 같은 \(3{,}300{,}000\) 원이라도 “별도”라면 실제 받을 금액은 \(3{,}630{,}000\) 원이 된다.
풀이와 검산
부가세액:
한서준이 하려던 계산은
으로, 실제 공급가액보다 \(30{,}000\) 원 적다.
답 — 공급가액 \(3{,}000{,}000\) 원, 세액 \(300{,}000\) 원이다. \(10\%\) 를 붙인 것을 되돌리려면 \(0.9\) 를 곱하는 것이 아니라 \(1.1\) 로 나눠야 한다.
검산 — \(3{,}000{,}000 \times 1.1 = 3{,}300{,}000\) 원으로 원래 총액이 되돌아온다. 한서준의 방식으로 검산하면 \(2{,}970{,}000 \times 1.1 = 3{,}267{,}000\) 원으로 \(33{,}000\) 원이 부족하다. 검산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오류다.
빈번한 오류 — 붙일 때의 \(10\%\) 와 뗄 때의 \(10\%\) 를 같은 금액으로 여기는 것. 붙일 때의 기준량은 \(3{,}000{,}000\) 원이라 \(300{,}000\) 원이지만, 뗄 때 \(3{,}300{,}000\) 원을 기준으로 잡으면 \(330{,}000\) 원이 되어 \(30{,}000\) 원이 더 깎인다. 기준량이 다르면 같은 퍼센트도 다른 금액이다.
실무에서는 다음 암산 규칙을 쓴다. 부가세 포함가를 \(11\) 로 나누면 세액이다. \(3{,}300{,}000 \div 11 = 300{,}000\) 원. 영수증에 “합계 \(22{,}000\) 원, 부가세 \(2{,}000\) 원”이라 표시되는 것도 같은 계산이다(\(22{,}000 \div 11 = 2{,}000\)).
확장 — 포함가에서 세율 \(t\) 를 되돌리려면 몇 퍼센트를 빼야 하는지 구한다.
\(t = 10\%\) 이면 \(\dfrac{0.1}{1.1} \approx 9.09\%\) 다. 실제로 \(3{,}300{,}000 \times 0.0909 \approx 300{,}000\) 원이다. 부가세율이 \(20\%\) 인 나라라면 \(\dfrac{0.2}{1.2} \approx 16.67\%\) 를 빼야 한다. 이 \(\dfrac{t}{1+t}\) 는 구매력과 환율에서 본 \(\dfrac{-e}{1+e}\) 와 같은 형태의 식이다. 곱한 것을 되돌리면 언제나 \(1+t\) 가 분모에 남는다.
문제 14 · “\(1\%\) 올랐는데 이자가 \(25\%\) 늘었다” ★★☆#
상황 — 한 인터넷 매체가 “실업률이 \(2.8\%\) 에서 \(3.5\%\) 로 \(0.7\%\) 올랐다”고 썼다. 같은 날 다른 기사에는 “기준금리 \(3.0\%\) 에서 \(3.5\%\) 로 \(0.5\%\) 포인트 인상”이라고 적혀 있다. 두 표현은 서로 다르다. 한편 변동금리로 \(300{,}000{,}000\) 원을 빌린 박세영 씨는 금리가 \(4.0\%\) 에서 \(5.0\%\) 로 바뀐 통지서를 받고 “금리는 \(1\%\) 올랐다는데 이자는 \(25\%\) 늘었다. 은행이 계산을 잘못한 것 아닌가”라고 문의한다.
모형 설정 — “\(0.7\%\) 올랐다”와 “\(0.7\%\) 포인트 올랐다”는 서로 다른 두 사건을 가리킨다. 각각이 어떤 계산을 뜻하는지 수로 쓰라. 그리고 박세영 씨의 \(1\%\) 와 \(25\%\) 는 각각 무엇을 기준량으로 삼은 비율인지, 두 수가 같은 대상을 재고 있는지부터 판단하라.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실업률 변화를 퍼센트포인트와 퍼센트로 각각 표현한 값, 그리고 박세영 씨의 이자 증가율.
② 주어진 값 — 실업률 \(2.8\% \to 3.5\%\), 기준금리 \(3.0\% \to 3.5\%\), 대출 \(300{,}000{,}000\) 원의 금리 \(4.0\% \to 5.0\%\).
③ 관계식 — 두 백분율의 차이는 퍼센트포인트, 두 백분율의 비는 퍼센트다.
⑤ 모형의 한계 — 실업률이 \(2.8\%\) 에서 \(3.5\%\) 로 오른 것이 어느 정도의 사회적 사건인지는 이 계산에 없다. \(0.7\) 퍼센트포인트가 몇 명인지는 경제활동인구를 알아야 나오고, 그 사람들이 어떤 처지인지는 어떤 비율로도 표현되지 않는다.
풀이와 검산
실업률.
퍼센트포인트로: \(3.5 - 2.8 = 0.7\ \%\text{p}\)
퍼센트로: \(\dfrac{3.5 - 2.8}{2.8} = \dfrac{0.7}{2.8} = 0.25 = 25\%\) 증가
기사의 표현대로 “\(0.7\%\) 올랐다”면 \(2.8 \times 1.007 = 2.8196\%\) 가 되어야 한다. 이는 사실상 변화가 없다는 뜻이 되어, 기사가 서술하려던 규모와 크게 어긋난다.
박세영 씨의 대출.
답 — 실업률은 \(0.7\) 퍼센트포인트 상승이자 \(25\%\) 증가다. 박세영 씨의 금리는 \(1\) 퍼센트포인트 올랐고, 그 결과 이자는 \(25\%\) 늘었다. 은행의 계산에는 오류가 없다. “\(1\%\)”와 “\(25\%\)”는 서로 다른 것에 대한 비율이다. 앞의 것은 금리라는 비율 자체의 크기 차이(\(5 - 4\))이고, 뒤의 것은 옛 금리 \(4\%\) 를 기준량으로 삼은 변화율이다.
검산 — \(4\% \times 1.25 = 5\%\) 로 금리가 \(25\%\) 늘어 새 금리가 된다. 이자도 \(12{,}000{,}000 \times 1.25 = 15{,}000{,}000\) 원이다. 원금이 고정이므로 이자 증가율과 금리 증가율은 반드시 같다.
빈번한 오류 — 첫째, 퍼센트로 표시된 값들끼리의 차이를 “퍼센트”라 부르는 것. 물가상승률이 \(3\%\) 에서 \(2\%\) 로 낮아진 것도 “\(1\%\) 하락”이 아니라 “\(1\) 퍼센트포인트 하락”이고, 비율로는 \(\dfrac{1}{3} \approx 33.3\%\) 감소다.
둘째, 반대 방향의 오해로 “\(25\%\) 는 과장된 표현”이라고 판단하는 것. 기준량이 \(4\%\) 로 작으므로 \(1\) 퍼센트포인트만 움직여도 비율로는 큰 값이 된다. 작은 수를 기준량으로 삼으면 퍼센트는 쉽게 커진다.
확장 — 이 구조는 금리가 낮을수록 뚜렷해진다. 금리가 \(0.5\%\) 에서 \(1.5\%\) 로 오르면 \(1\) 퍼센트포인트 상승이지만 이자는 \(200\%\) 증가, 곧 세 배가 된다. 반대로 금리가 \(10\%\) 에서 \(11\%\) 로 오르면 같은 \(1\) 퍼센트포인트인데 이자 증가는 \(10\%\) 에 그친다. 기사 제목이 “퍼센트포인트”를 쓰는지 “퍼센트”를 쓰는지에 따라 같은 사건이 다른 크기로 읽히는 이유다.
문제 15 · 해외직구가 남는 장사인가 ★☆☆#
상황 — 최유진이 미국 온라인 상점에서 헤드폰을 발견했다. 물건값 \(\$149\), 미국 내 배송비를 포함한 국제배송비 \(\$15\) 다. 미국에서 개인이 쓸 목적으로 들여오는 물건은 물품값이 \(\$200\) 이하면 관세와 부가세가 붙지 않는다고 하자. 같은 모델의 국내 정식 판매가는 \(259{,}000\) 원이고, 환율은 \(1\) 달러에 \(1{,}380\) 원이다.
모형 설정 — 두 금액을 견주려면 먼저 같은 통화로 옮겨야 한다. 달러를 원으로 바꿀 것인가, 원을 달러로 바꿀 것인가. 어느 쪽이든 답은 같지만, 두 번째 질문(“환율이 얼마가 되면 직구가 손해인가”)을 풀기에 유리한 쪽이 있다. 그 질문에서 무엇을 미지수로 둘지 먼저 정하라.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직구 총액의 원화 환산액, 국내가 대비 절약률, 그리고 손익이 뒤집히는 환율.
② 주어진 값 — \(\$149 + \$15 = \$164\), 환율 \(1{,}380\) 원/달러, 국내가 \(259{,}000\) 원, 관세·부가세 없음.
③ 관계식 — 환율은 “달러 하나당 원”이므로 달러에 곱하면 원이 된다.
④ 사용 도구 — 제6장 단위 약분, 제10장 일차방정식
⑤ 모형의 한계 — 배송 기간, 국내 정식 사후관리를 받지 못하는 위험, 반품 비용은 어느 쪽 금액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32{,}680\) 원의 차액이 그 위험을 감당할 만한지는 계산이 아니라 판단의 영역이다.
풀이와 검산
직구 총액:
절약액과 절약률: (계산기 사용)
손익분기 환율:
답 — 직구하면 \(226{,}320\) 원으로, 국내가보다 \(32{,}680\) 원(\(12.62\%\)) 싸다. 환율이 약 \(1{,}579\) 원을 넘어서면 직구가 더 비싸진다.
검산 — \(164 \times 1{,}579 = 258{,}956\) 원으로 국내가보다 \(44\) 원 싸고, \(164 \times 1{,}580 = 259{,}120\) 원으로 \(120\) 원 비싸다. 경계가 두 값 사이에 있다.
빈번한 오류 — 배송비를 환산에서 빠뜨리는 것(\(149 \times 1{,}380 = 205{,}620\) 원). 그러면 절약률이 \(20.6\%\) 로 크게 나온다. 또 하나는 환율로 나누는 것(\(164 \div 1{,}380\))이다. 환율의 단위가 “원/달러”이므로 달러에 곱해야 달러가 약분되고 원이 남는다. 단위를 분수처럼 다루면 곱할지 나눌지를 판별할 수 있다.
확장 — 손익분기점까지 환율이 몇 퍼센트 올라야 하는지 구한다.
여유는 \(14.4\%\) 다. 그런데 실제 카드 결제에는 해외 이용 수수료와 환전 스프레드(살 때와 팔 때의 환율 차이, 곧 환전 수수료에 해당하는 폭)가 붙어, 고시환율(은행이 기준으로 삼아 게시하는 매매기준율)보다 \(1\sim2\%\) 높은 환율이 적용된다. \(1.5\%\) 를 더해 \(1{,}380 \times 1.015 = 1{,}400.7\) 원으로 계산하면 총액은 \(164 \times 1{,}400.7 \approx 229{,}715\) 원, 절약액은 \(29{,}285\) 원(\(11.31\%\))으로 줄어든다. 환율 계산에서 누락되는 것은 대개 환율 자체가 아니라 환율에 더해지는 비용들이다.
문제 16 · 같은 날, 다른 숫자 ★★★#
상황 — 같은 날 두 신문의 제목이 다음과 같다. A지 “원/달러 환율, \(1\) 년 새 \(25\%\) 급등”. B지 “원화 가치, \(1\) 년 새 \(20\%\) 추락”. 두 기사 본문이 인용한 수치는 동일하다. \(1\) 년 전 \(1{,}200\) 원, 지금 \(1{,}500\) 원이다. 독자 게시판에는 “\(25\) 와 \(20\) 중 무엇이 맞는가, 한쪽이 오보 아닌가”라는 질문이 올라온다.
모형 설정 — 두 신문이 잰 대상이 같은 것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환율”과 “원화 가치”를 각각 수로 쓰면 무엇이 되는가. 두 수 사이에 어떤 연산 관계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 각각의 변화율을 계산할 때 기준량이 무엇인지 밝혀라. 그리고 두 답을 잇는 일반식을 세우라.
모형화 다섯 단계
① 미지량 — 환율 상승률과 원화 가치 하락률, 그리고 둘을 잇는 일반식.
② 주어진 값 — 원/달러 \(1{,}200 \to 1{,}500\). 원/달러는 “\(1\) 달러를 사는 데 드는 원”이고, 그 역수는 “\(1\) 원으로 살 수 있는 달러”, 곧 달러로 잰 원화의 가치다.
③ 관계식 — 두 계열을 따로 만든 뒤 각각 변화율을 구한다.
④ 사용 도구 — 제6장 기준량, 제3장 분수의 분수(역수), 제19장 유리식 정리
⑤ 모형의 한계 — 환율이 왜 \(300\) 원 올랐는지는 이 계산에 들어 있지 않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서인지, 수출이 줄어서인지, 시장의 기대가 바뀐 것인지는 이 두 수에 담기지 않는다. 또 “원화 가치 하락”이 이 나라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도 이 식은 답하지 않는다. 수출 기업과 유학생 학부모에게 그 답은 서로 반대다.
풀이와 검산
A지의 수 — 환율 상승률.
기준량은 \(1\) 년 전 환율 \(1{,}200\) 원이다.
B지의 수 — 달러로 잰 원화 가치의 변화율.
곧 \(20\%\) 하락이다. 기준량은 \(1\) 년 전 원화 가치 \(0.000833\) 달러다.
두 수를 잇는 일반식. 환율이 \(1 + e\) 배가 되면 원화 가치는 그 역수 배가 되므로
\(e = 0.25\) 를 넣으면 \(d = \dfrac{-0.25}{1.25} = -0.20\) 이다. 반대로 정리하면 \(e = \dfrac{-d}{1 + d}\) 이고, \(d = -0.20\) 에서 \(e = \dfrac{0.20}{0.80} = 0.25\) 다.
답 — 오보가 아니다. 둘 다 맞다. \(25\%\) 와 \(20\%\) 는 서로 다른 기준량 위에서 계산된 수다. A지는 원으로 잰 달러값의 변화율을, B지는 달러로 잰 원화값의 변화율을 썼다. 두 수는 \(d = \dfrac{-e}{1+e}\) 로 정확히 연결되어 있다.
검산 — \(1{,}200 \times 1.25 = 1{,}500\) 원, 그리고 \(0.000833 \times 0.80 \approx 0.000667\) 달러로 두 계열 모두 되돌아온다. 또 \(\dfrac{1}{1.25} = 0.8\) 이므로 역수 관계도 맞는다.
빈번한 오류 — 첫째, “환율이 올랐으니 원화가 강해졌다”고 읽는 것. 이름과 뜻이 반대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가 비싸진 것, 곧 원화가 싸진 것이다. 둘째, \(25\%\) 와 \(20\%\) 중 하나가 틀렸다고 단정하는 것. 셋째, 두 수의 차이를 \(5\) 퍼센트포인트로 놓고 의미를 찾으려는 것. 두 수는 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역수 관계다.
확장 — \(1997\) 년 말 외환위기 때 원/달러 환율은 \(800\) 원대에서 한때 \(1{,}960\) 원까지 올랐다. 환율 상승률은
원화 가치 하락률은
\(145\%\) 와 \(59.2\%\) 는 같은 사건을 나타낸 두 수다. 변화가 클수록 두 수의 간격은 크게 벌어진다. \(d = \dfrac{-e}{1+e}\) 에서 \(e\) 가 아무리 커져도 \(d\) 는 \(-100\%\) 를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치는 \(0\) 아래로 내려갈 수 없다. 반대로 환율 상승률에는 위쪽 한계가 없다.
이 비대칭은 문제 \(5\) 의 김밥, 그리고 구매력 표에서 본 것과 동일한 구조다. 값이 커지는 쪽에는 한계가 없고, 그 역수가 줄어드는 쪽에는 \(0\) 이라는 하한이 있다.
적용 범위와 한계#
물가지수는 여러 가격을 하나의 수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생략한 값이다. 무엇이 생략되었는지 알아야 그 수를 정확히 사용할 수 있다.
평균 가구는 실재하지 않는다. 문제 \(11\) 에서 확인한 대로, 같은 해 같은 가격표에서 어떤 가구는 \(1.15\%\), 어떤 가구는 \(4.57\%\) 를 겪는다. 발표되는 \(2.8\%\) 는 그 분포의 가중 중심이지 특정 가구의 경험이 아니다. “지표가 틀렸다”와 “지표가 나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서로 다른 진술이다.
장바구니를 고정한다는 가정. 소고기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산다. 그런데 장바구니를 고정한 지수는 여전히 소고기를 같은 양만큼 사고 있다고 계산한다. 그래서 이런 방식의 지수는 실제 생계비 상승보다 조금 크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대체 편의라 한다. 반대로, 오래 고정된 장바구니는 새로 등장한 상품이나 새로운 소비 방식을 담지 못한다.
품질이 변한 물건을 같은 물건으로 센다. \(10\) 년 전 \(100\) 만 원짜리 노트북과 지금 \(100\) 만 원짜리 노트북은 가격표만 같다. 통계기관은 품질 조정이라는 보정을 하지만, 그 보정 자체가 판단을 요구한다. 문제 \(7\) 의 라면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자산 가격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집값과 주가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전월세는 일부 반영된다). “물가는 \(2\%\) 밖에 안 올랐다는데 집값은 \(20\%\) 올랐다”는 인식이 생기는 구조적 이유가 이것이다. 소비하는 것의 값과 소유하는 것의 값은 다른 지수로 잰다.
왜 물가가 오르는지는 이 장에 없다. 수요가 늘어서인지, 공급이 막혀서인지, 통화가 많이 풀려서인지, 사람들이 오를 것이라 예상해서인지 — 원인은 하나의 비율로 표현되지 않는다. 이 장은 “얼마나”를 재는 도구만 제공하며 “왜”는 다루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누구에게 이득이고 누구에게 손해인지도 답하지 않는다. 문제 \(10\) 에서 확인한 대로 인플레이션은 채무자에게서 채권자에게로 이전되던 실질 가치를 채무자 쪽에 남긴다. 물가에 연동되지 않는 고정 지급형 연금이나 명목이 고정된 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은 물가가 오를 때마다 실질 소득이 줄어든다. 통장에 찍히는 명목 금액은 그대로인데 그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국민연금처럼 급여액이 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연동되는 경우에는 이 손실이 상당 부분 상쇄된다). \(2\%\) 라는 하나의 수 뒤에는 이득을 보는 쪽과 손해를 보는 쪽이 함께 있다. 그 분배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수학이 아니라 가치판단의 문제다.
수준과 변화율을 섞지 않는다. 물가지수는 수준이고 인플레이션율은 그 변화율이다. 이 둘의 관계는 제24장에서 다룬 함수와 변화율의 관계와 같은 구조다. 상승률이 줄어드는 것과 값이 줄어드는 것은 서로 다른 사건이며, 이 혼동은 경제 기사를 읽을 때 가장 빈번한 오류 중 하나다.
그리고 근사식의 적용 범위는 좁다. \(r \approx i - \pi\) 는 물가가 낮을 때만 성립한다. 정확식 \(\dfrac{1+i}{1+\pi} - 1\) 을 함께 알고 있어야 언제 근사를 써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근사식만 외운 경우에는 근사가 성립하지 않는 구간을 식별하지 못한다.
요약과 다음 장#
이 장에서 새로 도입한 수학은 없다. 제6장의 비율과 제3장의 나눗셈을 경제의 언어로 옮겨 읽었을 뿐이다. 남길 것은 네 문장이다.
첫째, 지수는 단위 없는 비율이다. \(114.0\) 은 금액이 아니라 “기준연도의 \(1.14\) 배”다. 지수 자체의 크기에는 의미가 없고, 의미는 두 지숫값의 비에만 있다. 그래서 기준연도를 바꿔도 상승률은 변하지 않는다.
둘째, 실질로 가는 길은 뺄셈이 아니라 나눗셈이다.
임금이든 금리든 가격이든 동일하다. \(r \approx g - \pi\) 는 \(\pi\) 가 작을 때만 쓰는 근사이고, 그 근사가 어디서 성립하지 않는지는 정확식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셋째, 퍼센트는 곱하는 인자다. \(+20\%\) 는 \(\times 1.2\) 다. 그래서 두 해의 상승률은 곱해서 쌓이고, 두 장의 쿠폰도 곱해서 겹치며, 올린 뒤 같은 비율로 내려도 처음 값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원인은 언제나 하나다. 기준량이 도중에 바뀐다.
넷째, 곱셈의 뒷면에는 언제나 역수가 있다. 물가가 \(1.25\) 배면 구매력은 \(0.8\) 배, 환율이 \(1.25\) 배면 원화 가치는 \(0.8\) 배, 부가세 \(10\%\) 를 붙인 것을 되돌리려면 \(9.09\%\) 를 뺀다. \(+25\%\) 에 대응하는 값은 \(-20\%\) 이지 \(-25\%\) 가 아니다. 이 비대칭을 정확히 적용하면 경제 기사에서 발생하는 오독의 상당 부분이 제거된다.
그리고 이 장이 다루지 않고 남겨 둔 것이 하나 있다. 앞에서 “\(3\) 년 뒤의 \(1\) 억 원”을 물가로 나눠 실질 가치를 구했지만, 물가가 전혀 오르지 않는다 해도 \(3\) 년 뒤의 \(1\) 억 원은 오늘의 \(1\) 억 원과 같지 않다. 시간 자체에 값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제39장에서 그 값을 다룬다. 복리가 왜 덧셈이 아니라 거듭제곱인지(제7장), 미래의 돈을 오늘의 돈으로 되돌리는 할인이 왜 이 장의 “물가로 나누기”와 같은 구조인지, 그리고 제22장의 지수함수와 로그가 어디서 등장하는지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