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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경쟁시장

가격수용자의 세계

Hanyang University

새벽 4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조명은 대낮처럼 환하다. 전국에서 올라온 배추를 실은 트럭 수백 대가 늘어서 있고, 중매인과 도매상들이 오늘의 배추 시세를 확인한다. 강원도 평창에서 배추 5톤을 싣고 온 김 씨 농부는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오늘 배추를 조금 덜 팔면 배추값이 오를까?” 대답은 냉정하다. 그가 5톤을 팔든, 절반만 팔든, 아예 팔지 않든 그날 배추 도매가격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시장 전체에는 그와 똑같은 배추를 실은 농부가 수천 명 있고, 그 한 사람의 물량은 거대한 바다에 떨어진 물 한 방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 오늘 시장이 정해 준 가격을 받아들이는 것(take) 뿐이다.

이 장에서 우리는 김 씨 농부처럼 시장가격을 스스로 정할 힘이 전혀 없는 기업들의 세계, 곧 완전경쟁시장(perfectly competitive market) 을 탐구한다. 완전경쟁은 현실에서 그대로 발견되는 경우가 드문 이상형(ideal type)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모든 시장 분석의 출발점이 된다. 물리학이 마찰 없는 세계를 먼저 가정하고 나서 마찰을 하나씩 더해 가듯, 경제학은 완전경쟁이라는 기준선을 먼저 그어 놓고 나서 독점·과점 같은 현실의 마찰을 이해한다. 앞 장에서 배운 기업의 비용구조(MC, AVC, ATC)가 이 장에서 어떻게 공급 결정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수많은 기업의 개별 결정이 어떻게 시장 전체의 균형과 효율성으로 귀결되는지를 차근차근 따라가 보자.

7.1 완전경쟁의 네 가지 조건과 가격수용자

완전경쟁시장이라는 개념은 하나의 정의로 뚝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네 가지 구조적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 비로소 성립하는 상태다. 각 조건을 하나씩 살펴보되, 각각이 왜 필요한지를 함께 생각해 보자.

첫째 조건은 다수의 소규모 참여자(many small buyers and sellers) 다. 시장에 수많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있고, 그들 각자의 거래량이 시장 전체 거래량에 비해 무시할 만큼 작아야 한다. 가락시장의 배추 농부 한 명,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100주를 사는 개인 투자자 한 명을 떠올리면 된다. 이들이 거래량을 두 배로 늘리거나 절반으로 줄여도 시장가격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각 개인의 '시장 지배력(market power)'은 0에 수렴한다.

둘째 조건은 동질적 재화(homogeneous product) 다. 모든 기업이 파는 상품이 소비자의 눈에 완전히 똑같아서, 누구의 상품인지 구별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같은 등급의 쌀, 같은 순도의 금, 같은 규격의 배추가 그렇다. 만약 상품이 조금이라도 차별화되면(예: 브랜드 커피, 디자인이 다른 옷) 기업은 자기 상품에 대해 약간의 가격 결정력을 갖게 되고, 그 순간 시장은 완전경쟁을 벗어나 다음 장에서 다룰 독점적 경쟁으로 넘어간다. 동질성은 곧 '내 상품이 특별하지 않다’는 뜻이며, 이것이 가격 결정력을 원천 봉쇄한다.

셋째 조건은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free entry and exit) 이다. 새 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장벽이 없고, 기존 기업이 나가는 것을 막는 매몰비용의 함정도 없어야 한다. 진입과 퇴출의 자유는 단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장기균형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뒤에서 보겠지만 초과이윤이 존재하면 새 기업이 벌 떼처럼 진입해 그 이윤을 없애 버린다. 진입장벽이 없다는 것은 곧 '아무도 오래도록 초과이윤을 지킬 수 없다’는 뜻이다.

넷째 조건은 완전정보(perfect information) 다. 모든 참여자가 현재의 시장가격과 상품의 품질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완전정보가 있어야 어떤 판매자가 시장가격보다 단돈 1원이라도 비싸게 부르는 순간, 모든 구매자가 즉시 그 사실을 알고 다른 판매자에게 돌아선다. 이 조건이 동질성 조건과 결합하면, 시장에는 오직 하나의 가격만이 존재하게 된다. 이것이 뒤에서 다룰 일물일가의 법칙의 미시적 기초다.

이 네 조건이 함께 작동한 결과가 바로 가격수용자(price taker) 로서의 개별기업이다. 가격수용자란 시장가격을 주어진 상수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가격에서 얼마나 팔 것인가(생산량)'뿐인 기업을 말한다. 김 씨 농부는 배추 가격의 결정자가 아니라 수용자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을 가격설정자(price setter) 라 하며, 독점기업이 그 극단적 예다.

왜 개별기업의 수요곡선은 수평선인가

완전경쟁의 가장 중요하고도 처음엔 낯선 결론은, 개별기업이 직면하는 수요곡선이 시장가격 수준에서 완전히 수평인 직선(수평선) 이라는 것이다. 이는 시장 전체의 우하향 수요곡선과는 전혀 다른 것이니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둘의 관계를 정확히 구분해 보자.

시장 전체를 보면 수요곡선은 여전히 우하향한다. 배추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배추를 덜 사고, 가격이 내리면 더 산다. 그러나 개별 농부 한 명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시장가격이 포기당 3,000원(예시)으로 정해져 있다고 하자. 김 씨가 이 가격보다 조금이라도 비싸게, 예컨대 3,100원에 팔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의 배추는 옆 농부의 배추와 완전히 동일하고(동질성), 구매자들은 모든 판매자의 가격을 알고 있으므로(완전정보), 아무도 그에게서 사지 않는다. 그의 판매량은 순식간에 0으로 떨어진다. 반대로 김 씨가 3,000원보다 싸게 팔 이유도 없다. 시장가격인 3,000원에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팔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손해를 보며 값을 내릴 까닭이 없다. 그 결과 김 씨가 마주하는 수요곡선은 3,000원 높이에서 좌우로 무한히 뻗은 수평선이 된다.

이 직관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개별기업이 직면하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무한대(εd=\varepsilon_d = \infty)라는 뜻이 된다. 가격을 아주 조금만 올려도 수요량이 무한히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개별기업의 수요곡선은 다음과 같이 시장가격 PP^*에서 수평이다.

P=P(모든 q0에 대하여)P = P^* \quad (\text{모든 } q \ge 0\text{에 대하여})

여기서 대문자 QQ는 시장 전체 거래량을, 소문자 qq는 개별기업의 생산량을 가리킨다. 이 구분은 이 장 내내 유지된다.

수평 수요곡선은 대단히 중요한 두 번째 결론을 낳는다. 바로 가격이 곧 한계수입(marginal revenue, MR)과 같다 는 것이다. 한계수입이란 상품을 한 단위 더 팔 때 추가로 얻는 수입을 말한다. 개별기업의 총수입(total revenue, TR)은 가격 곱하기 수량이므로 TR=P×qTR = P^* \times q이다. 여기서 PP^*는 기업이 어찌할 수 없는 상수이므로, 한 단위를 더 팔 때 늘어나는 수입은 정확히 가격만큼이다.

MR=dTRdq=d(Pq)dq=PMR = \frac{d\,TR}{dq} = \frac{d(P^* q)}{dq} = P^*

또한 상품 한 단위당 평균적으로 얻는 수입인 평균수입(average revenue, AR)도 TR/q=PTR/q = P^*로 가격과 같다. 정리하면 완전경쟁 개별기업에게는 다음의 삼중 등식이 성립한다.

P=AR=MRP = AR = MR

이 등식은 다음 절에서 이윤극대화 조건을 유도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시장가격이 곧 한계수입이라는 사실이야말로, 완전경쟁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을 관통하는 열쇠다.

7.2 단기 이윤극대화: P=MC 조건

이제 가격수용자인 기업이 주어진 시장가격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려면 얼마를 생산해야 하는지를 밝힐 차례다.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가격과 한계비용이 같아지는 생산량, 곧 P=MCP=MC이다. 이 조건이 왜 성립하는지를 한계적 사고(marginal thinking)로 유도해 보자.

기업의 이윤 π\pi는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것이다.

π(q)=TR(q)TC(q)=PqTC(q)\pi(q) = TR(q) - TC(q) = P^* q - TC(q)

이윤을 극대화하려면 생산량 qq에 대해 미분하여 0으로 놓는다.

dπdq=PdTCdq=PMC(q)=0    P=MC(q)\frac{d\pi}{dq} = P^* - \frac{d\,TC}{dq} = P^* - MC(q) = 0 \;\Longrightarrow\; P^* = MC(q)

앞 절에서 P=MRP=MR임을 보았으므로, 이 조건은 사실 모든 시장구조에 공통되는 일반 원리 MR=MCMR=MC의 완전경쟁 버전이다. 직관은 이렇다. 어떤 생산량에서 가격(한 단위 더 팔아 얻는 수입)이 한계비용(한 단위 더 만드는 비용)보다 크다면, 한 단위를 더 만들 때마다 이윤이 늘어나므로 생산을 늘려야 한다. 반대로 가격이 한계비용보다 작다면, 마지막 한 단위는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잡아먹으므로 생산을 줄여야 한다. 이 두 힘이 정확히 균형을 이루는 지점, 즉 마지막 한 단위의 수입과 비용이 딱 같아지는 P=MCP=MC에서 이윤이 최대가 된다.

한 가지 단서가 필요하다. P=MCP=MC를 만족하는 점은 MC 곡선이 U자 모양일 때 두 곳에서 나타날 수 있는데, 이윤이 극대가 되려면 MC 곡선이 우상향하는 구간에서 가격과 만나야 한다. MC가 하락하는 구간에서 만나는 점은 오히려 이윤이 최소가 되는 점이다. 따라서 정확한 이윤극대화 조건은 "P=MCP=MC이면서 MC가 상승 중"이다.

이윤과 손실: 얼마나 잘, 혹은 못 벌고 있는가

P=MCP=MC는 최적 생산량 qq^*를 알려 주지만, 그 생산에서 기업이 이윤을 내는지 손실을 보는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그것을 판정하려면 가격을 평균총비용(ATC)과 비교해야 한다. 총이윤은 다음과 같이 단위당 이윤에 생산량을 곱한 것으로 다시 쓸 수 있다.

π=(PATC)×q\pi = (P - ATC)\times q^*

따라서 최적 생산량에서 P>ATCP > ATC이면 기업은 양(+)의 초과이윤을 얻고, P=ATCP = ATC이면 이윤이 정확히 0(정상이윤만 얻는 상태), P<ATCP < ATC이면 손실을 본다. 여기서 '이윤 0’이 결코 파산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 장 후반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손익분기점과 조업중단점

손실을 보는 기업이라 해도 곧바로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두 개의 결정적 문턱이 등장한다. 첫째는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 으로, 가격이 평균총비용의 최솟값과 같아지는 점(P=minATCP = \min ATC)이다. 이 가격보다 높으면 초과이윤, 낮으면 손실이다. 둘째는 조업중단점(shutdown point) 으로, 가격이 평균가변비용의 최솟값과 같아지는 점(P=minAVCP = \min AVC)이다.

조업중단 결정의 논리는 단기에 고정비용이 이미 지출되어 회수 불가능한 매몰비용이라는 데서 나온다. 기업이 생산을 멈춰도 고정비용(FC)은 그대로 나간다. 따라서 문을 닫을지 말지는 오직 가변비용을 수입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PAVCP \ge AVC라면, 상품을 팔아 가변비용을 모두 충당하고 남는 돈으로 고정비용의 일부라도 메울 수 있으므로 생산을 계속하는 편이 낫다. 반대로 P<AVCP < AVC라면, 팔면 팔수록 가변비용조차 못 건지므로 생산할 때의 손실이 문을 닫았을 때의 손실(=고정비용)보다 더 커진다. 이때는 생산을 멈추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길이다. 정리하면 조업중단 조건은 다음과 같다.

P<minAVC    조업 중단(q=0),PminAVC    P=MC에서 생산P < \min AVC \;\Longrightarrow\; \text{조업 중단}(q=0), \qquad P \ge \min AVC \;\Longrightarrow\; P=MC\text{에서 생산}

이제 이 세 가격 국면(초과이윤·손익분기·조업중단)을 구체적인 비용함수로 시각화해 보자.

아래 코드는 앞 장에서 익힌 U자형 비용구조를 그대로 이어받아, 고정비 FC=100FC=100과 가변비 VC=Q3/35Q2+30QVC = Q^3/3 - 5Q^2 + 30Q를 가진 대표적 완전경쟁 기업을 설정한다. 이로부터 한계비용 MC=Q210Q+30MC = Q^2 - 10Q + 30, 평균가변비용 AVC, 평균총비용 ATC를 계산한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하려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손익분기가격(=최소 ATC)과 조업중단가격(=최소 AVC)이 정확히 얼마인가. 둘째, 시장가격이 40(이윤 국면)·23(손익분기 부근)·11(조업중단 부근)로 각각 주어졌을 때 P=MCP=MC가 어디에서 성립하며, 이윤 사각형이 어떻게 나타나는가. 이 그림 한 장에 이 절의 모든 개념이 담긴다.

import numpy as np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import matplotlib.font_manager as fm
import logging
_av={f.name for f in fm.fontManager.ttflist}
for _f in ['Malgun Gothic','AppleGothic','NanumGothic','Noto Sans CJK KR','Noto Sans KR']:
    if _f in _av: plt.rcParams['font.family']=_f; break
plt.rcParams['axes.unicode_minus']=False
logging.getLogger('matplotlib.font_manager').setLevel(logging.ERROR)

# 비용구조: 고정비 FC=100, 가변비 VC=Q^3/3 - 5Q^2 + 30Q
Q=np.linspace(1,16,400)
MC=Q**2-10*Q+30
AVC=(Q**3/3-5*Q**2+30*Q)/Q
ATC=(100+Q**3/3-5*Q**2+30*Q)/Q
P_be = ATC.min()          # 손익분기가격 = 최소 ATC
P_sd = AVC.min()          # 조업중단가격 = 최소 AVC
print(f'손익분기가격(=최소ATC) = {P_be:.1f}')
print(f'조업중단가격(=최소AVC) = {P_sd:.1f}')

fig, ax=plt.subplots(figsize=(9.5,6.5))
ax.plot(Q,MC,color='#dc2626',lw=2.6,label='한계비용 MC (=공급곡선)')
ax.plot(Q,ATC,color='#111827',lw=2,label='평균총비용 ATC')
ax.plot(Q,AVC,color='#2563eb',lw=1.8,label='평균가변비용 AVC')
# 세 가지 시장가격
for P,co,lab in [(40,'#16a34a','P=40 (이윤)'),(P_be,'#f59e0b',f'P={P_be:.0f} (손익분기)'),(P_sd,'#7c3aed',f'P={P_sd:.0f} (조업중단)')]:
    ax.axhline(P,color=co,ls='--',lw=1.4)
    q=(10+np.sqrt(max(100-4*(30-P),0)))/2   # MC=P -> Q^2-10Q+(30-P)=0
    ax.plot(q,P,'o',color=co)
    ax.annotate(lab,(15.5,P),color=co,va='center',fontsize=9)
# P=40에서 이윤 사각형
q40=(10+np.sqrt(100-4*(30-40)))/2
atc40=(100+q40**3/3-5*q40**2+30*q40)/q40
ax.fill_between([0,q40],[atc40,atc40],[40,40],color='#16a34a',alpha=0.15)
ax.annotate('이윤',(q40/2,(40+atc40)/2),color='#166534',ha='center')
ax.set_title('완전경쟁 기업의 단기 이윤극대화 (P = MC)',fontweight='bold')
ax.set_xlabel('생산량 Q'); ax.set_ylabel('가격·비용'); ax.set_xlim(0,17); ax.set_ylim(0,60); ax.legend(loc='upper left')
plt.tight_layout(); plt.show()
손익분기가격(=최소ATC) = 23.1
조업중단가격(=최소AVC) = 11.3
<Figure size 950x650 with 1 Axes>

코드의 출력이 이 절의 핵심 수치를 확정해 준다. 손익분기가격은 23.1, 조업중단가격은 11.3 으로 계산되었다. 두 값의 근거를 손으로 확인해 보면 이해가 깊어진다. 조업중단가격은 AVC의 최솟값인데, AVC=Q2/35Q+30AVC = Q^2/3 - 5Q + 30을 미분해 0으로 놓으면 23Q5=0\tfrac{2}{3}Q - 5 = 0, 즉 Q=7.5Q = 7.5에서 최소가 되고 그 값은 AVC(7.5)=11.2511.3AVC(7.5) = 11.25 \approx 11.3이다. 손익분기가격은 ATC의 최솟값으로, 수치적으로 Q9.3Q \approx 9.3 부근에서 minATC23.1\min ATC \approx 23.1이 된다. 즉 이 기업은 가격이 23.1원 위이면 초과이윤을, 11.3원과 23.1원 사이이면 손실을 보되 생산을 계속하며, 11.3원 아래이면 아예 문을 닫는다.

초록색 P=40 (이윤 국면). 그림에서 가장 위쪽 수평선이 시장가격 40이다. 이 가격은 우상향하는 MC 곡선과 Q10.9Q \approx 10.9에서 만난다(Q210Q+30=40Q^2 - 10Q + 30 = 40을 풀면 Q=(10+140)/210.92Q = (10+\sqrt{140})/2 \approx 10.92). 이 생산량에서 ATC는 약 24.3원이므로 단위당 이윤은 4024.3=15.740 - 24.3 = 15.7원, 총이윤은 15.7×10.917115.7 \times 10.9 \approx 171원에 이른다. 이것이 그림에서 초록색으로 칠해진 이윤 사각형의 넓이다. 가로변은 생산량, 세로변은 가격과 ATC의 차이(단위당 이윤)이며, 그 곱이 초과이윤임을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주황색 P=23 (손익분기 부근). 가운데 수평선은 손익분기가격에 해당한다. 이 가격은 정확히 ATC 곡선의 최저점을 스치듯 지나며 MC와 만나므로, 여기서는 P=ATCP = ATC가 되어 이윤 사각형의 높이가 0이 된다. 기업은 손실도 초과이윤도 없이 오직 정상이윤(투입한 자본과 노력에 대한 기회비용만큼의 보상)만 얻는다.

보라색 P=11 (조업중단 부근). 가장 아래 수평선은 조업중단가격이다. 이 가격은 AVC 곡선의 최저점 근처를 지난다. 여기서 기업은 가변비용을 겨우 회수할 뿐이어서, 생산하든 멈추든 손실은 고정비용 100원으로 동일하다. 이보다 가격이 조금이라도 더 내려가면 생산할수록 손실이 커지므로 기업은 조업을 완전히 멈춘다. 이 그림은 왜 완전경쟁 기업의 공급곡선이 다름 아닌 'MC 곡선의 조업중단점 위쪽 부분’인지를 자연스럽게 예고한다.

7.3 개별공급곡선과 시장공급곡선

앞 절의 분석은 놀랄 만큼 깔끔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완전경쟁 기업의 개별공급곡선(individual supply curve) 은 바로 한계비용 곡선의 조업중단점 위쪽 부분 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다시 짚어 보자.

기업은 어떤 가격이 주어지든 P=MCP=MC를 만족하는 생산량을 택한다. 이 말은 곧, 각 가격 수준에서 기업이 공급하려는 수량이 MC 곡선을 따라 읽힌다는 뜻이다. 가격이 오르면 MC 곡선을 따라 위로 올라가며 더 많이 생산하고, 가격이 내리면 아래로 내려가며 덜 생산한다. 다만 가격이 조업중단가격(minAVC\min AVC) 아래로 떨어지면 기업은 생산을 0으로 줄이므로, MC 곡선 중에서도 조업중단점보다 아래 구간은 공급곡선이 아니다. 따라서 개별공급곡선은 다음과 같이 조각으로 정의된다.

qs(P)={MC1(P),PminAVC0,P<minAVCq_s(P) = \begin{cases} MC^{-1}(P), & P \ge \min AVC \\ 0, & P < \min AVC \end{cases}

우리가 앞 장부터 한계비용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를 강조해 온 이유가 여기서 완결된다. 한계비용 곡선은 단지 비용에 관한 기술적 곡선이 아니라, 곧바로 기업의 공급 의사결정 그 자체다. 공급의 법칙(가격이 오르면 공급량이 는다)이 우상향하는 이유도 결국 한계비용이 체증하기 때문임을 이제 명확히 알 수 있다.

시장공급곡선: 개별공급의 수평합

시장 전체의 공급곡선은 개별기업들의 공급곡선을 수평으로 합(horizontal summation) 하여 얻는다. 수평합이란 각 가격 수준에서 모든 기업이 공급하려는 수량을 전부 더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어떤 가격에서 기업 하나가 11단위를 공급하고, 시장에 동일한 기업이 1,000곳 있다면, 그 가격에서 시장공급량은 11×1,000=11,00011 \times 1,000 = 11,000단위가 된다. 수식으로는 nn개의 동일한 기업이 있을 때 시장공급곡선은 다음과 같다.

Qs(P)=i=1nqsi(P)=n×qs(P)Q_s(P) = \sum_{i=1}^{n} q_s^i(P) = n \times q_s(P)

수평합이라는 말이 헷갈리기 쉬운데, 세로축(가격)은 그대로 두고 가로축(수량)을 더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모든 기업이 같은 가격에 직면하므로 가격을 기준으로 수량을 모으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렇게 얻은 시장공급곡선은 개별 MC 곡선보다 훨씬 완만한(탄력적인) 우상향 곡선이 된다. 기업 수가 많을수록 같은 가격 상승에 대해 시장 전체가 공급을 더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지금까지의 시장공급곡선은 기업의 수 nn이 고정된 단기(short run) 를 전제한다는 것이다. 다음 절에서 보듯, 장기에는 진입과 퇴출로 nn 자체가 변하며, 이는 시장공급곡선의 모양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다.

7.4 장기균형: 진입과 퇴출의 힘

단기 분석에서 우리는 기업이 초과이윤을 낼 수도, 손실을 볼 수도 있음을 보았다. 그러나 완전경쟁의 진정한 위력은 장기에서 드러난다.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이라는 세 번째 조건이 작동하면서, 시장은 반드시 하나의 특별한 상태로 수렴한다. 바로 모든 기업의 초과이윤이 0이 되고 가격이 평균총비용의 최솟값과 같아지는 상태, 곧 P=minATCP = \min ATC인 장기균형이다.

그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어떤 이유로 시장가격이 높아 기업들이 초과이윤을 얻고 있다고 하자. 완전경쟁에서는 진입장벽이 없으므로, 이 이윤을 노린 새 기업들이 시장에 들어온다. 신규 진입은 시장공급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고, 공급이 늘면 시장가격이 하락한다. 가격 하락은 기존·신규 기업 모두의 이윤을 갉아먹으며, 이 과정은 초과이윤이 완전히 사라져 더 이상 새 기업이 들어올 유인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반대로 가격이 낮아 기업들이 손실을 보고 있다면, 일부 기업이 시장을 떠나(퇴출) 공급이 줄고 가격이 다시 오른다. 손실이 사라질 때까지 퇴출은 계속된다. 진입과 퇴출이라는 두 방향의 힘이 시장가격을 정확히 minATC\min ATC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 상태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전에, 왜 하필 minATC\min ATC인지를 짚자. 장기균형에서 각 기업은 여전히 P=MCP=MC로 이윤을 극대화한다. 동시에 진입·퇴출이 이윤을 0으로 만들었으므로 P=ATCP = ATC도 성립해야 한다. 이 두 조건이 동시에 만족되는 유일한 지점은 MC 곡선과 ATC 곡선이 교차하는 곳, 즉 ATC가 최소가 되는 점이다(한계-평균 관계에 의해 MC=ATCMC = ATC는 반드시 ATC의 최저점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장기균형은 P=MC=minATCP = MC = \min ATC라는 삼중 등식으로 요약된다.

아래 코드는 앞서 설정한 동일한 비용구조를 두 개의 패널로 나란히 그린다. 왼쪽 패널은 단기 상황으로, 시장가격이 P=40P=40일 때 기업이 초과이윤을 얻는 모습(초록색 이윤 사각형)을 보여 준다. 오른쪽 패널은 이 초과이윤이 신규 진입을 불러 가격을 끌어내린 뒤 도달하는 장기균형으로, 가격이 minATC23\min ATC \approx 23까지 하락하여 이윤이 정확히 0(정상이윤만 남는 상태)이 된 모습을 보여 준다. 두 패널을 비교하면 '초과이윤 → 진입 → 가격 하락 → 이윤 소멸’이라는 장기 조정의 논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fig, ax=plt.subplots(1,2,figsize=(13,5.4))
for a,(P,title) in zip(ax, [(40,'단기: 초과이윤 발생 (진입 유인)'),(P_be,'장기균형: P=최소ATC (정상이윤)')]):
    a.plot(Q,MC,color='#dc2626',lw=2.4,label='MC')
    a.plot(Q,ATC,color='#111827',lw=2,label='ATC')
    a.axhline(P,color='#16a34a',ls='--',lw=1.6,label=f'시장가격 P={P:.0f}')
    q=(10+np.sqrt(max(100-4*(30-P),0)))/2
    atc=(100+q**3/3-5*q**2+30*q)/q
    a.plot(q,P,'ko',ms=7)
    if P>atc:
        a.fill_between([0,q],[atc,atc],[P,P],color='#16a34a',alpha=0.18)
        a.annotate('초과이윤',(q/2,(P+atc)/2),ha='center',color='#166534')
    else:
        a.annotate('이윤=0\n(정상이윤만)',(q,P),xytext=(8,10),textcoords='offset points',color='#166534')
    a.set_title(title,fontweight='bold'); a.set_xlabel('생산량 Q'); a.set_ylabel('가격·비용')
    a.set_xlim(0,17); a.set_ylim(0,60); a.legend(loc='upper left')
plt.tight_layout(); plt.show()
print('논리: 초과이윤 → 신규 진입 → 시장공급 증가 → 가격 하락 → 이윤이 0이 될 때까지 (P=최소ATC)')
<Figure size 1300x540 with 2 Axes>
논리: 초과이윤 → 신규 진입 → 시장공급 증가 → 가격 하락 → 이윤이 0이 될 때까지 (P=최소ATC)

두 패널의 대비가 장기균형의 본질을 압축해서 보여 준다. 왼쪽(단기) 에서 시장가격 40은 MC와 Q10.9Q \approx 10.9에서 만나고, 그 생산량의 ATC(약 24.3)를 크게 웃돌아 초록색 초과이윤 영역이 두툼하게 나타난다. 이 초과이윤이 바로 새 기업을 끌어들이는 신호등이다. 오른쪽(장기균형) 에서는 진입이 가격을 minATC23\min ATC \approx 23까지 끌어내린 결과, 시장가격 선이 ATC 곡선의 최저점을 정확히 스치며 MC와 만난다. 이 지점에서 가격과 ATC가 같아져 이윤 사각형의 높이가 0이 되고, 그림에는 '이윤=0 (정상이윤만)'이라는 주석이 붙는다. 코드가 함께 출력하는 문장 "초과이윤 → 신규 진입 → 시장공급 증가 → 가격 하락 → 이윤이 0이 될 때까지"가 이 조정 과정을 그대로 서술한다.

여기서 '이윤 0’의 의미를 반드시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경제학에서 이윤이 0이라는 말은 회계상 적자를 뜻하지 않는다. 비용에는 이미 기업가가 투입한 자본과 시간의 기회비용, 즉 정상이윤(normal profit) 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경제적 이윤이 0이라는 것은 "이 사업이 차선의 대안만큼은 벌어 주고 있다"는 뜻이며, 기업은 계속 영업할 이유가 충분하다. 장기균형은 손해 보는 상태가 아니라, 아무도 더 들어오거나 나갈 이유가 없는 안정된 상태다.

장기 시장공급곡선

이 논리는 장기 시장공급곡선(long-run market supply curve)의 모양에 대해 놀라운 함의를 준다. 비용조건이 모든 기업에게 동일하고 요소가격이 산업 규모와 무관하게 일정한 비용불변산업(constant-cost industry) 에서는, 장기적으로 가격이 항상 minATC\min ATC로 되돌아온다. 수요가 늘어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르면 새 기업이 진입해 다시 minATC\min ATC로 가격을 내리고, 수요가 줄면 기업이 퇴출해 역시 minATC\min ATC로 가격을 올린다. 그 결과 장기 시장공급곡선은 P=minATCP = \min ATC 높이에서 수평선 이 된다. 즉 장기적으로 이 산업은 어떤 수량이든 오직 하나의 가격(minATC\min ATC)에서만 공급한다. 단기 공급곡선이 우상향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 결과는, 진입·퇴출의 자유가 얼마나 강력하게 가격을 규율하는지를 보여 준다.

7.5 완전경쟁의 효율성과 그 한계

완전경쟁이 경제학에서 특별한 지위를 갖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효율이란 사회 전체가 거래로부터 얻는 이득의 총합, 곧 총잉여(total surplus) 가 최대가 된다는 뜻이다. 총잉여는 소비자잉여(소비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던 금액과 실제 지불액의 차이)와 생산자잉여(생산자가 받은 금액과 최소한 받아야 했던 금액의 차이)의 합이다.

완전경쟁 균형이 왜 총잉여를 극대화하는지는 P=MCP = MC라는 조건에 그 비밀이 있다. 시장수요곡선의 높이는 소비자가 그 마지막 한 단위에 부여하는 가치, 곧 한계편익(marginal benefit, MB) 을 나타낸다. 한편 공급곡선의 높이는 그 마지막 한 단위를 생산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MC) 이다. 완전경쟁 균형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므로 다음이 성립한다.

P=MB=MCP = MB = MC

이 등식이 효율의 핵심이다. 만약 어떤 수량에서 MB>MCMB > MC라면, 그 단위를 생산할 때 사회가 얻는 가치가 치르는 비용보다 크므로 생산을 늘리면 총잉여가 증가한다. 반대로 MB<MCMB < MC라면 그 단위는 가치보다 비용이 커서 생산을 줄여야 총잉여가 는다. 오직 MB=MCMB = MC인 지점에서만 더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없는 최적 배분이 달성된다. 완전경쟁 시장은 어떤 계획가의 지시 없이도, 수많은 가격수용자의 이기적인 P=MCP=MC 계산만으로 바로 이 사회적 최적점에 정확히 도달한다. 이것이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의 가장 엄밀한 수학적 표현이다.

그러나 이 효율성 결과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는다. 완전경쟁이 총잉여를 극대화한다는 명제는 어디까지나 시장가격이 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온전히 반영할 때에만 참이다. 현실에는 이 전제를 깨뜨리는 힘들이 존재한다. 첫째, 외부효과(externality) 가 있으면 사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어긋난다. 예컨대 오염을 배출하는 공장은 자신의 사적 MC만 보고 P=MCP=MC를 계산하지만, 오염이 사회에 끼치는 비용은 그 계산에 빠져 있어 과잉생산이 일어난다. 둘째, 공공재(public good) 처럼 배제가 불가능한 재화는 애초에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과소공급된다. 셋째, 정보가 완전하지 않으면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시장이 실패한다.

이런 상황들을 통틀어 시장실패(market failure) 라 부르며, 이는 완전경쟁의 효율성이 무너지는 지점이자 정부 개입의 이론적 근거가 된다. 완전경쟁의 아름다운 효율성을 배우는 동시에, 그 효율성이 성립하지 않는 예외의 세계가 존재함을 기억해 두자. 외부효과와 공공재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논의는 10장에서 이어진다.

7.6 실증: 일물일가의 법칙과 차익거래

완전경쟁은 순수한 형태로는 현실에 드물지만, 그 특징에 근접한 시장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세계 원자재(commodity) 시장은 완전경쟁의 살아 있는 실험실이라 할 만하다. 원유·금·구리·곡물 같은 원자재는 규격이 표준화되어 동질적이고, 전 세계 수많은 생산자와 구매자가 참여하며, 가격 정보가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런 시장에서 관찰되는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일물일가의 법칙(law of one price) 이다.

일물일가의 법칙이란, 거래비용과 무역장벽이 없다면 동일한 재화는 어디서 거래되든 하나의 가격으로 수렴한다는 원리다. 이를 강제하는 힘이 차익거래(arbitrage) 다. 만약 같은 상품이 A 시장에서 100원, B 시장에서 110원에 거래된다면, 누구든 A에서 사서 B에서 팔아 위험 없이 10원을 벌 수 있다. 이런 차익거래가 몰리면 A의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고 B의 공급이 늘어 가격이 내려, 두 가격은 순식간에 하나로 붙는다. 차익거래자들의 이기적 이윤 추구가 역설적으로 전 세계 가격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다. 이것이 앞서 7.1절에서 본 완전정보·동질성 조건이 시장 전체 차원에서 발현된 모습이다.

이론이 실제로 성립하는지,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원자재인 원유의 자료로 직접 확인해 보자.

아래 코드는 세계은행(World Bank)이 매월 공표하는 원자재 가격 자료(Pink Sheet)를 직접 내려받아, 세계 3대 원유 벤치마크의 2000년 이후 월별 가격을 비교한다. 세 벤치마크란 북해에서 생산되는 브렌트유(Brent), 중동산 두바이유(Dubai), 그리고 미국산 서부텍사스유(WTI, West Texas Intermediate) 다. 이들은 산지도 다르고 품질도 미세하게 다르지만, 모두 세계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동질적 상품에 가깝다. 우리가 확인하려는 것은 이 세 가격이 실제로 하나처럼 함께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 동조의 정도를 나타내는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가 일물일가의 법칙이 예측하는 대로 1에 얼마나 가까운지다.

import io, requests, pandas as pd
PINK='https://thedocs.worldbank.org/en/doc/18675f1d1639c7a34d463f59263ba0a2-0050012025/related/CMO-Historical-Data-Monthly.xlsx'
raw=requests.get(PINK, timeout=90, headers={'User-Agent':'Mozilla/5.0'}).content
df=pd.read_excel(io.BytesIO(raw), sheet_name='Monthly Prices', header=4).drop(index=0).reset_index(drop=True)
df=df.rename(columns={df.columns[0]:'date'})
df['date']=pd.to_datetime(df['date'].str.replace('M','-'),format='%Y-%m')
for c in df.columns[1:]: df[c]=pd.to_numeric(df[c],errors='coerce')
df=df.set_index('date')
oils=df[['Crude oil, Brent','Crude oil, Dubai','Crude oil, WTI']].loc['2000':].dropna()
oils.columns=['브렌트유','두바이유','서부텍사스유(WTI)']
corr=oils.corr()
print('원유 3대 벤치마크 상관계수:'); print(corr.round(3).to_string())

fig, ax=plt.subplots(figsize=(11,5.4))
for c,co in zip(oils.columns,['#111827','#dc2626','#2563eb']):
    ax.plot(oils.index, oils[c], lw=1.5, label=c, color=co)
ax.set_title('일물일가의 법칙: 세계 원유 벤치마크는 거의 하나처럼 움직인다',fontweight='bold')
ax.set_xlabel('연도'); ax.set_ylabel('배럴당 가격(달러)'); ax.legend()
plt.tight_layout(); plt.show()
print(f'\n브렌트-WTI 상관계수 = {corr.loc["브렌트유","서부텍사스유(WTI)"]:.3f} (차익거래가 가격을 하나로 묶는다)')
원유 3대 벤치마크 상관계수:
              브렌트유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유(WTI)
브렌트유         1.000  0.998        0.985
두바이유         0.998  1.000        0.981
서부텍사스유(WTI)  0.985  0.981        1.000
<Figure size 1100x540 with 1 Axes>

브렌트-WTI 상관계수 = 0.985 (차익거래가 가격을 하나로 묶는다)

출력된 상관계수 행렬이 일물일가의 법칙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세 원유 벤치마크 사이의 상관계수는 모두 0.985에서 0.998 사이 에 분포한다. 상관계수 1은 두 가격이 완벽하게 같은 방향과 크기로 움직인다는 뜻인데, 실제 값이 이토록 1에 근접했다는 것은 산지와 품질이 서로 다른 세 원유가 사실상 하나의 세계 가격에 묶여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브렌트유(북해)와 WTI(미국 내륙)조차 상관계수가 0.98을 웃돈다. 그림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배럴당 130달러대 급등, 2014~2015년의 급락, 2020년 코로나 초기의 폭락과 이후 회복이라는 굴곡을 세 곡선이 거의 겹치듯 함께 그린다.

이 놀라운 동조의 배후에 있는 것이 바로 차익거래다.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원유 트레이더들은 어느 지역의 원유가 다른 지역보다 조금이라도 싸지면, 유조선을 돌려 싼 곳에서 사서 비싼 곳으로 실어 나른다. 이 끊임없는 차익거래가 지역 간 가격 차이를 운송비 수준 이내로 눌러 놓는다. 세 가격이 완벽히 일치하지 않고 미세한 차이(스프레드)를 유지하는 것도 바로 이 운송비·품질차·일시적 병목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급증하고 송유관 용량이 부족했던 시기에는 WTI가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여러 달러 낮게 거래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큰 흐름에서 세 가격이 거의 하나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은, 완전경쟁에 근접한 세계 상품시장에서 일물일가의 법칙과 차익거래가 실제로 얼마나 강력하게 작동하는지를 웅변한다.

이 실증 결과는 이 장에서 배운 이론과 아름답게 맞물린다. 동질적 재화, 다수의 참여자, 완전정보라는 완전경쟁의 조건이 갖추어진 시장에서는, 어떤 개별 생산자도 가격을 좌우하지 못하고 모두가 하나의 세계 가격을 받아들이는 가격수용자가 된다. 가락시장의 배추 농부에서 시작한 이 장의 이야기가, 세계 원유시장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똑같은 원리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 장의 요약

이 장에서는 가격수용자들이 활동하는 완전경쟁시장의 작동 원리를 단기와 장기에 걸쳐 분석했다. 핵심 내용을 되짚어 보자.

완전경쟁은 다수의 소규모 참여자, 동질적 재화, 자유로운 진입·퇴출, 완전정보라는 네 조건으로 정의된다. 이 조건들이 함께 작동하면 개별기업은 시장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가격수용자가 되며, 그가 직면하는 수요곡선은 시장가격 수준의 수평선이 된다. 그 결과 완전경쟁 기업에게는 P=AR=MRP = AR = MR이라는 삼중 등식이 성립한다.

단기에 기업은 P=MCP = MC(MC 상승 구간)에서 이윤을 극대화한다. 이 생산량에서 PP와 ATC를 비교해 이윤·손실 여부를 판정한다. 가격이 손익분기가격(minATC\min ATC)보다 높으면 초과이윤을, 조업중단가격(minAVC\min AVC)과 손익분기가격 사이이면 손실을 보되 생산을 계속하며, 조업중단가격보다 낮으면 생산을 멈춘다. 우리가 분석한 대표 기업의 경우 손익분기가격은 23.1, 조업중단가격은 11.3으로 계산되었다. 이로부터 개별공급곡선은 MC 곡선의 조업중단점 위쪽 부분과 일치하며, 시장공급곡선은 개별공급곡선의 수평합으로 얻어진다.

장기에는 진입과 퇴출이 초과이윤을 소멸시킨다. 초과이윤은 신규 진입을 불러 가격을 끌어내리고, 손실은 퇴출을 유발해 가격을 끌어올린다. 그 결과 장기균형은 P=MC=minATCP = MC = \min ATC에서 성립하며, 기업은 경제적 이윤 0(정상이윤만 얻는 상태)에 머문다. 비용불변산업에서 장기 시장공급곡선은 minATC\min ATC 높이의 수평선이 된다.

완전경쟁 균형은 P=MB=MCP = MB = MC를 달성하여 총잉여를 극대화하는 효율적 배분을 이룬다. 이것이 후생경제학 제1정리의 핵심이다. 다만 이 효율성은 외부효과·공공재·정보 비대칭이 없다는 조건 아래에서만 성립하며, 그렇지 않으면 시장실패가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세계 원유시장 자료는 일물일가의 법칙과 차익거래가 실제로 강력하게 작동함을 보여 주었다. 세 원유 벤치마크의 상관계수는 0.985~0.998로, 완전경쟁에 근접한 시장의 특징을 뚜렷이 드러냈다.

핵심 용어

한국어English정의
완전경쟁시장perfectly competitive market다수의 소규모 참여자, 동질적 재화, 자유로운 진입·퇴출, 완전정보의 네 조건을 갖춰 개별 참여자가 가격에 영향을 못 미치는 시장
가격수용자price taker시장가격을 주어진 상수로 받아들이고 생산량만 결정하는 기업
동질적 재화homogeneous product소비자가 판매자를 구별할 필요가 없을 만큼 완전히 똑같은 상품
한계수입marginal revenue (MR)상품을 한 단위 더 팔 때 추가로 얻는 수입. 완전경쟁에서는 MR=PMR=P
이윤극대화 조건P = MC가격과 한계비용이 같아지는(MC 상승 구간) 생산량에서 이윤이 최대가 되는 조건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가격이 평균총비용의 최솟값과 같아지는 점(P=minATCP=\min ATC). 이윤이 0이 되는 경계
조업중단점shutdown point가격이 평균가변비용의 최솟값과 같아지는 점(P=minAVCP=\min AVC). 생산 중단의 경계
개별공급곡선individual supply curve조업중단점 위쪽의 한계비용 곡선. 각 가격에서 기업이 공급하려는 수량
시장공급곡선market supply curve개별공급곡선을 수평으로 합한 곡선
정상이윤normal profit기업가의 자본·시간에 대한 기회비용만큼의 보상. 경제적 이윤 0인 상태에서도 확보됨
장기균형long-run equilibrium진입·퇴출이 멈춘 상태로 P=MC=minATCP=MC=\min ATC가 성립하는 균형
총잉여total surplus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합. 시장 효율성의 척도
한계편익marginal benefit (MB)소비자가 마지막 한 단위에 부여하는 가치. 수요곡선의 높이
후생경제학 제1정리First Welfare Theorem완전경쟁 균형이 파레토 효율적이라는 명제
시장실패market failure외부효과·공공재·정보 비대칭 등으로 시장이 효율적 배분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
일물일가의 법칙law of one price동일 재화는 거래비용이 없다면 어디서든 하나의 가격으로 수렴한다는 원리
차익거래arbitrage가격 차이를 이용해 위험 없이 이윤을 얻는 거래. 일물일가를 강제하는 힘

연습문제

개념 이해

  1. 완전경쟁의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쓰고, 각 조건이 무너지면 시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 문장씩 설명하라. 특히 ‘동질적 재화’ 조건이 깨지면 어떤 시장구조로 이행하는가?

  2. 완전경쟁 개별기업의 수요곡선이 왜 수평선인지를 (a) 직관적 설명과 (b) 수요의 가격탄력성 개념을 이용해 각각 서술하라. 시장 전체 수요곡선과 무엇이 다른가?

  3. 완전경쟁에서 P=AR=MRP = AR = MR이 성립하는 이유를 총수입 TR=P×qTR = P \times q로부터 유도하라.

  4. '경제적 이윤이 0인 장기균형’이 왜 기업의 파산이나 적자를 의미하지 않는지를 정상이윤 개념으로 설명하라.

계산 문제 (이윤·조업중단 판정)

  1. 어떤 완전경쟁 기업의 비용함수가 TC=100+Q3/35Q2+30QTC = 100 + Q^3/3 - 5Q^2 + 30Q이다(본문과 동일). (a) MC, AVC, ATC를 각각 QQ의 식으로 나타내라. (b) 조업중단가격(minAVC\min AVC)을 구하기 위해 AVC를 미분하여 최소가 되는 QQ와 그 값을 계산하라. 답이 본문의 11.3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라.

  2. 문제 5의 기업에서 시장가격이 P=30P = 30이라 하자. (a) P=MCP = MC를 만족하는 생산량 QQ를 구하라(Q210Q+30=30Q^2 - 10Q + 30 = 30). (b) 이 QQ에서 ATC를 계산하고 이윤 또는 손실의 크기를 구하라. (c) 이 기업은 생산을 계속해야 하는가, 조업을 중단해야 하는가? 근거와 함께 판정하라.

  3. 같은 기업에서 시장가격이 P=8P = 8로 떨어졌다. 조업중단가격 11.3과 비교하여 이 기업이 취해야 할 행동을 판정하고, 생산할 때의 손실과 조업 중단할 때의 손실을 각각 계산해 어느 쪽이 유리한지 보여라.

  4. 어떤 산업에 문제 5와 동일한 비용구조를 가진 기업이 500개 있다. 시장가격이 P=40P = 40일 때 (a) 개별기업의 공급량과 (b) 시장 전체 공급량을 구하라(Q210Q+30=40Q^2 - 10Q + 30 = 40을 풀 것).

데이터·응용

  1. 본문 [C3]의 원유 벤치마크 그림에서, 세 가격이 완벽히 일치하지 않고 미세한 차이(스프레드)를 유지하는 이유를 세 가지 이상 제시하라. 특정 시기에 WTI가 브렌트유보다 크게 낮았던 사례를 차익거래의 한계(운송 병목)와 연결해 설명하라.

  2. 한국의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나 코인 노래방처럼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에서, 한 곳의 성공 이후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게 없어지는’ 현상을 완전경쟁의 장기 조정(PminATCP \to \min ATC, 초과이윤 소멸) 과정으로 설명하라. 이 논리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완전경쟁 조건은 무엇인가?

서술·심화

  1. 완전경쟁 균형이 P=MB=MCP = MB = MC를 통해 총잉여를 극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MB>MCMB > MC인 수량에서 생산을 늘리면 왜 총잉여가 증가하는지를 논하라.

  2. 완전경쟁의 효율성이 무너지는 대표적 상황(외부효과, 공공재, 정보 비대칭) 중 하나를 골라, 왜 P=MCP = MC가 더 이상 사회적 최적을 보장하지 못하는지를 구체적 예를 들어 서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