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요소시장 — 노동·자본과 소득분배¶
대학을 갓 졸업한 두 친구를 떠올려 보자. 한 사람은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로 취업해 첫해에 연봉 6,000만 원을 받고, 다른 한 사람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시급 1만 원 남짓을 받는다. 둘 다 하루 여덟 시간, 한 달 스무날 남짓 성실하게 일하는데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 어떤 사람은 '노력의 차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운과 배경의 차이’라고 하며, 또 어떤 사람은 '착취’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경제학은 이 세 가지 대답을 모두 부분적으로 담아내면서도, 그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설명을 제시한다. 임금은 결국 하나의 가격(price) 이며, 다른 모든 가격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파는 시장, 즉 산출물시장(output market)을 주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 재화를 만들기 위해 기업은 반대편 시장에서 노동·자본·토지 같은 생산요소(factors of production) 를 사야 한다. 이 시장이 바로 생산요소시장(factor market) 이다. 여기서는 지금까지의 역할이 뒤바뀐다. 산출물시장에서 공급자였던 기업이 요소시장에서는 수요자가 되고, 산출물시장에서 수요자였던 가계가 요소시장에서는 노동과 자본을 공급하는 공급자가 된다. 우리가 매달 받는 임금·이자·지대·이윤은 모두 이 요소시장에서 결정되는 요소가격이며, 한 사회의 소득이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가는가 하는 소득분배(income distribution) 문제 역시 근본적으로 요소시장의 작동에서 비롯된다. 이 장은 임금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에서 출발해, 자본과 토지의 대가를 거쳐, 마침내 한 나라의 소득 불평등을 숫자로 측정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9.1 요소시장의 특징: 파생수요와 한계생산가치¶
생산요소시장이 일반 재화시장과 근본적으로 다른 첫 번째 특징은, 요소에 대한 수요가 그 자체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요소가 만들어 내는 산출물에 대한 수요에서 파생된다는 점이다. 이를 파생수요(derived demand) 라 한다.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노동 그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노동자가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팔려 이윤을 남기기 때문이다. 바리스타에 대한 수요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하기 때문에 생기고, 조선소 용접공에 대한 수요는 세계가 선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생긴다. 따라서 커피 소비가 줄면 바리스타 고용이 줄고, 세계 물동량이 늘면 용접공 임금이 오른다. 요소시장을 이해하려면 언제나 그 요소가 봉사하는 산출물시장을 함께 보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파생수요라는 개념이 주는 첫 번째 교훈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노동자를 정확히 몇 명까지 고용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노동자 한 명을 더 고용할 때 기업이 얻는 이득과 치러야 하는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노동자 한 명을 추가로 고용하면 산출량이 얼마나 늘어나는가를 나타내는 것이 한계생산(marginal product of labor, ) 이다. 예를 들어 어느 빵집에서 제빵사를 한 명 더 뽑았더니 하루 빵 생산이 40개 늘었다면 그 노동자의 한계생산은 40개다. 그런데 기업의 관심사는 빵의 개수가 아니라 돈이다. 그 40개의 빵이 시장에서 개당 2,500원에 팔린다면, 그 노동자가 기업에 벌어다 주는 추가 수입은 원이 된다. 이렇게 한계생산에 산출물 가격을 곱한 값, 즉 노동자 한 명이 추가로 벌어다 주는 금액을 한계생산가치(value of marginal product, ) 라 한다.
여기서 은 노동의 한계생산, 는 산출물의 시장가격이다. 완전경쟁 산출물시장에서는 산출물 가격 가 곧 한계수입이므로, 이 은 노동자 한 명을 더 고용할 때 기업이 얻는 한계수입생산(marginal revenue product, ) 과 일치한다.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가져 산출물 가격을 스스로 낮춰야 판매를 늘릴 수 있는 경우에는 대신 한계수입 을 써서 로 계산하며, 이때 은 보다 작아진다. 우리의 논의에서는 우선 완전경쟁을 가정해 두 값을 같은 것으로 다루겠다.
이제 기업의 고용 결정 원리는 매우 단순해진다. 기업은 노동자 한 명을 더 고용할 때 얻는 한계생산가치가 그를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 즉 시장임금 보다 크기만 하면 계속 고용을 늘린다. 반대로 가 되면 그 노동자는 자기 몸값만큼 벌어 주지 못하므로 고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기업의 최적 고용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이 조건이 왜 노동수요곡선이 되는지 생각해 보자. 노동은 다른 요소와 마찬가지로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marginal product) 을 따른다. 다른 요소(예컨대 공장 설비)를 고정한 채 노동자만 계속 늘리면, 처음에는 분업의 이득으로 한계생산이 클 수 있지만 곧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기계·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이 점점 줄어든다. 이 감소하면 도 우하향한다. 즉 임금이 높을 때는 아주 생산적인 소수만 고용할 가치가 있고, 임금이 낮아질수록 덜 생산적인 노동자까지 고용할 만해진다. 그러므로 우하향하는 곡선이 곧 기업의 노동수요곡선이며, 이를 수평으로 합하면 시장 전체의 노동수요곡선이 된다. 임금이 오르면 요소수요량이 줄고 임금이 내리면 늘어난다는, 산출물시장에서 익숙했던 수요법칙이 요소시장에서도 그대로 성립하는 것이다.
9.2 노동시장의 균형¶
요소수요를 이해했으니 이제 그 반대편, 노동을 공급하는 가계를 보자. 노동공급(labor supply) 은 가계가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의 문제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은 크게 일하는 시간과 일하지 않는 시간(여가)으로 나뉜다. 임금은 여가의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이다. 시급이 오르면 한 시간을 쉬는 대가로 포기하는 돈이 커지므로, 사람들은 여가를 줄이고 노동을 늘리려 한다. 이 힘을 대체효과(substitution effect) 라 하며, 이것이 노동공급곡선을 우상향하게 만드는 주된 이유다. 물론 임금이 아주 높아지면 이미 소득이 넉넉해져 여가를 더 누리고 싶어지는 소득효과(income effect) 가 대체효과를 압도해, 개인 차원에서는 임금이 올라도 노동시간을 줄이는 후방굴절(backward-bending) 구간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전체로 보면 임금 상승이 새로운 사람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시장 노동공급곡선은 일반적으로 우상향한다고 본다.
노동수요와 노동공급이 만나면 균형임금(equilibrium wage) 과 균형고용량(equilibrium employment) 이 결정된다. 이 균형에서는 그 임금 수준에 일하고자 하는 사람의 수와 기업이 고용하고자 하는 사람의 수가 정확히 일치한다. 만약 임금이 균형보다 높으면 일하려는 사람이 기업이 원하는 것보다 많아 초과공급(실업) 이 생기고, 그 압력으로 임금이 내려간다. 반대로 임금이 균형보다 낮으면 기업이 원하는 노동자를 다 구하지 못하는 초과수요(인력난) 가 생겨 임금이 올라간다. 이 조정을 통해 시장은 자연스럽게 균형으로 수렴한다.
이 원리를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하기 위해, 어느 노동시장을 다음과 같이 단순화해 보자. 노동수요곡선은 한계생산가치를 반영하여 로 우하향하고, 노동공급곡선은 로 우상향한다고 하자(여기서 은 고용량, 는 임금 수준이며 단위는 임의의 지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래 코드는 이 두 곡선의 교점에서 균형을 찾고, 뒤에서 다룰 최저임금의 효과까지 한 그림에 담아 계산한다.
import numpy as np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import matplotlib.font_manager as fm
import logging
_av={f.name for f in fm.fontManager.ttflist}
for _f in ['Malgun Gothic','AppleGothic','NanumGothic','Noto Sans CJK KR','Noto Sans KR']:
if _f in _av: plt.rcParams['font.family']=_f; break
plt.rcParams['axes.unicode_minus']=False
logging.getLogger('matplotlib.font_manager').setLevel(logging.ERROR)
# 노동수요(한계생산가치 VMP): W=100-2L, 노동공급: W=20+2L
Lstar=(100-20)/4; Wstar=100-2*Lstar # 균형 L=20, W=60
Wmin=80
Ld=(100-Wmin)/2; Ls=(Wmin-20)/2 # 최저임금에서 수요/공급
unemp=Ls-Ld
print(f'시장균형: 고용 L={Lstar:.0f}, 임금 W={Wstar:.0f}')
print(f'최저임금 W={Wmin} 부과 시: 노동수요 {Ld:.0f}, 노동공급 {Ls:.0f}, 실업 {unemp:.0f}')
L=np.linspace(0,40,200)
fig, ax=plt.subplots(figsize=(9,6))
ax.plot(L,100-2*L,color='#2563eb',lw=2.4,label='노동수요 (한계생산가치 VMP)')
ax.plot(L,20+2*L,color='#dc2626',lw=2.4,label='노동공급')
ax.plot(Lstar,Wstar,'ko',ms=8); ax.annotate('균형',(Lstar,Wstar),xytext=(8,8),textcoords='offset points',fontweight='bold')
ax.axhline(Wmin,color='#7c3aed',ls='--',lw=1.8,label=f'최저임금 W={Wmin}')
ax.plot([Ld,Ls],[Wmin,Wmin],'o',color='#7c3aed')
ax.annotate('노동수요',(Ld,Wmin),xytext=(-10,-18),textcoords='offset points',color='#5b21b6')
ax.annotate('노동공급',(Ls,Wmin),xytext=(4,-18),textcoords='offset points',color='#5b21b6')
ax.annotate('', xy=(Ls,Wmin+3), xytext=(Ld,Wmin+3), arrowprops=dict(arrowstyle='<->',color='#b45309'))
ax.text((Ld+Ls)/2,Wmin+5,'실업(초과공급)',ha='center',color='#b45309')
ax.set_title('노동시장 균형과 최저임금',fontweight='bold')
ax.set_xlabel('노동량 L (고용)'); ax.set_ylabel('임금 W'); ax.set_xlim(0,40); ax.set_ylim(0,100); ax.legend()
plt.tight_layout(); plt.show()시장균형: 고용 L=20, 임금 W=60
최저임금 W=80 부과 시: 노동수요 10, 노동공급 30, 실업 20

그림과 출력이 보여 주는 시장균형부터 읽어 보자. 노동수요 과 노동공급 을 연립하면 , 즉 에서 균형고용 , 이를 어느 식에든 대입하면 균형임금 이 나온다. 그림에서 파란 우하향 곡선(노동수요=한계생산가치)과 붉은 우상향 곡선(노동공급)이 만나는 검은 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이 균형에서 마지막으로 고용된 노동자의 한계생산가치는 정확히 그가 받는 임금 60과 같다. 다시 말해 시장임금 60은 '그 노동자가 사회에 추가로 기여하는 가치’를 반영하는 셈이며, 이것이 서두에서 던진 질문—왜 엔지니어와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이 다른가—에 대한 경제학의 첫 번째 대답이다. 임금 차이의 상당 부분은 한계생산가치의 차이, 즉 그 노동이 시장에서 창출하는 가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제 그림 위쪽의 보라색 점선을 보자. 이것은 정부가 균형임금 60보다 높은 수준인 에 최저임금을 부과했을 때의 상황이다. 임금이 80으로 강제되면, 노동수요곡선을 따라 기업이 원하는 고용은 에서 으로 줄어든다. 반면 노동공급곡선을 따라 일하려는 사람은 에서 으로 늘어난다. 그 결과 일하려는 사람 30명과 고용되는 사람 10명 사이에 20명의 격차, 즉 비자발적 실업 20 이 발생한다. 그림에서 두 보라색 점 사이를 잇는 주황색 화살표가 이 초과공급(실업)을 나타낸다. 균형가격보다 높게 설정된 가격하한(price floor)이 초과공급을 낳는다는 것은 이미 배운 원리이며, 최저임금은 노동시장에 적용된 대표적인 가격하한이다. 다만 이 단순 모형이 최저임금 논쟁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왜 현실에서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은지는 바로 다음 절에서 다룬다.
9.3 노동시장의 제도: 최저임금·노동조합·효율임금·수요독점¶
최저임금: 효과와 논쟁¶
앞 절의 그림은 완전경쟁 노동시장을 가정한 것이다. 그 세계에서 균형보다 높은 최저임금은 명백히 고용을 줄이고 실업을 만든다. 실제로 우리 계산에서 최저임금 부과는 고용을 20에서 10으로 절반이나 줄였다. 그러나 이 결론이 언제나 옳은지는 경제학에서 가장 뜨겁게 논쟁되는 실증 문제 중 하나다. 한국은 이 논쟁의 생생한 사례를 제공한다. 2018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에서 7,530원으로 한 해에 16.4% 인상되었고, 2019년에도 8,350원으로 10.9% 추가 인상되어 2년 만에 약 29%가 올랐다. 이 급격한 인상을 둘러싸고, 한쪽에서는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 특히 도소매·음식숙박업의 취약계층 일자리가 줄었다고 주장했고, 다른 쪽에서는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 생활이 개선되었으며 고용 감소 효과는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실제 데이터를 어느 기간·어느 업종·어느 방법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졌기에, 이 사례는 '정책 효과를 인과적으로 식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 주는 교과서적 예가 되었다.
이 논쟁의 이론적 배경에는 2장에서 소개한 카드–크루거(Card–Krueger) 연구가 있다. 데이비드 카드와 앨런 크루거는 1992년 미국 뉴저지주가 최저임금을 인상했을 때, 인상하지 않은 인접 펜실베이니아주의 패스트푸드점과 비교하는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을 수행했다. 표준 경쟁모형의 예측과 달리, 최저임금을 올린 뉴저지의 고용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소폭 늘기까지 했다. 이 연구는 '최저임금은 반드시 고용을 줄인다’는 통념에 강력한 반례를 제시했고, 경제학이 노동시장을 단순 경쟁시장이 아니라 여러 마찰과 제도가 작동하는 곳으로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왜 최저임금이 고용을 줄이지 않을 수 있는가? 그 답의 핵심에 뒤에서 다룰 수요독점이 있다.
노동조합과 효율임금¶
임금이 경쟁 균형보다 높게 유지되는 데에는 최저임금 말고도 여러 제도적 이유가 있다. 노동조합(labor union) 은 노동자들이 단결해 사용자와 임금·근로조건을 집단적으로 교섭하는 조직이다. 개별 노동자는 사용자에 비해 협상력이 약하지만, 조합으로 뭉쳐 파업이라는 위협을 공유하면 임금을 균형보다 높게 끌어올릴 수 있다. 그 대가로 조합 부문의 고용은 다소 줄어들 수 있고, 여기서 밀려난 노동자들이 비조합 부문으로 이동해 그쪽 임금을 낮추는 파급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조합은 임금뿐 아니라 안전·해고 절차·교육훈련 같은 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순기능도 크기에, 그 총효과는 단순한 임금 인상 이상의 복합적인 것이다.
효율임금(efficiency wage) 이론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왜 기업이 자발적으로 균형보다 높은 임금을 주려 하는가를 설명한다. 핵심 발상은 임금이 노동자의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첫째, 높은 임금은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고 붙잡아 이직을 줄인다(채용·훈련 비용 절감). 둘째, 잘리면 그만큼 좋은 자리를 다시 구하기 어려우므로 노동자가 태만(shirking) 대신 성실히 일하게 만든다. 셋째, 높은 임금은 노동자의 사기와 충성심, 즉 회사에 대한 호혜적 태도를 높인다. 이런 이유로 기업이 임금을 스스로 높게 유지하면, 그 임금 수준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고용되는 사람보다 많아 실업이 존재하더라도 임금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효율임금은 왜 현실의 노동시장에 만성적 실업이 존재하는지를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 중 하나다.
수요독점: 노동시장의 힘이 기업 쪽에 있을 때¶
지금까지는 노동을 사는 기업이 무수히 많아 개별 기업이 임금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을 가정했다. 그러나 어떤 지역이나 직종에서는 노동을 사려는 기업이 사실상 하나뿐인 경우가 있다. 탄광촌의 유일한 광산, 지방 소도시의 대형 병원, 특정 첨단 분야의 소수 대기업 등이 그렇다. 이렇게 노동시장에서 구매자가 지배력을 갖는 상황을 수요독점(monopsony) 이라 한다. 산출물시장의 독점(monopoly)이 판매자의 지배력이라면, 수요독점은 그 거울상인 구매자의 지배력이다.
수요독점 기업은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려면 임금을 올려야 하는데, 새 노동자뿐 아니라 기존 노동자에게도 오른 임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노동자 한 명을 추가로 고용하는 진짜 비용(한계요소비용, marginal factor cost)은 그 노동자에게 주는 임금보다 크다. 이 때문에 수요독점 기업은 경쟁시장보다 고용을 적게 하고 임금을 낮게 설정한다. 노동자는 자신의 한계생산가치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며, 그 차액은 기업의 이윤으로 흡수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수요독점 시장에 적절한 수준의 최저임금을 부과하면 오히려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기업의 임금 인상 여지를 막아 ‘고용을 늘려도 기존 임금이 오르지 않는’ 구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바로 이 메커니즘이 카드–크루거가 관찰한 ‘최저임금을 올렸는데 고용이 줄지 않은’ 역설을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적 근거다. 현실의 노동시장은 완전경쟁과 순수 수요독점 사이 어딘가에 있으며, 어느 쪽에 가까운가에 따라 같은 정책이 정반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이 절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9.4 인적자본과 보상격차: 임금 격차는 왜 생기는가¶
같은 시장 안에서도 사람마다 임금이 크게 다른 이유를 한계생산가치만으로 설명하려면, 왜 어떤 사람의 한계생산가치가 더 높은지를 물어야 한다. 그 첫 번째 답이 인적자본(human capital) 이다. 인적자본이란 교육·훈련·경험을 통해 사람에게 축적되는 지식과 기술의 총체로, 기계 설비 같은 물적자본에 빗대어 붙인 이름이다. 학교 교육, 직업 훈련, 현장 경험은 모두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이며, 이 투자가 클수록 그 사람의 한계생산가치가 높아져 더 높은 임금으로 보상받는다. 대학 졸업자가 고졸자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현상, 이른바 교육의 수익률(returns to education) 은 인적자본 이론의 대표적 증거다. 여러 나라의 실증 연구는 교육 연수가 1년 늘 때 임금이 대략 5~10% 오른다고 보고하며, 한국도 대졸-고졸 임금 격차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다만 교육이 임금을 올리는 경로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경쟁한다. 하나는 방금 말한 인적자본 관점으로, 교육이 실제로 생산성을 키운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신호(signaling) 관점으로, 교육이 생산성을 직접 키우기보다 '이 사람은 성실하고 능력 있다’는 사실을 고용주에게 보여 주는 신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두 효과가 함께 작동할 가능성이 크며, 어느 쪽 비중이 큰가는 교육정책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임금 격차의 두 번째 원천은 보상격차(compensating differentials) 다. 이는 일의 비금전적 특성 차이를 임금으로 보상하는 데서 생기는 격차다. 위험하거나 더럽거나 불쾌한 일, 밤샘 교대나 외딴 근무지처럼 사람들이 꺼리는 조건의 일자리는, 같은 능력을 요구하더라도 더 높은 임금을 주어야 사람을 구할 수 있다. 고압선을 다루는 전기공, 원양어선 선원, 심해 잠수사, 오지 건설 현장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은 이들의 인적자본이 특별히 높아서라기보다, 그 일의 위험과 고됨에 대한 보상이 임금에 얹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안정적이고 쾌적하며 사회적 존경을 받는 일은, 지원자가 몰리는 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도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이처럼 임금은 단순히 생산성만이 아니라 일의 질적 특성까지 반영하는 복합적 신호다.
물론 인적자본과 보상격차만으로 모든 임금 차이가 설명되지는 않는다. 타고난 능력과 노력, 순전한 운, 그리고 인종·성별 등에 대한 차별(discrimination) 도 임금 격차의 실제 원인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오래 논의되어 온 성별 임금 격차는, 인적자본이나 직종 선택만으로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남아 있어 제도적·문화적 요인이 함께 작동함을 시사한다. 경제학은 이 여러 요인을 데이터로 분해해 각각의 기여분을 추정하려 노력하며, 그 결과는 교육·복지·차별금지 정책의 근거가 된다.
9.5 자본과 토지 시장: 이자·지대·현재가치¶
노동만이 소득을 낳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공장·기계·건물 같은 자본(capital) 과 토지(land) 를 제공한 대가로도 소득을 얻는다. 자본과 토지의 시장도 노동시장과 같은 논리로 작동한다. 어떤 요소든 그것을 한 단위 더 사용할 때의 한계생산가치가 그 요소의 가격과 같아지는 지점에서 사용량이 결정된다. 자본을 한 단위 더 투입할 때 얻는 한계생산가치가 자본의 임대료(대여 비용)와 같아질 때까지 기업은 자본을 늘린다.
자본의 대가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은 이자율(interest rate) 이다. 자본을 사려면 대개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빌리는 값이 이자율이다. 동시에 이자율은 지금의 돈과 미래의 돈을 비교하는 저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같은 금액이라면 미래보다 현재의 돈을 선호하는데, 이를 시간선호(time preference) 라 한다. 현재의 100만 원은 지금 소비할 수도, 투자해 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의 돈은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그만큼 할인된다. 이 환산을 해 주는 것이 현재가치(present value, PV) 다. 연 이자율이 일 때, 년 후에 받을 금액 의 현재가치는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연 이자율이 5%일 때 1년 후의 105만 원은 현재가치로 원, 즉 지금의 100만 원과 같다. 2년 후의 100만 원은 원의 가치밖에 없다. 현재가치는 투자 결정의 핵심 도구다. 기업이 어떤 설비에 지금 1억 원을 투자해 매년 수익을 얻는다면, 그 미래 수익들의 현재가치 합계가 투자액 1억 원보다 클 때에만 투자가 정당화된다. 이때 미래 수익의 현재가치 합에서 투자비용을 뺀 값을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NPV) 라 하며, NPV가 양(+)이면 투자할 가치가 있다. 이자율이 높을수록 미래 수익의 현재가치가 작아지므로, 이자율 상승은 투자를 위축시킨다. 통화정책이 이자율을 통해 실물경제를 움직이는 통로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토지의 대가인 지대(rent) 는 자본과는 또 다른 특징을 지닌다. 토지는 공급이 사실상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임금이 오르면 노동공급이 늘고 이자율이 오르면 저축·자본공급이 늘지만, 땅값이 아무리 올라도 국토 면적이 크게 늘지는 않는다. 즉 토지의 공급곡선은 거의 수직이다. 19세기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 는 이 점에 착안해 지대론(theory of rent) 을 정립했다. 그의 통찰은 지금 들어도 신선하다. 곡물 가격이 비싸서 지대가 높은 것이지, 지대가 높아서 곡물 가격이 비싼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과의 방향이 우리의 직관과 반대다. 토지 공급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토지의 가치(지대)는 그 땅에서 생산되는 산출물에 대한 수요가 전적으로 결정한다. 이는 앞서 배운 파생수요 개념의 가장 순수한 형태다.
리카도의 지대 개념은 오늘날 경제지대(economic rent) 라는 더 넓은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경제지대란 어떤 요소가 그 용도에 계속 머물게 하는 데 필요한 최소 금액을 초과해 받는 대가를 뜻한다. 공급이 고정되고 대체가 어려운 것일수록 큰 경제지대를 누린다. 세계적 축구 선수나 유명 연예인의 천문학적 소득 중 상당 부분, 좋은 위치에 있는 서울 도심 토지의 높은 가치, 특허나 면허가 보장하는 초과이윤 등이 모두 경제지대의 사례다. 소득분배를 논할 때 경제지대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노력의 대가’라기보다 '희소성의 대가’인 부분을 포함하기 때문이며, 이는 재분배 정책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과 곧바로 연결된다.
9.6 소득분배: 로렌츠 곡선과 지니계수¶
두 가지 분배: 기능적 분배와 계층별 분배¶
한 나라가 생산한 소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가를 보는 데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첫째는 기능적 소득분배(functional distribution of income) 로, 소득이 생산요소별로 어떻게 나뉘는가를 본다. 국민소득 중 노동에 돌아가는 몫(노동소득분배율)과 자본에 돌아가는 몫이 각각 얼마인가 하는 것이다. 이 관점은 요소시장의 결과를 요소별로 집계한 것으로, 지금까지 배운 임금·이자·지대·이윤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다룬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관찰되어, 자본이 노동보다 더 많은 몫을 가져가고 있는지가 중요한 정책 논쟁이 되고 있다.
둘째는 계층별 소득분배(personal/size distribution of income) 로, 소득이 사람(가구)별로 얼마나 고르게 또는 불균등하게 나뉘는가를 본다. 소득 불평등을 논할 때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것이 바로 이 계층별 분배다. 상위 20%가 전체 소득의 얼마를 가져가는지, 하위 20%는 얼마나 받는지 같은 질문이다. 이 절의 나머지는 계층별 분배를 어떻게 하나의 그림과 하나의 숫자로 요약하는가에 집중한다.
로렌츠 곡선¶
로렌츠 곡선(Lorenz curve) 은 소득 불평등을 시각화하는 가장 직관적인 도구다. 가로축에 인구를 소득이 낮은 사람부터 높은 사람 순으로 누적한 비율을, 세로축에 그들이 가진 소득의 누적 비율을 나타낸다. 만약 모든 사람의 소득이 완전히 같다면, 인구의 하위 20%가 소득의 정확히 20%를, 하위 40%가 40%를 가질 것이므로 로렌츠 곡선은 원점을 지나는 45도 직선, 즉 완전평등선(line of perfect equality) 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하위 계층이 인구 비중보다 적은 소득을 가지므로 로렌츠 곡선은 완전평등선 아래로 처진 활 모양이 된다. 불평등이 심할수록 이 곡선은 아래로 더 깊이 처진다. 극단적으로 한 사람이 모든 소득을 독차지하면 곡선은 마지막 순간까지 바닥에 붙어 있다가 수직으로 솟구치는 형태가 된다.
지니계수¶
로렌츠 곡선의 처진 정도를 하나의 숫자로 요약한 것이 지니계수(Gini coefficient) 다. 지니계수는 완전평등선과 로렌츠 곡선 사이의 면적()을, 완전평등선 아래 삼각형 전체 면적()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는 완전평등선과 실제 로렌츠 곡선 사이의 면적, 는 로렌츠 곡선 아래의 면적이다. 완전평등(곡선이 45도선과 일치)일 때 이므로 이고, 완전불평등(한 사람이 다 가짐)일 때 이므로 이다. 따라서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며(백분율로 0~100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클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실무에서는 몇 개의 소득 구간 자료로부터 로렌츠 곡선을 근사한 뒤, 사다리꼴 공식으로 곡선 아래 면적을 구해 지니계수를 계산한다. 누적 인구비율 점을 , 누적 소득비율 점을 이라 하면,
로 근사할 수 있다. 이제 이 도구를 실제 한국 데이터에 적용해 보자. 아래 코드는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한국의 5분위별 소득점유율을 내려받아 로렌츠 곡선을 그리고, 위 공식으로 지니계수를 계산한다.
import requests
inds=[('SI.DST.FRST.20','1분위(최하위20%)'),('SI.DST.02ND.20','2분위'),
('SI.DST.03RD.20','3분위'),('SI.DST.04TH.20','4분위'),('SI.DST.05TH.20','5분위(최상위20%)')]
def kor_series(ind):
js=requests.get(f'https://api.worldbank.org/v2/country/KOR/indicator/{ind}?format=json&per_page=100',timeout=45).json()
return {d['date']:d['value'] for d in js[1] if d['value'] is not None}
series={ind:kor_series(ind) for ind,_ in inds}
years=set.intersection(*[set(s.keys()) for s in series.values()])
yr=max(years) # 5개 지표가 모두 있는 최신연도
shares=[series[ind][yr] for ind,_ in inds]
print(f'한국 {yr}년 5분위 소득점유(%):', [round(s,1) for s in shares], '합계', round(sum(shares),1))
# 로렌츠 곡선: 누적 인구비율 vs 누적 소득비율
x=[0,0.2,0.4,0.6,0.8,1.0]
y=[0]+list(np.cumsum(shares)/100)
# 지니계수(사다리꼴 근사): G = 1 - sum((x_i - x_{i-1})*(y_i + y_{i-1}))
G=1-sum((x[i]-x[i-1])*(y[i]+y[i-1]) for i in range(1,len(x)))
print(f'로렌츠곡선 기반 지니계수(5분위 근사) = {G:.3f}')
fig, ax=plt.subplots(figsize=(7.5,7))
ax.plot([0,1],[0,1],color='gray',ls='--',lw=1.5,label='완전평등선 (45도)')
ax.plot(x,y,color='#2563eb',lw=2.6,marker='o',label=f'한국 로렌츠곡선 ({yr})')
ax.fill_between(x,y,[0,0.2,0.4,0.6,0.8,1.0],color='#2563eb',alpha=0.12)
ax.text(0.55,0.35,f'지니계수\n= {G:.3f}',color='#1d4ed8',fontsize=12,fontweight='bold')
ax.set_title(f'한국의 소득 불평등: 로렌츠 곡선과 지니계수 ({yr})',fontweight='bold')
ax.set_xlabel('누적 인구 비율'); ax.set_ylabel('누적 소득 비율'); ax.set_xlim(0,1); ax.set_ylim(0,1); ax.legend(loc='upper left')
plt.tight_layout(); plt.show()한국 2021년 5분위 소득점유(%): [7.4, 12.4, 16.9, 23.1, 40.3] 합계 100.1
로렌츠곡선 기반 지니계수(5분위 근사) = 0.305

출력과 그림을 자세히 읽어 보자. 세계은행 자료에서 한국의 5분위 소득점유율은 최하위 20%부터 차례로 약 7.4%, 12.4%, 16.9%, 23.1%, 40.3%다(합계 100%). 이 숫자만으로도 불평등의 윤곽이 드러난다. 소득 하위 20%가 전체 소득의 7.4%만 가지는 반면, 상위 20%는 40.3%를 가져간다. 상위 20%의 몫을 하위 20%의 몫으로 나눈 값, 이른바 5분위 배율은 배로, 최상위 계층이 최하위 계층보다 평균적으로 다섯 배 넘게 벌고 있음을 뜻한다.
이 점유율을 누적하면 로렌츠 곡선의 좌표가 된다. 누적 소득비율은 하위 20%에서 7.4%, 하위 40%에서 19.8%, 하위 60%에서 36.7%, 하위 80%에서 59.8%, 그리고 전체에서 100%가 된다. 그림에서 파란 곡선(한국 로렌츠 곡선)이 회색 점선(완전평등선) 아래로 활처럼 처져 있는 것이 바로 이 불평등을 시각화한 것이다. 예컨대 완전평등이라면 하위 80%가 소득의 80%를 가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59.8%밖에 못 가지며, 그 20%포인트의 차이가 상위 20%에게 몰려 있다.
사다리꼴 공식으로 이 곡선에서 계산한 지니계수는 약 0.305다. 그런데 세계은행이 공식적으로 보고하는 한국의 지니계수는 32.9(즉 0.329)로, 우리가 5분위 자료로 근사한 0.305보다 조금 높다. 이 차이는 오류가 아니라 근사 방법의 필연적 결과다. 우리는 인구를 다섯 개의 큰 덩어리(5분위)로만 나누어, 각 덩어리 안에서는 소득이 균등하다고 가정하고 점들을 직선으로 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 분위 '안’에도 불평등이 존재하며, 특히 상위 20% 내부에서 상위 1%로 갈수록 소득이 급격히 치솟는다. 구간을 거칠게 나누면 이 구간 내부의 불평등이 뭉개져 사라지므로, 5분위 근사 지니는 언제나 실제 지니를 과소추정(underestimate) 하는 경향이 있다. 자료를 10분위·100분위로 더 잘게 나눌수록 근사값은 공식 지니에 가까워진다. 이 사례는 '같은 현상도 자료의 세분화 정도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는 실증 분석의 기본 교훈을 잘 보여 준다.
한국의 불평등, 세계 속에서 읽기¶
지니계수 0.329라는 숫자는 그 자체만으로는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기 어렵다. 불평등은 언제나 상대적인 개념이므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야 비로소 의미가 살아난다. 아래 코드는 세계은행에서 주요국의 최신 지니계수를 내려받아 낮은 순서로 정렬해 막대그림으로 비교하고, 한국을 강조 색으로 표시한다.
names={'KOR':'한국','USA':'미국','JPN':'일본','DEU':'독일','SWE':'스웨덴',
'GBR':'영국','FRA':'프랑스','MEX':'멕시코'}
url='https://api.worldbank.org/v2/country/'+';'.join(names)+'/indicator/SI.POV.GINI?format=json&per_page=500&mrnev=1'
js=requests.get(url,timeout=60).json()[1]
g={}
for d in js:
code=d.get('countryiso3code');
if code in names and d['value'] is not None and code not in g:
g[code]=(d['value'], d['date'])
data=sorted([(names[k],v[0],v[1]) for k,v in g.items()], key=lambda t:t[1])
for nm,val,yr in data: print(f'{nm}: 지니 {val:.1f} ({yr})')
fig, ax=plt.subplots(figsize=(10,5.5))
cols=['#d62728' if nm=='한국' else '#2563eb' for nm,_,_ in data]
ax.bar([d[0] for d in data],[d[1] for d in data],color=cols)
ax.bar_label(ax.containers[0], fmt='%.1f')
ax.set_title('국가 간 지니계수 비교 (World Bank, 최근값) — 높을수록 불평등',fontweight='bold')
ax.set_ylabel('지니계수');
plt.tight_layout(); plt.show()스웨덴: 지니 29.3 (2023)
프랑스: 지니 31.8 (2023)
일본: 지니 32.3 (2020)
영국: 지니 32.4 (2021)
한국: 지니 32.9 (2021)
독일: 지니 33.7 (2022)
미국: 지니 41.8 (2024)
멕시코: 지니 42.6 (2024)

막대그림은 주요국의 지니계수를 낮은 순, 즉 평등한 나라부터 불평등한 나라 순으로 늘어놓는다. 출력된 값을 보면 스웨덴 29.3, 프랑스 31.8, 일본 32.3, 영국 32.4, 한국 32.9, 독일 33.7, 미국 41.8, 멕시코 42.6의 순서다. 이 배열에서 한국의 위치를 읽어 내는 것이 이 그림의 핵심이다.
첫째, 한국의 지니계수 32.9는 이 비교군의 한가운데쯤에 자리한다. 복지국가로 유명한 스웨덴(29.3)이나 프랑스(31.8)보다는 다소 불평등하지만, 독일(33.7)과는 거의 비슷하고, 미국(41.8)이나 멕시코(42.6)보다는 훨씬 평등하다. 강조 색으로 표시된 한국 막대가 그림 중앙 부근에 놓이는 것이 이를 확인해 준다. 흔히 '한국은 불평등이 극심한 나라’라는 인상이 있지만, 시장소득이 아니라 세금과 복지 이전을 반영한 처분가능소득 기준의 지니계수로 보면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중간 수준에 해당한다.
둘째, 미국이 41.8로 다른 선진국들과 뚜렷이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같은 부유한 나라라도 재분배 제도의 강도에 따라 불평등이 크게 달라짐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유럽 복지국가들은 조세와 이전지출을 통해 시장에서 벌어진 격차를 상당 부분 좁히는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그 정도가 약하다. 셋째, 개발도상국인 멕시코(42.6)가 가장 높은 값을 보이는 것은, 역사적으로 라틴아메리카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지역으로 꼽혀 온 사실과 부합한다.
다만 이 비교를 읽을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나라마다 자료의 기준연도가 다르고, 소득의 정의(시장소득 대 처분가능소득)나 조사 방식에 미묘한 차이가 있어 소수점 단위의 차이를 과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또한 지니계수는 전체 분포를 하나의 숫자로 압축하므로, 같은 지니계수라도 불평등이 하위 계층의 빈곤에서 오는지 상위 계층의 독점에서 오는지 구별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그림은 '한국의 불평등이 세계 표준에 비추어 어디쯤인가’라는 질문에 균형 잡힌 첫 답을 제공한다.
9.7 심화: 불평등의 원인과 재분배의 효율-형평 상충¶
소득 불평등이 왜 최근 수십 년간 여러 나라에서 확대되어 왔는지에 대해 경제학은 세 가지 큰 힘을 지목한다. 첫째는 숙련편향적 기술변화(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 다. 컴퓨터와 자동화, 그리고 최근의 인공지능은 고숙련 노동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반면 중간 숙련의 반복적 일자리를 기계로 대체한다. 그 결과 고학력·고숙련 노동에 대한 수요가 늘어 이들의 임금은 오르고, 대체 가능한 일자리의 임금은 정체되거나 사라지면서 임금 격차가 벌어진다. 앞서 배운 파생수요와 한계생산가치의 논리로 보면, 기술이 특정 노동의 를 선택적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둘째는 세계화(globalization) 다. 무역과 자본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선진국의 저숙련 노동은 임금이 낮은 개발도상국의 노동과 직접 경쟁하게 되었다. 3장에서 배운 비교우위의 논리에 따라 무역은 전체 파이를 키우지만, 그 이득이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수출 산업의 고숙련 노동자는 이득을 보는 반면, 수입 경쟁에 노출된 산업의 저숙련 노동자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셋째는 제도(institutions) 의 변화다. 노동조합 조직률의 하락, 최저임금의 실질가치 변화, 최고소득세율의 인하, 금융 규제 완화 등은 모두 시장에서 결정되는 분배와 최종적인 분배 모두에 영향을 준다. 세 힘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는 나라와 시기마다 다르며, 이는 여전히 활발한 실증 연구의 대상이다.
이렇게 벌어진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재분배 정책(redistribution) 을 편다. 대표적 수단이 누진적 조세(taxation) 와 이전지출(transfer payments) 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높은 세율을 매기는 누진세로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저소득층에 대한 기초생활보장·근로장려금·실업급여·아동수당 등으로 이전한다. 실제로 앞서 본 지니계수 비교에서 유럽 국가들이 낮은 값을 보인 것은 상당 부분 이 재분배의 힘 덕분이다. 시장에서 벌어들인 소득(시장소득)의 지니계수와, 세금과 복지를 거친 뒤의 소득(처분가능소득)의 지니계수를 비교하면 재분배가 불평등을 얼마나 줄였는지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재분배에는 대가가 따른다. 여기서 우리는 1장에서 배운 경제학의 근본 상충, 즉 효율성과 형평성의 상충(equity-efficiency tradeoff) 을 다시 만난다. 높은 세율은 일하고 투자하고 위험을 감수할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고, 넉넉한 복지는 때로 근로 유인을 줄일 수 있다. 경제학자 아서 오쿤은 이를 '새는 양동이(leaky bucket)'에 비유했다. 부유한 사람에게서 걷은 물(소득)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르는 동안 양동이가 새어 일부가 사라지듯, 재분배 과정에서 사회 전체의 효율 손실이 생긴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상충을 없앨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형평을 위해 얼마만큼의 효율을 포기할 의향이 있는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는 순수한 경제학의 문제를 넘어 가치 판단이 개입하는 규범적 질문이며, 조세와 공공정책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다음 장(11장)에서 정부의 역할과 함께 더 깊이 살펴볼 것이다.
이 장의 요약¶
생산요소시장은 노동·자본·토지가 거래되고 그 대가인 임금·이자·지대가 결정되는 곳으로, 산출물시장에서 기업과 가계의 역할이 뒤바뀌어 기업이 수요자, 가계가 공급자가 된다. 요소에 대한 수요는 그 요소가 만드는 산출물 수요에서 파생되는 파생수요이며, 기업은 요소 한 단위를 더 쓸 때의 한계생산가치() 가 요소가격과 같아지는 지점까지 요소를 고용한다. 한계생산 체감 때문에 곡선은 우하향하고, 이것이 곧 요소수요곡선이 된다.
노동시장에서는 우하향하는 노동수요와 우상향하는 노동공급이 만나 균형임금과 균형고용을 결정한다. 우리의 수치 예에서 균형은 고용 20, 임금 60이었으며, 균형보다 높은 최저임금(80)을 부과하자 고용은 10으로 줄고 실업 20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경쟁모형의 결론은 절대적이지 않다. 카드–크루거 연구와 수요독점 이론은 시장 구조에 따라 최저임금이 고용을 줄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 주며, 2018년 한국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그 효과를 둘러싼 실증 논쟁의 생생한 사례다. 노동조합과 효율임금 역시 임금을 경쟁 균형 위로 유지하는 제도적 힘이다.
임금 격차는 인적자본(교육·훈련의 수익률), 보상격차(일의 비금전적 특성에 대한 보상), 그리고 능력·운·차별 등으로 설명된다. 자본의 대가인 이자율은 현재와 미래의 돈을 잇는 저울이며, 미래 금액은 현재가치 공식으로 할인해 평가한다. 리카도의 지대론은 공급이 고정된 토지의 대가가 산출물 수요에 의해 결정됨을 밝혔고, 이는 오늘날 경제지대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소득분배는 요소별로 보는 기능적 분배와 사람별로 보는 계층별 분배로 나뉜다. 계층별 불평등은 로렌츠 곡선으로 시각화하고 지니계수로 요약한다. 한국의 5분위 자료로 근사한 지니계수는 0.305로, 세계은행 공식값 0.329보다 낮았는데, 이는 구간을 거칠게 나눈 근사가 구간 내부의 불평등을 놓쳐 과소추정하기 때문이다. 국제 비교에서 한국(32.9)은 스웨덴·프랑스보다는 불평등하지만 미국·멕시코보다 훨씬 평등한 중간 수준에 위치한다. 불평등은 기술변화·세계화·제도의 힘으로 확대되어 왔으며, 조세와 이전지출을 통한 재분배는 이를 완화하지만 효율성과 형평성의 상충이라는 대가를 수반한다.
핵심 용어¶
| 한국어 | English | 정의 |
|---|---|---|
| 생산요소시장 | factor market | 노동·자본·토지 등 생산요소가 거래되고 요소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
| 파생수요 | derived demand | 요소가 만드는 산출물에 대한 수요에서 파생되는 요소수요 |
| 한계생산 | marginal product | 요소를 한 단위 더 투입할 때 늘어나는 산출량 |
| 한계생산가치 | value of marginal product (VMP) | 한계생산에 산출물 가격을 곱한 값(), 요소 한 단위의 추가 수입 |
| 한계수입생산 | marginal revenue product (MRP) | 요소 한 단위를 더 쓸 때의 추가 수입(), 완전경쟁에서는 VMP와 일치 |
| 균형임금 | equilibrium wage | 노동수요와 노동공급이 일치하는 임금 수준 |
| 최저임금 | minimum wage | 법으로 정한 임금의 하한(가격하한) |
| 노동조합 | labor union |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임금·근로조건을 교섭하는 조직 |
| 효율임금 | efficiency wage |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지급하는 균형 이상의 임금 |
| 수요독점 | monopsony | 요소시장에서 구매자가 시장지배력을 갖는 상황 |
| 인적자본 | human capital | 교육·훈련·경험으로 축적되는 지식과 기술 |
| 보상격차 | compensating differential | 일의 비금전적 특성 차이를 보상하기 위한 임금 격차 |
| 이자율 | interest rate | 자본(자금) 사용의 대가이자 현재와 미래 돈을 비교하는 척도 |
| 현재가치 | present value | 미래의 금액을 현재 시점 가치로 할인한 값 |
| 지대 | rent | 토지 등 공급이 고정된 요소의 사용 대가 |
| 경제지대 | economic rent | 요소를 현 용도에 붙잡아 두는 최소 금액을 초과해 받는 대가 |
| 기능적 소득분배 | functional distribution | 소득이 생산요소별로 나뉘는 방식 |
| 계층별 소득분배 | personal distribution | 소득이 사람(가구)별로 나�는 방식 |
| 로렌츠 곡선 | Lorenz curve | 누적 인구비율과 누적 소득비율의 관계를 나타낸 곡선 |
| 지니계수 | Gini coefficient | 로렌츠 곡선의 불평등 정도를 0~1로 요약한 지표 |
| 재분배 | redistribution | 조세와 이전지출로 소득분배를 조정하는 정책 |
| 효율-형평 상충 | equity-efficiency tradeoff | 형평을 높이려는 재분배가 효율을 희생시키는 관계 |
연습문제¶
개념 이해
파생수요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아이돌 굿즈에 대한 소비가 늘 때 그 굿즈를 제작하는 디자이너의 노동수요가 어떻게 변하는지 파생수요 개념으로 서술하시오.
한계생산가치()와 한계수입생산()은 각각 어떻게 정의되며, 두 값이 일치하는 경우와 가 보다 작아지는 경우는 각각 언제인지 설명하시오.
효율임금 이론이 제시하는, 기업이 균형보다 높은 임금을 자발적으로 지급하는 세 가지 이유를 서술하고, 이것이 왜 실업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지 논하시오.
계산 문제
어느 완전경쟁 기업이 제품을 개당 5,000원에 판다. 노동자 수에 따른 하루 산출량이 각각 0명→0개, 1명→30개, 2명→55개, 3명→75개, 4명→90개일 때, 각 노동자의 한계생산과 한계생산가치()를 표로 구하시오. 하루 임금이 12만 원이라면 이 기업은 몇 명을 고용하겠는가?
노동수요가 , 노동공급이 로 주어졌다. (a) 균형고용과 균형임금을 구하시오. (b) 정부가 최저임금을 으로 정할 때 노동수요량·노동공급량·실업 규모를 각각 계산하시오.
연 이자율이 4%일 때, 3년 후에 받을 500만 원의 현재가치를 구하시오(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또한 이자율이 8%로 오르면 같은 금액의 현재가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산하고, 이자율 상승이 투자에 미치는 함의를 한 문장으로 서술하시오.
어느 나라의 인구를 소득순으로 3등분했더니 하위·중위·상위 집단의 소득점유율이 각각 10%, 30%, 60%였다. (a) 로렌츠 곡선의 좌표(누적 인구비율, 누적 소득비율)를 나열하시오. (b) 사다리꼴 공식 을 이용해 지니계수를 계산하시오.
데이터 해석
[C2] 본문에서 한국의 5분위 소득점유율은 [7.4, 12.4, 16.9, 23.1, 40.3]%였다. 상위 20%의 몫을 하위 20%의 몫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을 계산하고, 이 값이 의미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해석하시오.
[C2] 5분위 자료로 근사한 지니계수(0.305)가 세계은행 공식 지니계수(0.329)보다 낮게 나온 이유를 '구간 내부 불평등’과 '과소추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설명하시오. 자료를 10분위로 세분하면 근사값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겠는가?
[C3] 본문의 국가 간 지니계수 비교(스웨덴 29.3, 프랑스 31.8, 일본 32.3, 영국 32.4, 한국 32.9, 독일 33.7, 미국 41.8, 멕시코 42.6)에서 한국의 상대적 위치를 설명하고, 미국이 다른 선진국들과 뚜렷이 떨어져 높은 값을 보이는 까닭을 재분배 제도의 관점에서 서술하시오.
서술·응용
2018년 한국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둘러싼 논쟁을 완전경쟁모형과 수요독점모형 각각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두 모형이 최저임금의 고용효과에 대해 왜 다른 예측을 내놓는지 논하시오. 카드–크루거 연구를 근거로 활용하시오.
재분배 정책의 '효율-형평 상충’을 오쿤의 ‘새는 양동이’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당신이 정책 결정자라면 이 상충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자신의 견해를 근거와 함께 서술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