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 강의 동안 “랭크”, “차원”, “자유 변수” 같은 말을 계속 썼다. 그러나 정확히 정의한 적은 없다. 랭크는 피벗의 개수라고만 했고, 차원은 L7에서 기저의 개수라고 하면서 기저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실제로 문제가 하나 숨어 있다. 소거하는 방식을 바꾸면 피벗의 개수도 달라지지 않는가? L7의 실습에서 피벗을 고르는 방법을 바꿔 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면 가 달라진다. 가 달라지면 피벗의 개수도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랭크라는 말 자체가 의미를 잃는다.
이번 강의에서는 독립, 생성, 기저, 차원을 정의하고 그 물음에 답한다. 결론은 이렇다. 기저를 고르는 방법은 무수히 많지만 그 개수는 언제나 같다. 이것은 당연한 사실이 아니라 증명해야 하는 정리이다.
1. 선형독립 (Linear independence)¶
정의만 보면 새로운 개념 같지만 사실 이미 아는 것이다. 벡터들을 열로 세워 행렬 를 만들면
이다. L1의 (33)에서 본 대로 가 열들의 선형결합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의 조건은 다음과 같이 바꿔 쓸 수 있다.
이것은 L6에서 정의한 영공간의 언어로 한 문장이다.
마지막 동치는 L7의 에서 나온다. 영공간이 원점뿐이라는 것은 차원이 0이라는 뜻이고, 그것은 즉 이라는 뜻이다.
독립성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이미 다룬 영공간을 다른 말로 부른 것이다.
개수가 많으면 반드시 종속이다¶
여기서 바로 따라 나오는 사실이 하나 있다.
벡터가 개이고 이라 하자. 이들을 열로 세우면 행렬이 된다. 피벗은 행마다 많아야 하나이므로 이고, 따라서
이다. 자유 변수가 개 있으므로 영공간이 원점보다 크고, 그러면 (3)에 어긋난다. 예를 들어 안의 벡터 네 개는 아무리 잘 골라도 독립일 수 없다.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개수가 적다고 해서 독립인 것은 아니다. 안의 벡터 세 개도 얼마든지 종속일 수 있다. L1의 특이행렬이 그런 경우였다.
2. 생성 (Span)¶
이것도 이미 나온 것이다. L6에서 열공간을 열들의 모든 선형결합이라고 했으므로
이다. 그리고 L5에서 이런 집합이 언제나 부분공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독립과 생성은 서로 반대 방향의 요구이다.
| 요구하는 것 | 어겼을 때 | |
|---|---|---|
| 독립 | 너무 많지 않을 것 | 어떤 벡터가 남는다 |
| 생성 | 너무 적지 않을 것 | 도달하지 못하는 곳이 남는다 |
벡터를 계속 더하면 생성은 쉬워지지만 독립은 깨진다. 빼면 반대가 된다.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딱 알맞은 개수일 것이다.
3. 기저와 차원¶
의 가장 익숙한 기저는 표준기저이다.
그러나 유일하지 않다. 예를 들어 다음 세 벡터도 의 기저이다.
이들을 열로 세운 행렬의 행렬식이 0이 아니므로 독립이고, 세 개가 독립이면 을 생성한다. 기저는 무수히 많다. 그런데 어느 것을 고르든 개수는 셋이다.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 다음 절의 내용이다.
4. 차원은 유일하다¶
증명해 보자. 과 이 같은 공간 의 기저라 하고, 이라 가정하자. 모순이 나오는 것을 보이면 된다.
들이 를 생성하므로 각 는 이들의 선형결합으로 쓰인다.
이 계수들을 모아 행렬 를 만들고, 들을 열로 세운 행렬을 , 들을 열로 세운 행렬을 라 하자. (9)의 식을 에 대해 모두 모으면 L3의 열 관점에 의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여기서 는 이고 가정에 의해 이다. 1절에서 본 것처럼 열이 행보다 많으면 영공간이 원점보다 크므로, 을 만족하는 이 존재한다. 그 를 (10)에 넣어 보면
이다. 즉 들의 어떤 0이 아닌 결합이 영벡터가 된다. 이것은 들이 독립이라는 가정에 어긋난다. 따라서 일 수 없고, 이다.
두 기저의 역할을 바꿔 같은 논증을 하면 을 얻는다. 두 부등식을 합치면 이다.
이 정리가 있어야 차원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기저마다 개수가 다르다면 "이 공간의 차원"이라는 표현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5. 독립성의 기하¶
독립과 종속을 그림으로 보면 무엇이 다른가.
2차원에서 두 벡터가 종속이라 하자. 에서 이라 하면
이므로 두 벡터가 한 직선 위에 놓인다. 반대로 평행하면 이런 관계가 성립하므로 종속이다. 2차원에서 종속이라는 것은 두 벡터가 평행하다는 뜻이다.
3차원에서 세 벡터가 종속이면 어떤 하나가 나머지 둘의 결합이 되고, 그러면 세 벡터가 모두 한 평면 위에 놓인다. 3차원에서 종속이라는 것은 세 벡터가 한 평면에 눕는다는 뜻이다.
Figure 1:독립과 종속. 종속이 되는 순간 도형이 한 차원 낮아진다.
세 벡터가 만드는 평행육면체로 보면 더 분명하다. 독립이면 부피가 있고, 종속이면 납작해져서 부피가 0이 된다.
Figure 2:세 번째 벡터를 내리면 어느 순간 상자가 완전히 납작해진다. 그때가 종속이 되는 순간이다.
여기서 자연스러운 생각이 하나 든다. 납작해지는 정도를 재는 숫자가 있다면 독립인지 아닌지를 계산으로 판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숫자가 실제로 있고, 이 교재의 후반부에서 다룬다.
6. 랭크는 열공간의 차원이다¶
이제 처음의 물음으로 돌아간다. 랭크는 잘 정의된 숫자인가.
L7에서 랭크를 피벗의 개수로 정의했다. 그런데 피벗은 소거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랭크에 의미를 주려면 소거와 무관한 정의가 필요하다.
두 가지를 보이면 된다. 피벗 열들이 를 생성한다는 것과, 서로 독립이라는 것이다.
피벗 열들이 생성한다¶
자유 열이 피벗 열들의 결합으로 쓰인다는 것을 보이면 충분하다. 그러면 모든 열이 피벗 열의 결합이 되고, 따라서 열들의 결합도 전부 피벗 열의 결합이 된다.
L7에서 자유 열 에 대응하는 특수해 를 구했다. 그 벡터는 번째 성분이 1이고 다른 자유 성분이 0이며 을 만족한다. 이 식을 열의 결합으로 풀어 쓰면
이고, 여기서 를 넘기면 다음을 얻는다.
자유 열은 피벗 열들의 결합이다. 그러므로 피벗 열들만으로도 전체를 만들 수 있다.
Figure 3:L7에서 다룬 행렬이다. 두 자유 열이 각각 피벗 열의 결합으로 쓰이므로, 자유 열은 열공간을 넓히는 데 아무 기여도 하지 않는다.
피벗 열들은 독립이다¶
피벗 열들의 결합이 영벡터라고 하자. 그 계수를 자유 성분이 0인 벡터 로 묶으면 이고, 의 자유 변수는 모두 0이다. 그런데 L7의 (19)에서 본 것처럼, 자유 변수가 모두 0인 영공간 벡터는 피벗 변수도 모두 0이 된다. 사다리꼴에서 후진 대입을 하면 하나씩 0으로 확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고, 계수가 전부 0이므로 피벗 열들은 독립이다.
두 가지를 합치면 피벗 열들이 의 기저이고, 그 개수가 이므로 이다.
랭크가 잘 정의되는 이유¶
Theorem 1에 의해 차원은 기저를 어떻게 고르든 같다. 그러므로 소거 방식을 바꿔서 다른 피벗 열이 나오더라도, 그것들 역시 의 기저이므로 개수는 반드시 같다. 랭크는 소거 방식과 무관한 숫자이다.
이제 두 공식을 나란히 놓을 수 있다.
마치며...¶
이번 강의에서 다룬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대상 | 내용 |
|---|---|
| 선형독립 | 의 해가 뿐. 즉 |
| 생성 | 모든 선형결합의 집합. 가 열들의 생성 |
| 기저 | 독립이면서 생성하는 것. 여러 개 존재한다 |
| 차원 | 기저의 개수. 기저를 어떻게 고르든 같다 |
| 랭크 | . 피벗의 개수라는 것은 계산법이었다 |
독립은 너무 많지 않다는 조건이고 생성은 너무 적지 않다는 조건이며, 둘을 동시에 만족하는 것이 기저였다. 기저는 무수히 많지만 그 개수는 언제나 같고, 그 개수를 차원이라 부른다. 이 정리 덕분에 지난 세 강의에서 써 온 랭크라는 말이 정당해진다.
그리고 관찰 하나를 남겨 두었다. 세 벡터가 종속이 되는 순간은 그들이 만드는 상자가 납작해지는 순간이었다. 납작한 정도를 재는 숫자가 있으면 편할 텐데, 그것은 후반부에서 다룬다.
지금까지 우리는 행렬 하나에 부분공간이 둘 딸려 온다고 배웠다. 열공간과 영공간이다. 그런데 (5)에서 인 벡터를 다룬 적이 있다. 그런 들도 부분공간을 이룬다. 를 생각하면 부분공간이 둘 더 나오는 셈이다.
다음 강의에서는 이 네 개의 부분공간을 함께 놓고 그 관계를 정리한다.
이번 강의의 내용을 파이썬으로 확인해 보려면 L9 실습 노트북으로 넘어가면 된다. 독립성을 판정하는 함수를 짜 보고, 기저를 여러 가지로 골라도 개수가 같은지 확인하며, 평행육면체의 부피가 0이 되는 순간을 슬라이더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