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 재건

*Foundations Before Calculus*

## 서문

대학 1학년 미적분학 강의실에서 학생이 펜을 놓는 지점은, 대개 미적분이 아니다.

$\displaystyle\lim_{x\to3}\dfrac{x^2-9}{x-3}$ 앞에서 멈춘 사람에게 극한의 정의를 한 번 더 설명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가 멈춘 이유는 분자를 $(x+3)(x-3)$ 으로 되돌리지 못한 데 있고, 그것은 극한이 아니라 인수분해다. $\sqrt{x}$ 를 미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사정은 같다. 미분 규칙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sqrt{x}$ 를 $x^{1/2}$ 로 고쳐 쓸 수 있다는 사실이 흐려진 것이고, 그것은 미분이 아니라 지수법칙이다. 그런데도 본인은 "미적분이 어렵다"고 진단한다. 그 오진이 이 책이 겨냥하는 지점이다.

막힘의 원인은 거의 언제나 한 층 아래에 있다. 그리고 그 아래층은 대체로 **절차만 남고 의미가 흐려진**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분수의 나눗셈에서 왜 뒤집어 곱하는지 설명하지 못한 채로도 계산은 할 수 있고, 그 상태로 몇 해를 지날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문자가 들어오고 극한이 들어오고 적분이 들어오면, 근거 없이 외운 절차는 조금만 낯선 형태 앞에서 곧바로 무너진다.

절차의 기억은 사라지지만 의미에 대한 이해는 남는다. 규칙을 잊더라도 의미를 알면 규칙을 다시 유도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규칙을 암기시키는 대신 의미부터 다시 정의한다. 뺄셈을 두 수의 차이로, 나눗셈을 묶음의 개수로 다시 읽는 자리에서 시작해 분수·소수·음수·비율을 거치고, 문자와 방정식을 세우고, 극한과 미분과 적분에 이른다. 순서를 건너뛰지 않는 것이 이 책의 유일한 방법이다. 아래층이 서 있지 않으면 위층은 세워지지 않고, 반대로 아래층이 단단하면 위층은 생각보다 쉽게 올라간다.

## 이 책이 만들어진 경위

이 책은 그 아래층을 다시 채우면서 만들어졌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 와서 공학과 과학 쪽 문제를 다루게 되었다. 학부에서 수학은 도구로 배웠고 필요한 만큼만 꺼내 썼는데, 그러다 보니 아래쪽이 비어 있었다. 계산이 막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배우는 것과 예전에 배운 것이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보이지 않는 쪽에 가까웠다.

혼자 다시 시작해 보려다 얼마 못 가 그만두기를 몇 번 반복한 뒤, 비슷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읽기로 했다. 전공은 제각각이었고, 각자 다른 이유로 수학이 다시 필요해진 사람들이었다.

같이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은 수학만이 아니었다. **어디에서 막히는지는 본인도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 그중 하나다. 미분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의 노트를 들여다보면 지수 표기에서 멈춰 있었고, 극한이 어렵다는 사람은 인수분해에서 멈춰 있었다. 각자의 막힘을 서로 들여다보면서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위층을 아무리 두드려도 소용이 없고, 내려가야 한다는 것.

그래서 순서를 다시 짰다. 산술에서 출발해 한 층씩 올라가되, 각 층에서 규칙을 외우는 대신 **의미를 먼저 세우고 규칙을 거기서 끌어내는** 방식으로. 주 1회씩 모여 36주가 걸렸다. 매주 막히는 자리가 나왔고, 그 자리를 그때그때 기록해 두었다. 이 책의 각 장에 "빈번한 오류"라는 절이 있는 것은 그 기록에서 나온 것이다. 지어낸 예상 오답이 아니라, 실제로 걸려 넘어졌던 자리들이다.

36주가 끝났을 때 남은 것은 그날그날의 진행 메모에 가까운 문서였다. 그것을 혼자서도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다시 엮은 것이 이 책이다. 다시 쓰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모여 있을 때는 손짓과 되묻기로 넘어가던 대목이 많았고, 그 자리를 전부 글과 그림으로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설명을 말로 때우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유도 과정이 길게 적혀 있고 그림이 아흔 개 넘게 들어간 것은 그 때문이다.

마지막 제4부는 처음 계획에는 없던 부분이다. 계산이 손에 붙고 나서도 남는 것이 있었다. 식이 주어지면 풀 수 있는데, 식이 주어지지 않은 자리에서는 무엇을 계산해야 하는지부터 막혔다. 물가·이자·균형·한계·잉여를 다루지만 목적은 경제학이 아니다. **식이 주어지지 않은 문제 앞에서 식을 스스로 세우는 연습**이고, 그 부분이 우리에게 가장 늦게 채워졌다.

## 이 책이 목표로 하는 것

문제 풀이 속도가 아니라 **사고의 방식**이다. 계산은 도구를 쓰면 되지만, 무엇을 계산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일은 대신해 주는 도구가 없다.

그리고 하나 더. 수학은 답을 주는 도구이기 이전에 **무엇을 물을 수 있는지 정하는 도구**다. 모형은 언제나 가정 위에 서 있고, 가정을 적어 두지 않은 계산은 숫자의 외양을 한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계산을 배우는 일과 계산의 한계를 아는 일은 같은 공부의 두 면이라고 생각한다. 제4부의 모든 문제가 "이 계산이 답해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로 끝나는 이유다.

## 누구를 위한 책인가

- 대학 1학년 미적분학을 앞두고 그전에 기초를 한 번 정리하려는 사람
- 전공에서 수학이 다시 필요해졌는데 아래층이 비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
- 계산은 되지만 "왜 그렇게 되는가"를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가 불편했던 사람

수학적 사전 지식은 요구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종이와 연필, 그리고 답을 보기 전에 직접 손을 움직여 보려는 태도뿐이다.

## 이 책의 구성

전체는 네 개의 부, 44개 장으로 이루어진다.

| 부 | 장 | 다루는 것 |
|---|---|---|
| [제1부 · 산술 재건](part1/index.md) | 8장 | 사칙연산의 의미, 분수·소수·음수·백분율·지수 |
| [제2부 · 대수 재건](part2/index.md) | 12장 | 변수와 식, 방정식·부등식, 인수분해, 이차방정식, 연립, 유리식 |
| [제3부 · 일변수 미적분](part3/index.md) | 16장 | 함수와 그래프, 극한, 미분과 응용, 적분과 기본정리 |
| [제4부 · 수학으로 세상 보기](part4/index.md) | 7장 | 물가·이자·균형·한계·잉여를 식으로 옮기는 연습 |

제3부까지가 도구를 세우는 과정이라면, 제4부는 그 도구를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는 과정이다. 교실 안의 문제는 이미 식의 형태로 주어지지만, 교실 밖에서 마주치는 것은 문장과 수치이며 식은 읽는 사람이 직접 세워야 한다. 제4부의 문제들은 계산량이 크지 않은 대신 매번 같은 것을 묻는다. 무엇이 미지량인가, 무엇이 주어졌는가, 둘을 잇는 관계식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계산이 답해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 읽는 방법

각 장은 같은 흐름을 따른다.

- **도입** — 이 장이 답하는 물음을 제시한다
- **개념** — 핵심을 한 문장으로 세운 뒤, 그림과 모형(수직선·넓이·저울·묶음)으로 설명한다
- **예제** — 개념을 계산으로 직접 확인한다
- **빈번한 오류** — 자주 나타나는 오류의 원인과 올바른 처리를 함께 제시한다
- **연습문제** — 난이도 표시가 붙어 있고, 정답과 해설은 접어 두었다
- **요약과 다음 장**

:::{admonition} 정답을 먼저 열지 않기
:class: tip
정답과 해설은 접이식 상자에 들어 있다. 직접 풀어 본 뒤 펼치는 편이 학습 효과가 크다.
답이 맞았는지보다, 막힌 지점이 어디였는지가 더 많은 것을 알려 준다. 풀이가 멈춘 자리는
대개 이 책의 앞쪽 어느 장을 가리킨다. 그 장으로 돌아가는 것은 후퇴가 아니라 정비다.
:::

한 번에 많이 나가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손을 움직이는 편이 낫다. 이 책의 모든 장은 손으로 푸는 것을 전제로 썼고, 읽기만 해서는 남는 것이 거의 없다.

## 이 자료에 관하여

이 책은 웹에 공개된 자료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온라인으로 만든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필요한 사람이 비용 없이 닿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고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종이책은 인쇄되는 순간 오류까지 함께 고정되지만, 이 자료는 오류가 발견되면 그날 고쳐 다시 올릴 수 있다.

본문의 그림은 모두 벡터로 그렸고, 예제의 수치는 하나하나 다시 계산해 확인했다. 그럼에도 오류는 남아 있을 것이다. 발견하면 알려 주기 바란다. 지적은 이 자료를 개선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고, 나로서는 가장 고마운 일이다.

## 감사의 말

함께 읽은 분들에게 감사한다. 혼자였다면 진작 그만두었을 것이다. 각자 막히는 자리가 달라서, 남이 멈춘 곳을 들여다보다가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게 된 적이 여러 번이다. 이 책의 "빈번한 오류"에 적힌 것들은 대부분 그렇게 알게 된 것이고, 절반쯤은 내가 걸려 넘어진 자리다.

무료로 공개된 강의와 교재를 만들어 온 분들에게도 빚을 졌다. 막힐 때마다 찾아 읽었다. 마지막 장에서 다음 단계로 안내하는 자료들도 대부분 그런 것들이다.

이 책은 완성된 교재라기보다 채워 온 과정의 기록에 가깝다. 같은 자리에서 멈춘 적이 있는 사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시작하기

[시작 자가진단](part1/diagnostic_pre.md)에서 현재 단단한 부분과 얇은 부분을 확인한 다음, [제1부 · 산술 재건](part1/index.md)의 첫 장부터 읽는다. 진단을 생략하고 [제1장](part1/ch01.md)부터 시작해도 된다. 어느 쪽이든, 첫 장의 첫 물음은 다음 하나다.

$$1 \div \frac{1}{2}$$

이 값이 $1$ 보다 큰지 작은지, 계산하기 전에 먼저 판단해 보기 바란다.
