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과 1학년을 위한 파이썬 (2판)

Author

박준하

Published

July 24, 2026

서문

경제학과 신입생을 위한 파이썬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박준하입니다.

이 책은 두 가지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하나는 “경제학을 이제 막 시작한 학생이 왜 코딩을 배워야 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프로그래밍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가”입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제 답은 이렇습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계량경제학을 배우면서 세상을 모형과 데이터로 읽는 법을 훈련하게 됩니다. 그런데 모형은 손으로 풀 수 있는 범위가 생각보다 좁고, 데이터는 엑셀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를 금방 넘어섭니다. 파이썬은 이 두 한계를 동시에 넘게 해 주는 도구입니다. 수요와 공급 곡선을 직접 그려 보고, 파라미터를 바꿔 가며 균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실험해 보고, 실제 통계 수치를 불러와 내 눈으로 확인하는 일 — 이 책에서 하게 될 일들입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의 구성 방식입니다. 문법을 문법으로 배우면 지루하고, 지루하면 포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의 모든 문법은 경제학 문제를 푸는 도중에 등장합니다. 변수는 GDP에 이름을 붙이려고 배우고, 조건문은 누진세를 계산하려고 배우고, 반복문은 복리를 굴려 보려고 배웁니다. 책 전체에는 가상의 교내 카페 “이콘 카페”가 계속 등장합니다. 1장에서 하루 손익을 계산했던 그 카페의 판매 데이터를, 마지막 부에서는 판다스로 분석하고 보고서로 쓰게 됩니다.

2판에서 달라진 점

이 책의 1판은 8주 강의를 위한 강의록이었습니다. 2판은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강의록을 교재로 다시 썼습니다.

  • 문장을 전부 다시 썼습니다. 강의 현장의 구어체와 기계적으로 반복되던 표현을 걷어내고, 읽는 글로 다듬었습니다.
  • 매 장에 연습문제(손풀기·응용·도전)를 넣고, 풀이는 부록 C에 모았습니다. 문제 바로 아래에 답이 보이던 1판의 구성을 고쳐, 먼저 스스로 풀 수 있게 했습니다.
  • 매 장 끝에 미니 프로젝트를 두었습니다. 코드를 짜는 데서 끝나지 않고, 결과를 근거로 세 문단의 글을 쓰는 것까지가 과제입니다.
  • 그래프를 크게 늘렸습니다. 소비자잉여를 색으로 칠하고, 로렌츠 곡선으로 불평등을 그리고, 거미집 모형으로 가격이 출렁이는 모습을 시뮬레이션합니다.
  • 판다스 입문(9장), 캡스톤 프로젝트(11장), 터미널·디버깅 부록을 새로 썼습니다. 수요·공급 계산기를 터미널에서 실행되는 나만의 명령줄 도구로 완성하는 과정도 담았습니다.

이 책의 구성

책은 4개 부와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1부 파이썬과 만나는 경제학 (1~4장): print와 산술부터 변수, 조건문, 리스트와 반복문까지. 누진세 계산기와 복리 시뮬레이션을 만듭니다.
  • 2부 경제 모델을 코드로 (5~7장): 함수와 딕셔너리로 수요·공급 모형을 부품처럼 조립하고, 시장 균형과 잉여를 계산하고, 코드를 모듈과 패키지로 정리해 터미널에서 실행합니다.
  • 3부 데이터와 시각화 (8~9장): matplotlib로 경제학자의 그래프를 제대로 그리는 법을, 판다스로 실제형 데이터를 다루는 법을 배웁니다.
  • 4부 종합 (10~11장): 세 나라 경제를 진단하는 종합 분석과 세금의 경제학, 그리고 자신만의 질문으로 완주하는 캡스톤 프로젝트입니다.
  • 부록: 터미널 사용법 사전(A), 에러 메시지 읽는 법(B), 연습문제 풀이(C).

8주 수업과의 대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9장과 11장, 부록은 자율 학습 분량입니다.

수업 주차 주제
1주차 1장 파이썬 소개, print와 산술, 첫 경제 계산
2주차 2장 변수와 자료형, 명목과 실질
3주차 3장 조건문, 누진세 계산기
4주차 4장 리스트와 반복문(for·while), 복리 시뮬레이션
5주차 5장 함수와 딕셔너리, 탄력성과 물가지수
6주차 6장 + 7장(보충) 수요·공급 균형, 모듈과 터미널
7주차 8장 matplotlib 심화, 로렌츠 곡선
(자율) 9장 판다스 입문
8주차 10장 종합 분석, 세금과 CLI 완성
(자율) 11장 캡스톤 프로젝트

이 책을 읽는 법

본문에는 몇 가지 고정 코너가 반복해서 나옵니다.

  • 한 줄씩 뜯어보기 — 새 문법이 처음 나온 코드의 각 줄이 무슨 일을 하는지 해설합니다.
  • 실수 노트 — 학생들이 실제로 자주 저지르는 실수와, 그때 파이썬이 보여 주는 에러 메시지를 읽는 법입니다.
  • [직접 해보기] — 본문 중간의 빈 코드 셀입니다. 반드시 손으로 쳐 보고 넘어가세요.
  • 연습문제 — 손풀기, 응용, 도전의 세 단계입니다. 풀이는 부록 C에 있지만, 최소 20분은 스스로 씨름한 뒤에 펴 보기를 권합니다.
  • 미니 프로젝트: 생각을 코드로, 코드를 글로 — 계산 결과를 근거로 주장–근거–한계의 세 문단을 쓰는 과제입니다. 경제학도의 최종 결과물은 코드가 아니라 글이기 때문입니다.

실습 환경은 Google Colab을 기준으로 합니다. 설치 없이 브라우저만 있으면 되고, 한글 폰트 설정 방법은 각 장의 그래프 준비 절에 있습니다. 내 컴퓨터에 파이썬을 직접 설치해 터미널에서 실행하는 방법은 7장과 부록 A에서 다룹니다. 9장 이후에 쓰는 예제 데이터는 책 저장소의 data/ 폴더에 있습니다.

과정 목표

이 책을 끝까지 따라오면 다음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파이썬 기초 문법으로 자신의 계산 문제를 코드로 옮길 수 있다.
  • 수요·공급, 탄력성, 잉여, 물가지수 같은 경제학원론의 개념을 코드로 구현하고 실험할 수 있다.
  • matplotlib와 판다스로 경제 데이터를 그리고 요약할 수 있다.
  • 분석 결과를 근거로 논리적인 글 한 편을 완성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이 처음이라면 낯선 순간이 분명히 옵니다. 에러 메시지가 빨갛게 뜨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컴퓨터가 보내는 힌트라는 것(부록 B), 그리고 막히면 언제든 부록과 풀이를 펴 봐도 된다는 것만 기억해 주세요. 이제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